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에 가려진 인간의 순수성을 캐묻다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 2016.07.28 10:44

[따끈따끈 새책]'정보원'…북한의 간첩, 남한의 정보요원 이야기



1950년 이후 분단과 이데올로기는 당대 사람들의 삶과 사상을 규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홍상화의 신작 소설 '정보원'은 바로 6·25 전쟁 전후 분단 상황과 이데올로기 대립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이면에는 인간과 삶의 근원적인 문제, 인간 개인이 추구하는 이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 '정보원'의 주인공은 북한의 첩보원 정사용과 남한의 정보요원 김경철이다. 상권은 정사용의 이야기로, 하권은 김경철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정사용은 중학생 때 처음 공산주의를 접한 뒤 6·25가 발발하자 북한군에 자원입대한 인물이다. 전쟁이 끝난 뒤 평양대극장에서 일하며 한때 꿈같은 결혼생활을 보내지만 1970년 당의 지시를 받고 남파되면서 삶이 180도 바뀐다. 그가 자본주의에 물들며 남한 생활에 적응해 가던 중 우연히 북쪽의 아내와 딸의 상황을 알게 된다. 그들을 잊고 살았다는 죄책감과 혼란스러움 속에서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두번째 이야기는 남한의 정보요원 김경철이 정사용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을 추적해가는 과정이다. 김경철은 정사용이 남파됐을 때 그를 심문하면서 인연을 맺는다. 이후 정사용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의 삶에 자신을 점차 투사하게 된다. 이데올로기의 희생자이면서도 동시에 북쪽에 있는 가족을 향한 사랑을 이어가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감화되는 것. 특히 작가는 가정생활과 인간관계에서 좌절한 김경철이 스스로 정사용이 되려는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두 사람은 자신의 신념에 의해 삶을 선택하지만 이내 체제와 이데올로기의 허망함을 깨닫고 회의에 빠진다. 소설은 인간의 순수성에 집중하며 어떤 체제나 이데올로기도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정보원(상·하)=홍상화 지음. 한국문학사 펴냄. 상권 232쪽, 하권 256쪽/각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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