카라반(이동식 주택)과 소형보트 등 750㎏이상 3톤 이하 소형 견인물을 끌기 위한 면허다. 과거에는 견인물 중량이 750㎏을 넘으면 모두 직업 트레일러(현 대형 견인차) 면허를 취득해야 했고, 보통 30톤 이상 대형차량으로 시험을 치러 취득이 쉽지 않았다. 이에 늘어난 레저 수요에 부응하는 취지에서 보다 '쉬운(?)' 소형 견인차 면허가 만들어졌다.
기자는 낮 1시20분쯤 시험장 안내데스크에서 응시원서를 받았다. 지하 1층에서 검사료 6000원을 낸 뒤 시력·운동능력·청력 등 간단한 검사를 거쳤다. 그리고 1시간여 대기 끝에 오후 3시 시험 접수에 성공했다. 시험 응시료는 1만7000원, 순서는 응시자 4명 중 마지막이었다.
1t 트럭에 소형 견인차를 단 채로 굴절(크랭크), 곡선(S자), 방향전환(T자) 등 기능코스 3곳을 통과하면 합격이다. 코스당 제한시간은 3분, 경계선을 넘거나, 제한시간을 초과하면 10점씩 감점된다. 90점 이상 획득해야 합격이다.
10여년이 지나도 운전면허 시험이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다. '늘 하는 운전인데'라고 애써 마음을 다잡았지만, 첫 관문인 굴절 코스에 진입하자 조급해졌다. 직진 코스에서조차 견인차가 제대로 움직이는지 불안했다. 하마터면 출발한 지 10초도 안 돼 견인차가 코스를 벗어날 뻔했다.
가까스로 굴절코스를 감점 없이 통과하자 다소 자신감이 붙었다. 곡선코스는 무난했다. 조향장치(핸들) 조작이 비교적 덜한 코스인 탓에 수월하게 통과했다.
마지막 난관인 방향전환 코스에 진입했다. 기자에 앞서 시험을 치른 응시생 3명은 모두 이 고비를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평소 주차할 때처럼 T자 코스 끝으로 차를 몰았다. 이제 견인차를 시작으로 후진으로 들어가면 된다. 보통 차량처럼 핸들을 끝까지 조작해 후진을 했지만, 견인차는 코스로 들어가지 않고 반대로 움직였다.
"견인차를 코스에 넣으려면 그냥 방향전환 코스처럼 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조작해야한다"던 담당자의 조언을 듣고 갔지만 실제 견인차를 움직이는 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에어컨을 틀어놓은 차량 안에서도 진땀이 흘렀다.
후진과 직진을 반복한 끝에 견인차 입구가 방향전환 부분에 얼추 들어갔다. '아 이제 성공하겠구나 싶어 차를 밀어 넣었더니 이번엔 견인차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트럭과 견인차의 각도가 90도에 가까워 지면서 차량끼리 충돌 직전까지 간 것이다. 그대로 밀어 넣으면 차량이 파손된다고 한다.
시험장 관계자에게 실패 원인을 물어보니 "코스 진입 시 너무 왼쪽으로 붙어서 갔다"고 지적해줬다. 견인차를 방향전환코스에 밀어 넣으려면 진입 시 왼쪽에 여유를 두고, 코스 마지막에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어 미리 방향을 맞춰놔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오후 3시 시험까지 기자를 포함해 총 21명 응시생 가운데 8명만 합격했다고 한다. 시험장 관계자는 "특수면허가 있는 사람도 불합격하는 경우가 많다"며 "새로운 시험에 익숙하지 않고, 견인물을 달고 운전할 기회가 적은 만큼 합격률이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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