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집회 금지를 놓고 벌어진 '7년 전쟁'이 다시 불붙는다. 정부여당은 지난 2009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0조에 규정된 '일몰 후 일출 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후 야간집회에 대한 규제 개선을 계속 시도해왔다. 그러나 야당이 집회의 자유를 내세워 야간시위 금지하려는 정부여당에 맞서고 있어 법 개정을 둘러싸고 전운이 감돈다.
27일 정치권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야간집회 금지를 위한 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여당 간사이자 경찰 출신인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집시법 10조의 옥외집회와 시위 금지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로 변경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재옥 의원은 안행위 간사를 맡으면서 헌법 불합치 판결 후 법률 공백 상태인 야간집회 규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아왔다.
윤 의원은 "집시법 10조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은 과도하게 야간 옥외집회를 제한하는 위헌성을 제거하면서도 입법자의 재량을 존중하도록 하는 뜻"이라며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시간을 종전의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서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로 해 집회 및 시위의 권리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규제 조항 마련에 직접 팔을 걷어부쳤다. 경찰청은 오전 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오는 9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집시법 10조는 지난 2009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고 대체입법을 마련하는 주문을 받았으나 7년이 지나도록 손도 대지 못한 상태로 지속돼왔다. 즉 법 조항은 존재하지만 이를 적용하지 못하는 상태로 7년이 흘렀다.
정부여당 측은 입법부인 국회가 무책임하게 법률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며 시급하게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간집회 시 발생할 수 있는 불법 폭력 시위를 막고 국민의 수면권과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법 개정 필요성의 이유다. 특히 야간집회에 동원되는 경찰력 낭비가 극심하고 주간집회에 비해 집회와 시위 관리가 어려워 인명피해가 우려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해 11월 14일 경찰이 쏜 물대표에 얼굴과 상반신을 맞아 쓰러진 백남기 농민도 야간에 열린 집회에 참석했다가 변을 당했다.
그러나 야간 집회·시위를 바라보는 야당의 입장은 180도 다르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21조에 의거해 특정 시간대라도 야간 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집시법 10조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개정안 제안 이유에 대해 진선미 의원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자유권임에도 현행법은 야간 집회 및 시위에 대한 금지규정을 두고 있고 관할 경찰서장이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의 허가제 규정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오히려 정부여당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야간 집회를 제한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여당이 그동안 거부감을 나타내왔던 촛불집회 등이 주로 야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을 막으려는 시도라는 지적이다.
국회 안행위 야당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정부 비판적인 야간 집회를 막기 위해 집시법 10조 개정 시도가 거셀 것으로 본다"면서 "야당에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규정이기 때문에 안행위 뿐 아니라 당 지도부 차원에서도 법 개정 시도를 어떻게해서든 막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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