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과 아녜요" 나경원이 꿈꾸는 '억울함 풀어주는 정치'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 2016.07.27 05:50

[the300][국회의원사용설명서 2.0]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기재부에서 1급이 특위에 참석하겠다고 전해왔는데, 과연 저출산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의지가 있는 것인가."

지난 22일 열린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경원 위원장은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20대 국회 출범 후 두 번째 회의엔 행정자치부·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 장관이 모두 불참하고 차관만 참석했다.

나 위원장은 기재부가 저출산 주무부처가 아니란 이유로 앞으로 장·차관 대신 실장을 보내겠다고 밝힌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다. 깜짝 놀랐다"고 비판하고, "차관들은 돌아가서 장관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전달해 달라"고 주문했다.

국회 저출산고령화 특위는 17대와 18대 국회서도 가동됐고 정부가 지난 10년간 수백조 예산을 뚜렷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나 위원장은 최근 두 차례 회의에서 저출산·고령화 정책 컨트롤타워와 실효성을 강도높게 따져물으며 과거와 차별화된 특위 활동을 예고했다.

'새누리당 내 서울지역 최다선'이자 '당내 여성 현역 최다선 의원'으로 최근까지 전당대회 러브콜을 받아온 나 의원의 최대 관심사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다. 그의 현재 화두인 '억울함'을 풀어주는 정치, '포용적 사회'와 맞닿은 주제이기 때문이다. 외교통일위원장이었던 그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지망한 이유이기도 하다.

['억울함을 풀어주는 정치']


서울대 법대 출신 판사로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여성특보로 정계에 입문한 나 의원의 이력은 화려하다. 2004년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한 뒤 서울 지역에서 4선 고지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의 정계 입문 계기와 에너지의 원천이 '억울함'이란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나 의원은 과거 다운증후군 딸을 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알아보던 중 한 사립 초등학교에서 아이에게 장애가 있단 사실만으로 거절당하는 경험을 했다. 학교의 부당한 처신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해도 딱한 엄마의 하소연쯤으로 취급하던 교육청은 나 의원이 '판사'라는 신분을 밝히고 나서야 움직였다.

'법과 제도가 잘못돼 있으면, 약자는 떼를 쓸 수밖에 없구나,' '정말 법이나 제도로 사회가 이끌어질 수 있을까.'
나 의원은 편견과 차별이라는 거대한 벽에 문을 만들어 세상과 통하는 길을 여는 법·제도를 만들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고, 이는 이후 정계의 영입 제안을 수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나 의원은 국회의원이 된 후 영유아 장애의 조기발견 및 조기교육 지원과 관련된 법안, 성년 후견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에 대한 보호 강화 법안 제·개정안을 비롯해 장애인 특수교육 분야, 장애인 주거·고용분야 예산확대 및 정책개선에 주력했다. 특히 문화·예술·스포츠 분야에서 장애인들의 직접참여 기회를 늘리기 위해 '사랑나눔 위캔'을 조직해 장애아들이 직접 참여해 즐길 수 있는 음악회를 기획했으며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회장을 맡아 2013년 평창 세계대회를 유치해 성공리에 개최하기도 했다.

나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은 모두가 다 억울하다. 세대, 계층, 남녀 할 것 없이 각자가 억울함을 갖고 있는데, 사회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돈 없어 병원에 못 가는 억울함, 전세금 올라 집에서 내몰리는 억울함, 노력한 만큼 대우를 못 받는 억울함, 유전무죄의 억울함, 학비 때문에 공부 못하는 억울함 등 사회 곳곳에 응어리진 억울함을 풀어나가는 데 필요한 제도와 정책을 챙겨나가겠다"고 말했다.

["나는 공주과 아니고 무수리과"]


나 의원은 대변인 경력 등 화려한 이력과 미모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유명세를 많이 치른 편이다. 상대적으로 그의 입법활동 내용이나 당내 서울 최다선 고지에 오르게 한 지역구 활동, 여성 의원 최초의 외통위원장을 역임한 정치력은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그는 남성중심적인 정계에서 생존한 비결로 '성실함'을 꼽았다. 초선의원 시절 선배동료 의원들로부터 "고급 정보는 남탕 사우나에서 오간다"는 말을 듣고 좌절했지만, 국회의원 연구모임이나 각종 세미나를 열어 일로써 동료 남성 의원들과 교류를 넓혔다. 그는 "의정활동으로 땀을 흘리니, 사우나에서 땀 흘리지 않고도 관계망을 더 넓게 확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차세대 대표 여성 주자로 거론되지만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최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패하는 등 여성 의원으로서 한계와 벽을 느끼기도 했다. 화려한 외모로 인한 선입견에 대해 그는 자신이 '공주과'가 아닌 '무수리과'라고 토로했다.

"저보고 공주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지역구 관리 안 해도, 우아하게 가만 있어도 당선되는 것 아니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 정말 무수리과예요. 진짜 성실하게 해요. 전 정말 공주과 아니고 무수리과고, 천재형이 아니고 노력형인데 거꾸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아 억울해요. 그렇지 않으면 당선될 수 없죠. 동작구가 얼마나 어려운 동네인데."

그는 실제 성실한 지역구 활동으로 인정받아왔다. 나 의원은 출장이 없는 한 토요일이면 지역사무실 문을 열고 주민과 직접 스킨십을 갖는다. 7·30 재보선에서 당선된 후 72차례 '토요데이트'를 실시하며 1300여명의 주민들과 소통했다. 미끄럼방지턱이나 어두운 골목길 CC(폐쇄회로)TV 설치 등 지역 개선사항부터 장애인 프로그램 확충 등 다양한 민원을 받아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그는 당내 최다선 여성의원으로서 여야4당 여성의원 간 뜻을 함께 모으는 부분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정국이 어지러울수록 여성의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어머니 리더십'으로 싸움이 아닌 공감을 이끌어내는 정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 출마 대신 '대한민국 미래 준비']


이번 새누리당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나 의원은 여성 중진으로서 지난 총선 참패 후 당내서 계속되는 계파 갈등에 대해 남다른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나 의원은 당 쇄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당내 민주주의 확립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국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총의를 모아서 모든 걸 결정해야 하는데 당의 프로세스가 민주적이지 않고 시스템화돼있지 않다. 공천에 대해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도 시스템 안에서 민주적으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계파패권주의를 종식하는 데 당의 명운이 달렸다고 강조했다. 자유와 다양성이라는 보수의 기본 가치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사회 곳곳의 응어리진 억울함을 풀어주고, 국민 모두가 꿈꿀 수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만 새누리당이 신뢰할 수 있는 보수정당으로서 모습을 갖출 것이란 생각이다.


나 의원은 포용적 정당, 포용적 사회로 나아가고 친박·비박을 넘어선 건강한 보수가 만들어지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며 '대한민국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 의원은 "전세계적인 변화와 위기위 시대에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대한민국도 변화가 절실하다"며 "정치뿐 아니라 모든 기득권 집단의 발목잡기에서 벗어나 자유와 다양성이 담보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성장의 과실을 공정히 나눌 해법을 창출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개혁에 가장 중점을 두고 상임위 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단순히 출산률을 높이는 보건복지 차원의 접근을 넘어 산업, 기술,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꼭: '여성 30% 공천' 공직선거법개정안]


나 의원은 지난해 보수혁신특별위원회 공천선거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신인 여성·장애인 후보자에게 10~20% '디딤돌 점수'를 부여하고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시 여성 비율을 50%에서 60%로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는 또한 현행 공직선거법상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의 '여성 30% 추천' 권고조항을 강제조항으로 고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추천 비율에 따라 차등적으로 선거보조금을 감액해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의원 114인의 지지를 얻어 대표발의했지만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임기만료 폐기됐다. 나 의원은 이 법안을 20대 국회에서 초당적 연대를 통해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그는 학력차별금지법과 학군 조정을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인 학생 편의 위주로 바꾸는 교육법 개정안 등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보통사람 나경원]


나 의원도 아이들 일이라면 노심초사하고 걱정하는 엄마다. 2004년 정치를 시작한 후 아이들이 커나갈 시기에 엄마노릇을 제대로 못해 가슴이 아프다는 그는 대학에서 실용음악으로 드럼을 전공하는 딸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릴적 배우다 만 기타를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그는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갖지 말자'는 신조를 갖고 있어, '꼭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집안일 중 못하는 것은 과감히 다른 사람에게 부탁한다고 했다. 요리실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되 아이들과 관련된 일은 직접 하나하나 챙기는 '워킹맘'이다.

[좌우명: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을 생각하지만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나 의원은 "정치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주의]


나 의원은 정치생활을 하며 중립지대에서 양 극단의 가치를 포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더욱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고 스펀지 같은 역할을 하게 한 반면, 소위 '내 사람', '세'를 만드는 데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는 이 점이 한계가 될 수도 있지만 '계파 없는 정치인', '국민에 줄 서는 정치인'으로 남고 싶다는 소신을 밝혔다.

유명세만큼이나 잦은 구설도 주의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3월엔 딸의 과거 대학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한 한 인터넷 매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나 의원은 "그간 허위사실에 관대했는데 진정성을 몰라주셔서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소송 결과는 지켜봐야 하지만 그가 대중 정치인으로서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각종 특혜 의혹과 '금수저 논란'을 해소하는 작업이 필수적일 것이다.

[이 한장의 사진]


나 의원은 지난 3월2일 국회에서 발의된 지 11년째 통과되지 못했던 북한인권법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임기 내 통과시켰다. 그는 "남과 북은 부침의 70년을 보냈지만 인권문제만큼은 남북관계를 떠나 주도적으로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법안은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매 국회마다 통과되지 못했는데 외통위원장 임기 내 통과시킬 수 있어 보람되고 뿌듯했다"고 회고했다.

[프로필]


△1963년 서울 출생 △서울대 법대 및 동대학원 법학석사 △사법고시 24기 △부산지법, 인천지법, 서울행정법원 판사 △제17, 18, 19, 20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최고위원·대변인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세계대회 조직위원장 △제19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 특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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