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가치투자자의 눈물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16.07.25 16:48

금융·자동차주 초강세...시장 흐름 가치주로 재편되나

'고진감래'

25일 주식시장에서는 감격의 눈물을 흘린 투자자들이 있었다. '싸도 너무 싼' 주식인 은행과 자동차주를 들고 있던 투자자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시원한 주가 급등에 환호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98포인트(0.10%) 오른 2012.32에 마감했다. 지수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종목간 편차는 컸다. 만년 저평가의 오명을 벗은 금융주가 하나금융지주의 깜짝 실적을 발판 삼아 비상했고 현대차가 5% 강세 마감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저성장 저금리 하에서 고성장주가 밸류에이션과 실적 지속성의 한계에 봉착하면서 시장의 흐름이 꾸준하게 이익을 내는 저평가 주식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오늘은 그런 흐름이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만년 저평가' 오명 벗는 가치주=코스피 시장에서 금융주는 견조한 실적과 과도한 저평가에도 불구하고 그간 찬밥 취급을 받았다. 저금리 환경에서 은행의 예대 마진 비즈니스가 위협받을 것이란 우려에 제대로 된 관심을 받기 어려워서였다.

하지만 지난 22일 발표된 하나금융지주의 실적은 시장의 우려를 불식했다. 예상을 10% 이상 상회한 352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을 11.44%까지 개선시켜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중간배당금을 250원으로 상향해 주주환원 정책까지 강화되자 "저평가 해소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시장의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날 하나금융지주는 9.52% 급등 마감했다. 외국인이 147만주를, 기관이 50만주를 순매수하며 숨가쁜 급등세를 나타냈다. 하나금융지주를 대장주 삼아 KB금융이 4.11% 급등했고 신한지주와 우리은행도 1%대 상승 마감했다. 4대 은행주에 모두 외국인과 기관의 동시 순매수가 집중된 것이 특징적이었다.

장기간 시장에서 소외되며 한국전력에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내준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위아 현대모비스에도 기관과 외국인의 동시 순매수가 집중됐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만년 저평가 기업들이 저금리 환경에서도 돈을 버는 것을 증명하면서 과도한 저평가에 대한 반발 매수가 뒤따른 것"이라며 "오랜 기간 저평가로 고생한 가치투자자의 노력이 보답받은 날"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의 중심 어디로=한편 이날 일각에서는 연기금이 중소형주 펀드를 회수하고 배당형 펀드에 자금을 집행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현재 금융주의 시가배당률은 평균 3%를 상회하고 있으며 현대차도 2%대 육박하고 있다. 연기금의 배당형 자금 집행이 늘어난다면 대형주 중에 이들 종목이 수급적 우위에 설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시장의 흐름이 고성장주에서 가치·고배당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금융주와 현대차가 강세를 보인 반면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고성장주의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와 LG생활건강은 2%대 약세를 나타냈다.

이채원 부사장은 "시장의 수급이 고성장주에서 저평가 가치주로 이동할 것"이라며 "저성장 저금리 하에서는 과거의 성장을 일시에 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데 꾸준히 잘 버는 주식의 상승세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고평가된 종목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과도하게 저평가된 종목이 오르는 '갭 줄이기' 장세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저평가됐지만 견고한 실적을 자랑하는 종목은 다음 장세의 주인공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는 성장이라는 기대와 저평가된 가격이라는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추가 상승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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