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학교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 10곳 중 6곳이 유해성 물질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올해는 예산 부족으로 인해 교체 대상의 절반도 바꾸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추경예산안에 올린 개보수 지원금액 700억원은 기획재정부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됐으며, 시·도교육청은 자체 예산이 모자라 지자체 등의 원조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25일 머니투데이가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에 우레탄 트랙이 깔린 학교 2728개교 중 유해성 기준치를 초과한 학교는 모두 1725개교(63.2%)로 집계됐다. 학교당 1억원의 교체비용이 발생한다고 감안하면 최소 17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셈이다.
유해성 기준치를 초과한 트랙 비율이 높은 지역은 △광주(90.3%) △울산(82.4%) △충북(79%) △경북(71.7%) △경남(68.8%) △전북(68.1%) 등의 순이었다. 교체 비율이 50%를 넘지 않는 곳은 신설학교가 비교적 많은 서울(44.9%)과 세종(46.2%) 2곳에 불과했다.
일선 학교의 방학이 시작되면서 트랙 교체 '골든타임'에 접어들었지만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현재 우레탄 트랙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경남, 강원, 전북 등의 학교 네댓 곳밖에 되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들은 공사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예산 부족 문제를 들었다.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만 진행하기엔 개보수 금액 규모가 너무 큰데다 교육부가 추가경정에서 신청한 우레탄 트랙 교체 비용 776억원은 이미 기획재정부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상태다. 교육부는 국회에서 다시 예산편성을 요구할 계획이지만 현재는 당초 예상한 금액의 절반 마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충청권 한 교육청 관계자는 "방학 중에 모든 트랙을 교체하고 싶지만 교육부 예산이 내려와야 우리 교육청도 부족분을 편성해 달라고 의회에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절차를 밟고 나면 늦어도 8월 하순에야 공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권 한 교육청 관계자는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교육청에 남은 자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예비비를 끌어써도 모자랄 판"이라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들은 교체 대상 트랙 가운데 절반 정도만이 교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전라권 한 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이 모자라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학생 수가 많은 도심권 학교, 유해물질 검출 수치가 높은 곳을 우선적으로 교체하려고 한다"며 "순위에서 밀린 소규모 학교는 어쩔 수 없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 예산이 편성된다 하더라도 수요에 비해 작업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서 우레탄 트랙 교체 작업이 가능한 업체가 52곳밖에 되지 않는다"며 "우레탄 교체 작업이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지만 1700개교가 넘는 곳의 우레탄을 모두 걷어내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예산을 2년에 걸쳐 분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교육청에서는 우레탄 트랙을 제거하더라도 이에 대한 처리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할 것이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우레탄 교체 시범학교가 우레탄을 모두 걷어낸 후 폐기물을 처리할 장소를 찾지 못해 고민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며 "한꺼번에 많은 우레탄이 걷어내지면 이를 처리할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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