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신뢰 한순간에 사라지고…롯데 10만 임직원 가슴에는 피멍만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16.07.27 03:15

롯데 경영권 분쟁 1년, '골육상쟁'이 남긴 상처…형제의 난 지속에 배임·횡령 수사 이어져 도덕성 치명타

"가족과 지인, 거래처 사람들이 걱정해줬지만 아무 내색 없이 제 할 일만 했습니다. 그런데 1년이 돼도 변한 것이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롯데그룹 유통 부문 계열사의 한 부장급 직원은 26일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그동안 일궈왔던 성과가 무너지지 않을까 불안하다"며 참담한 심정을 호소했다.

27일로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지 만 1년이 된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동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신동빈 회장 등 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을 시도한 것이 지난해 7월27일이다. 이에 신 회장은 다음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하며 분쟁의 막이 올랐다.

이 사건으로 유통과 식품, 화학 등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재계 서열 5위로 올라선 롯데그룹의 기업 이미지와 소비자 신뢰가 나락으로 추락했다. 아울러 10만 롯데 임직원들의 가슴에도 지울수 없는 멍이 들었다. 여기에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대대적인 검찰 수사까지 받으면서 롯데그룹은 혼돈에 휩싸였다.

◇오너家 민낯 드러난 경영권 분쟁='왕자의 난'은 한때 종식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로 부임해 그룹을 성장시키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신 회장이 주주와 임직원들의 지지를 끌어내 친형 신 전 부회장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6월부터 배임, 횡령,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도덕성과 경영 지속성에 타격을 입었다. 이와 함께 경영권 분쟁 역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는 "어려운 시장 여건과 주변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그룹이 계속 성장했는데 지난 1년간 기업 이미지와 직원들의 사기가 악화됐다"며 "특히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까지 더해져 안타까운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가 길어지면서 '골육상쟁'을 벌이는 롯데 오너가의 민낯이 드러났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이날 롯데그룹 오너 일가 중 가장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롯데면세점, 백화점 등에 매장을 입점시켜주는 대가로 35억원의 뒷돈을 받는 등 80억원대 범죄를 저질렀다며 배임수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적은 지분으로 총수 일가가 90여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도 문제지만 피도 눈물도 없이 부자 간, 형제 간에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것은 한국 재벌의 비정상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낯이 드러나는 경영권 분쟁을 1년씩 끌고 있는데 대해 롯데 총수 일가가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워도 다시 한번…롯데 정상화돼야"=롯데그룹은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만큼 경영권 분쟁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하지만 외형적으로 드러난 피해는 막대하다.

면세점 업계 1위 롯데는 지난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업 특허를 잃었다. 올해 말로 예정된 롯데면세점의 특허권 재도전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상 초유의 방송중지 징계를 받은 롯데홈쇼핑은 인허가 로비 의혹이 추가돼 사업권 박탈이나 내년 재승인 실패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수조원 대에 이르는 미국 화학회사과 해외 면세점 인수가 불발되는 등 롯데그룹의 대형사업은 추진 동력을 잃은 상태다.


이처럼 기업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없기에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주가도 1년 간 크게 흔들렸다. 특히 소비자 신뢰가 중요한 유통 분야 계열사 주가는 급락했다. 26일 기준으로 롯데쇼핑은 14% 하락했고 롯데하이마트와 롯데칠성도 각각 34%, 29% 떨어졌다.

롯데 부진에 경쟁업체들은 반사이익을 즐기면서도 한편으로 빠른 정상화를 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강력한 라이벌이지만 영원한 동반자이기도 하다"며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가 마무리돼 선의의 경쟁을 하며 유통업계의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많은 고용을 일으켰고, 특히 여성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한국 경제에 중요한 기업"이라며 "롯데가 진통 끝에 지배구조 개선에 성공하면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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