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가전 심장부', 40년 만에 베일 벗다

머니투데이 창원(경남)=김성은 기자 | 2016.07.24 14:02

[르포]창원공장 모터·컴프레서 생산라인 첫 공개… "전세계에서도 공개 사례 유일"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성산동에 위치한 창원 2공장 내 모터 생산라인에서 LG전자 직원이 세탁기용 DD(Direct Drive) 모터를 생산하고 있다./사진제공=LG전자
22일 찾은 LG전자 경남 창원공장.

뙤약볕 아래 20층 규모 창원 연구개발(R&D)센터, 직원 생활관, 시스템에어컨 시험동 등 신축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사 규모만 약 2000억원 규모로 불황을 모르는 듯 바쁘게 돌아가는 생산현장이었다.

창원 공장은 생활가전 완제품뿐만 아니라 핵심부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컨트롤타워다. 1공장과 2공장으로 나눠 있으며 각각 1976년과 1987년 가동을 시작했다. 1공장(28만㎡)·2공장(52만6000㎡)의 연면적을 합치면 80만㎡로 축구장을 약 111개를 합쳐놓은 넓이다.

이날 창원 공장은 설립 40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에 모터·컴프레서 제조라인을 공개했다. 생활가전은 모터 또는 컴프레서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 때문에 모터와 컴프레서는 가전의 심장부라 불린다.

세탁기, 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 대부분이 모터 운동을 직접 이용한다. 컴프레서란 기화된 냉매를 고압가스로 압축해 다시 액체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담당해 냉장고, 에어컨, 정수기, 제습기 등에 활용된다.

LG전자 관계자는 "모터·컴프레서 생산라인을 공개한 가전업체는 전세계에서 LG전자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가혹실험 거친 모터·컴프레서···생활가전 최대 실적 이끌어=창원에서 모터를 생산하는 곳은 2공장 C동. 이곳 1층에 들어서니 '집념과 열정으로 마지막 0.1%까지 끈질기게 철저히 실행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곳에는 총 11개의 생산라인이 갖춰져 있다. 라인은 짧게는 10m, 길게는 50m에 달한다. 이곳에서 현재 작업 중인 모터의 종류는 총 13종이다.

각 라인별로 모터 제작의 공통 작업인 철심에 코일을 감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코일을 얼마나 많이 감을 수 있는지는 모터의 성능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다.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모터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DD(다이렉트 드라이브)모터로 전체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이 곳에서는 6초당 DD모터 1대씩이 생산된다.

박성길 모터제조파트장(부장)은 "최근에는 여름철 성수기를 맞이해 에어컨용 로터리 인버터 컨프레서 모터(가정용)나 스크롤 인버터 컴프레서 모터(상업용) 생산 주문도 많아졌다"며 "현재 이 곳 가동률은 150%에 달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LG전자의 모터·컴프레서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가혹실험'에서 나온다.

가혹실험이란 제품에 대한 인증·신뢰성 성능시험으로서 LG전자는 국가별 표준 규격보다 더 혹독한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실제로 작업장에 붙어 있는 실험실에서는 다양한 모터들이 소음, 온도, 진동, 수명 등 다양한 종류의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었다.

예를 들어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싸이킹'에 들어가는 모터 100여 대는 전원을 켜고 끄기를 수천회 반복하면서 수명을 검증받는다.

김봉진 모터품질보증파트장(부장)은 "숱한 가혹실험을 거친 제품만이 공장을 나갈 수 있다"며 "LG전자가 자신하는 모터 10년 무상보증 시스템도 이 같은 과정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혹독한 테스트를 거치는 것은 컴프레서도 마찬가지다. 컴프레서는 제조 단계에서 이미 수입검사·공정검사·출하검사 등 3단계 검사를 거친다. 제조 공정이 끝난 후에도 별도 검사실로 보내져 진동, 소음 검사를 받는다.

박동우 냉장고 컴프 품질보증팀장(부장)은 "컴프레서에 대해 냉매 유출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컴프레서 내부에 공기를 투입한 후 대형 수조에 넣어 기포가 생기는지 확인한다"며 "1개의 기포도 나오지 않아야 합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압력과 부하를 높여 부품의 마모가 생기는지 확인하고 영하의 극한 조건에서도 냉매가 정상적으로 순환하는지 등을 테스트한다.

박 부장은 "해외에서 생산돼 검증을 마친 컴프레서도 다시 창원공장으로 보내져 검증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며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품질을 보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모터·컴프레서의 깐깐한 품질 보증은 LG전자가 올해 1분기 생활가전 부문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LG전자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 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매출액 4조2195억원, 영업이익 4078억원을 달성했다. 분기당 영업익과 영업이익률(9.7%)은 역대 최고다.

LG 시그니처를 비롯해 트윈워시, 얼음정수기냉장고, 휘센듀얼에어컨 등 프리미엄 가전이 실적을 견인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가전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소음과 진동이 적어 탁월한 성능을 구현한다"며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도 갖춰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모터와 컴프레서 기술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에 위치한 창원 1공장 내 냉장고 컴프레서 생산라인에서 LG전자 직원이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생산하고 있다./사진제공=LG전자
◇혁신제품 뒤에는 혁신 모터와 컴프레서가…VC용 모터도 생산=지금까지 LG전자의 혁신 가전제품이 출시된 데는 모터와 컴프레서가 기여한 부분이 컸다.

LG전자는 1998년 세계 최초로 인버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DD모터를 출시, 세탁기에 상용화시켰다.

인버터 모터는 에너지의 필요량에 따라 모터의 회전수를 조절해 소비전력을 절약하기 때문에 고효율 프리미엄 가전의 필수 경쟁력이다. 이 인버터 기술을 결합한 DD모터는 LG전자 세탁기를 글로벌 1위에 올려놓은 일등 공신이다.

DD모터는 모터가 세탁통을 직접 구동시키는 방식으로 모터의 동력을 벨트를 거쳐 세탁통에 전달하는 기존 방식 대비 진동과 소음이 줄고 수명이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이 구조를 활용해 6모션 세탁 방식도 선보일 수 있었다.

이밖에 1993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BLDC(Brushless Direct Current)모터는 크기와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여 다양한 소형 가전 출시를 가능하게 했다.

LG전자는 올해 무게 470g으로 초소형 2세대 스마트 인버터 모터를 개발했는데 이는 무선 청소기 코드제로 싸이킹에 탑재됐다. 이 청소기는 무선 청소기 가운데 세계 최고인 205W(와트)의 흡입력을 구현한다.

LG전자는 2001년 세계 최초로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기술 상용화에 성공해 이를 냉장고 등 다양한 가전에 적용시켰다. 마찰과 마모가 발생하는 연결부위를 줄여 소음은 줄이고 컴프레서 수명은 늘렸다.

LG전자는 이같은 모터·컴프레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VC 사업부와의 시너지도 노린다.

이날 찾은 모터공장 한켠에서는 '전동컴프모터' 개발작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전동컴프모터란 전기차를 구동시키는데 들어가는 부품 중 하나다.

LG전자 관계자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컴프레서는 가전에 들어가는 컴프레서와 비슷한 점이 많다"며 "창원공장에서 생산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동차용 모터 부품은 이 곳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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