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드론의 明暗(명암)

머니투데이 설동성 (사)한국드론산업협회부회장 | 2016.07.27 11:54
드론의 발전 속도가 무섭다. 군사용에서 시작한 것이 100년 전이다. 불과 1세기만에 완구용과 산업용 등으로, 양적, 질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발전 속도의 추이가 더 빨라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제품이 쏟아질 정도이다.

이미 상업화에 들어간 항공촬영, 농약과 비료 살포, 측량, 그리고 이제 막 상업화 시동을 건 택배를 비롯해, 환경감시, 화재감시와 진화, 산악과 해수욕장 등에서의 인명구조, 실종자 수색, 지하광맥 탐사, 통신망, 1인용 드론, 드론잡는 드론, 장애물을 스스로 피해가는 인공지능을 갖춘 드론, 심지어 조종기없이 조종자의 생각만으로 뇌파를 이용해 비행하는 ‘브레인드론’까지 등장했다.

저명한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박사는 ‘미래 드론활용 아이템 192가지’를 선정했다. 고층빌딩 너머를 볼 수 있는 ‘잠망경 드론’ 등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도 여럿 있다. 지금의 인식 수준으로는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성이 확산되고 기술력이 뒷받침되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드론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인간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드론 발전’이라는 용어로는 부족해서 그런지 ‘진화’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드론의 진화가 어디까지 갈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럼 인간은 왜 드론에 열광하게 됐을까. 하늘을 날고 싶은 원초적 욕구같은 고리타분한 분석은 하지 않겠다. 여기서는 그 활용도에 주목하자. 하늘(대류권)은 비행기와 헬리콥터가 독점해왔다.

그런데 여기에 드론이라는 새로운 강자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후좌우 이동, 상승, 하강, 공중회전 등 다양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카메라와 각종 첨단 센서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적 측면에 더해, 스마트폰과의 연계 등 소프트웨어적 강점까지 갖추고 있다.

인간은 이같은 역동적인 드론을 매개로 해서 하늘을 보다 가까이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드론 덕분에 멀게만, 높게만 보였던 하늘의 이용도가 높아졌다는 말이다. 지상에서 부대껴온 인간에게 축복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듯 싶다.

그러나 드론이 인간사회에 혜택만 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인간의 문명이기(文明利器)에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함께 있듯이, 드론에도 명암(明暗)이 공존한다.


이미 드론의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 1월 경부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차량의 앞 유리창에 난데없이 정체불명의 드론이 덥쳤다. 운전자는 화들짝 놀랐다. 마침 톨게이트 앞이라 차량이 서행하고 있어서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만일 고속 주행중이었더라면 연쇄 추돌 등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성당에 한국인이 조종하던 드론이 충돌했다. 같은 해 1월에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 소형 드론이 뛰어들었다. 몇센티미터짜리 모기만한 드론의 출현도 가능하다. 여기에 첨단 초소형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해 남의 집 안방을 몰래 휘젖고 다니면서 촬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사생활침해 중범죄이다. 드론을 해킹해 테러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드론이 새로운 사업 분야를 창출하듯이, 드론으로 인한 신종 범죄가 등장할 수 있다.

드론 인구가 급증하면서 드론비행법규 위반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법규 위반은 2014년 3건에서 지난해에는 17건으로 5배 이상 늘었다. 특히 이들 20건 가운데 18건이 도심 번화가나 공원, 주택가 등에서 발생했다.

드론 비행에 따른 인적, 물적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의도적인 피해 유발은 말할 것도 없고,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조종 미숙이나 뱃터리 방전, 기체의 오작동으로 남에게 피해를 미칠 수 있다.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안에서 드론 날리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신기하게 보이겠지만, 여기저기 휘젖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무서워진다. 드론이 인파 한 가운데 추락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래서 드론 안전운용과 사생활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절대 필요하다. 자동차도 초기부터 사고가 발생하자, 자동차 전용도로와 각종 교통체계, 신호체계, 운전수칙 등을 만들지 않았던가. 드론도 마찬가지다. 단지 드론을 운용하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드론 조종자 역시, 드론을 처음 배울 때부터 안전비행을 위한 조종사 준수사항을 몸에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드론 날리는 재미에 푹 빠져서 안전규칙 준수를 소홀히 하는 습관이 들면, 추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의도하지 않은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산업화, 대중화가 드론이 가야할 길이지만, 안전비행, 또한 드론이 안고 있는 과제이다. 이를 위해 제도와 법규를 현실에 맞도록 세밀히 다듬어야 한다.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 등, 드론 조종자 스스로 비행 윤리 인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은 삶의 편의를 위해 드론을 만들었다. 드론이 본래 목적대로 인간에게 혜택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재앙으로 변질할지, 인간 스스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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