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헌재 판결 D-1…靑, 금품수수 기준에 '골머리'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16.07.27 11:13

[the300] 靑, 국내 농축수산업·요식업 타격에 따른 내수위축 우려…"수입산 농축산물만 혜택"

청와대 전경/ 사진=뉴스1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관련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청와대가 헌재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영란법이 현행대로 시행될 경우 국내 농축수산업계와 요식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해 자칫 내수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만약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동안 국회 차원의 재검토를 기대해온 청와대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28일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청구한 김영란법 관련 헌법소원심판 4건에 대한 병합 심리 결과를 선고할 예정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될 예정인 9월28일을 정확히 2개월 앞둔 시점이다.

이들 헌법소원의 쟁점은 △금품수수 등에 대한 처벌 기준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 포괄위임 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공직자가 아닌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사 등 민간인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는지 여부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 등을 알게 될 경우 신고를 의무화한 것이 과잉규제인지 여부 △부정청탁의 개념이 불명확하게 규정돼 있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이다.

이 가운데 청와대가 주목하는 쟁점은 식사, 선물, 경조사비 등 금품수수에 대한 처벌 기준을 시행령으로 정하는 것에 대한 위헌 여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마련한 금품수수 처벌 기준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상이다. 규제개혁위원회는 22일 이 시행령안을 원안대로 수용하고 법제처로 넘겼다. 만약 헌재가 이 부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다면 김영란법의 금품수수 처벌 기준은 9월초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령으로 최종 확정된다.

문제는 5만원의 한도 내에선 국산 농축수산물로 선물 세트를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한우 등심 1kg의 소비자가격은 평균 8만원 안팎이다. 반면 수입산 등심의 가격은 대체로 1kg당 5만원 미만이다. 김영란법이 허용하는 5만원 미만의 선물 세트를 만들려면 수입산을 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농축수산물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한식당 등 요식업계도 마찬가지다. 주류까지 포함할 경우 비싼 국산 농축수산물을 재료로 한 식사 메뉴를 3만원 미만으로 맞추기에 어려움이 있다.


청와대 참모는 "김영란법이 시행령 원안대로 시행된다면 국내 농축수산업계는 더 어려워지고 수입 농축수산 분야만 혜택을 볼 수 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축산물 등 일부만 김영란법의 예외로 둘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청와대 입장에선 김영란법에 대해 대놓고 문제를 제기하거나 개정을 주도하기도 곤란하다. 대다수 국민이 특권층 중심의 '엘리트 카르텔(담합)'을 막는다는 김영란법의 취지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오해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결국 청와대로선 헌재가 금품수수 처벌 기준을 시행령으로 정하는 데 대해 '한정위헌' 등의 결정을 내리고, 국회가 이 결정을 반영해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하길 기대할 수 밖에 없다. 헌재의 결정은 합헌, 위헌, 한정합헌, 한정위헌, 일부위헌, 헌법불합치, 입법촉구 등 7가지로 나눠진다. 합헌이 아닐 경우에도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2개월 내 국회가 법 개정을 완료하면 일부 조항만 빼고 예정대로 시행할 수 있다. 예컨대 금품수수 처벌 기준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규정하면서 금액 기준을 조정하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4월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김영란법은 이대로 두면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국회 차원에서 다시 검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3일(현지시간)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찾은 중국 청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영란법 시행이 정말 걱정된다"며 "특정 산업에 피해가 집중되고 다른 산업으로 확대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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