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한 장'에서 다시 불거진 혐오전쟁

머니투데이 이슈팀 이건희 기자 | 2016.07.26 14:44

[이슈더이슈] 메갈리아 지지부터 웹툰독자 비하, 정치권 논평 철회까지

혐오논란의 불씨가 된 성우 김자연씨의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 인증 게시물. /사진=트위터 캡처
2016년 7월, 혐오의 열기가 거세다. 지난 5월 강남역 인근 건물 내 화장실 살인사건으로 벌어진 남녀혐오논쟁 이후 2달만이다. 이번 논란은 '티셔츠 한 장'에서 시작됐다.

지난 18일 성우 김자연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GIRLS Do Not Need A Prince'(여자는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공개했다다가 교체당했다. 김씨가 입은 티셔츠는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가 기존의 메갈리아 페이지들이 삭제된 것에 항의해 페이스북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민사소송비용을 보태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누리꾼들은 김씨가 메갈리아를 후원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일베'(일간베스트)와 같은 극단주의 성향의 여성혐오 반대 단체를 옹호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에 김씨는 "(메갈리아4) 글을 읽었을 때 나쁜 인상을 받지 않았다"며 "선택이 잘못됐다면 책임지면 될 일"이라고 대응했다.

김씨의 답변은 누리꾼들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 이는 김씨가 성우로 참여한 넥슨 게임의 성우 교체 운동으로 이어졌다. 결국 넥슨은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만인 19일 김씨가 맡은 캐릭터의 목소리 교체를 결정했다.

넥슨은 "김씨와 원만한 합의를 거쳤고 계약비도 모두 지급했다"고 밝혔다. 김씨 역시 19일 밤 블로그를 통해 "최근 메갈리아가 미러링(혐오 표현을 되돌려주는 것)을 배제하려 했는데도 삭제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며 "평소에 성차별을 반대하는 신념에 기반해 티셔츠를 구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넥슨으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받았기 때문에 '부당해고'라는 표현은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메갈리아4'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진행한 후원프로젝트 이미지. 소송비용 마련을 위해 기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메갈리아4는 후원자들에게 티셔츠를 제공했다. /사진=텀블벅 홈페이지 캡처
넥슨의 조치와 성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논란이 터져 나왔다. 일부 웹툰 작가들이 성우 교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누리꾼들을 대상으로 조롱과 욕설을 한 것이다. 작가 영조는 트위터에 김씨를 옹호했다가 공격을 당하자 "그래서 만화 안 볼 거야?"라는 글을 올려 독자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이같은 발언에 대한 분노는 관련 발언을 한 웹툰 작가들 다수가 소속되어 있는 유료 웹툰 서비스 레진코믹스로 옮겨갔다. 누리꾼들은 서비스 집단 탈퇴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레진코믹스는 "우리의 공식 입장은 특정 입장이나 단체와 관계없다"고 밝히며 작가들에게 SNS 활동 자제를 요청했다.


메갈리아 지지에서 비화된 각종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의당은 지난 20일 "정치적 의견이 직업 활동을 막아서는 안 된다"며 넥슨의 성우 교체가 부당하다는 논평을 남겼다가 '메갈리아 옹호'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당원들의 비난과 탈당계 제출이 이어지자 5일 뒤인 25일 "취지 전달에 실패했다"며 논평을 철회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5'의 준우승자 안예은씨도 지난 24일 트위터에 '#내가메갈이다'라는 해시태그를 쓴 게시물을 올렸다가 누리꾼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렇게 분야를 막론하고 혐오와 불쾌감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상황이 펼쳐지자 일각에서는 이 상황을 단순한 남녀 대결구도로만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혐오와 여성혐오 대립구조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며 "감정적, 감상적으로 풀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 폭력 등에 대해 구조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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