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머니②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 2016.07.28 09:30

[눈에 보이는 경제]

편집자주 | 말로 잘 설명해 줘도 경제는 좀 어렵습니다. 활자로 읽으면 좀 덜하긴 하죠. 이해가 안 가면 다시 읽어보면 되니까요. 그래프로 보여주는 경제는 좀 더 쉬워집니다. 열 말이 필요 없이 경제의 변화 양상이 눈에 확 띕니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한결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 국내 유일의 국제경제 전문 분석매체 '글로벌모니터'의 안근모 편집장이 국내외 핵심 경제이슈를 말랑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드립니다.

/ 자료=글로벌모니터<br>
요즘 경기가 아주 좋아졌다고 가정해 봅시다. 주문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수요가 많아서 판매가격도 제법 올랐어요. 남은 재고가 거의 없어서 주문을 따라가기 어렵게 됐습니다. 자칫하다가는 돈 벌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회사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당연히 야근을 운영하게 되겠죠.

전편에서 가정한 대로 ‘헬리콥터 머니’ 덕분에 총수요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경제의 균형점은 그래서 위 그래프의 1에서 2로 이동하게 됩니다. 단기 총공급공선은 우상향하는 모양을 갖습니다. 가격이 높아지면 생산을 늘린다는 뜻이죠. 그래서 헬리콥터 머니 이후 경제의 첫 반응은 ‘균형점’이 단기 총공급곡선상에서 우상향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서 회사 사장님이 살펴보았더니 우리 회사 물건값만 오르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물건을 만드는데 드는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도 일제히 다 오르고 있었던 것이죠. 노동력 수요가 증가해 임금도 제법 많이 늘었습니다. 판매가격이 상승했다지만 원가 오른 걸 감안하면 돈을 더 벌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사장님은 회사 생산량을 다시 줄이기로 했습니다. 무리하게 야근까지 돌려봐야 득 될 게 없었기 때문이죠. 다른 회사들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이 경제의 단기 총공급곡선은 왼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물가가 올랐지만 생산량은 과거와 똑같아졌다는 의미이죠. 그 결과 이 경제의 균형점은 2에서 3으로 이동했습니다. ‘헬리콥터 머니’ 이전에 비해 물가수준은 높아졌는데, 산출량은 변화가 없어진 것이죠.

밀튼 프리드먼 교수가 ‘헬리콥터 머니’라는 가정을 들면서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돈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프리드먼 교수는 이런 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종잇조각들(화폐)이 보태진다고 해서 사회의 기본 여건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종잇조각들이 생산 능력을 늘리는 것은 아니다.”

즉, 화폐가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진다고 해도 그 경제의 총생산능력이 커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총생산능력은 잠재 공급능력(잠재 GDP)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는 ‘장기 총공급곡선’ 및 ‘자연산출량’이라고 표현되어 있죠.


이 잠재 공급능력, 장기적인 총공급곡선, 자연산출량은 일반적으로 화폐가 아닌, 노동력과 기술(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합니다. 화폐발행과 총수요를 늘린다고 해서 노동자 수가 근본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닌 것이죠. 생산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 잠재 공급능력, 자연산출량은 화폐가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화폐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자연(自然)’인 것입니다. 이를 두고 “화폐는 중립적이다”라고도 표현하죠.

말이 나온 김에, 화폐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이 잠재 공급능력(잠재 GDP)은 대개 매년 증가합니다. 노동인구가 자연히 늘어나고, 생산성도 대개는 꾸준히 향상되어 가기 때문이죠. 이렇게 잠재 공급능력이 매년 증가하는 속도를 잠재 성장률이라고 부릅니다.

어쨌든,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헬리콥터 머니 이후 경제의 균형은 1에서 2를 거쳐 3으로 돌아왔습니다. 생산량은 제자리걸음을 했으니 생산한 대가로 받는 실질 소득도 그대로이죠. 달라진 것은 물가수준입니다. 분명히 높아져 있습니다. 그래서 ‘명목’ 소득도 높아졌겠죠.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삶의 수준을 결정하는, 구매력을 의미하는 ‘실질’ 소득은 그대로 입니다. 월급이 올랐지만 물가도 똑같이 올라 남는 게 없습니다.

이런 설명을 하면서 프리드먼 교수는 다시 아주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경기를 띄우기 위해서 ‘헬리콥터 머니’를 반복하게 되면, 경제의 균형은 3에서 4를 거쳐 5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물가만 계속 높아집니다.

다만, 경제가 ‘디플레이션’이란 문제에 빠져 있고, 그걸 해결하는 게 정부의 과제라면 ‘헬리콥터 머니’는 대안이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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