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출산율 최저-자살률 최고 한국…살 길은 규제완화·복지"

머니투데이 서귀포(제주)=오동희 기자 | 2016.07.23 20:46

[인터뷰]장하준 英 케임브리지대 교수, 영국발 금융위기 "판단 어렵다"...신기술과 융합기술 개발 힘써야

최근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양극화 문제의 해법은 규제를 풀고,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의 가장 큰 문제점은 EU 탈퇴 결과가 나올 때까지의 향후 2년간의 불확실성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3일 서귀포 제주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1회 대한상이 제주포럼'에 특별 강연자로 참석해 '한국기업의 도전과 과제'라는 강연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OECD 중 출산율 최저-자살률 최고…해법인 복지=장 교수는 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완화된 규제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신사업 기회가 확대돼 세수가 확충되면 이를 기반으로 한 복지 확대를 제안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출산률 최저에 자살률 세계 1위의 오명을 쓰고 있으며, 자살률은 OECD 평균의 3배이고 특히 노인자살률은 4배다"라고 지적했다.

여성이 출산을 할 경우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따른 저출산과, 퇴직 후 개인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연금이 없어 늘어나는 노인자살률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복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용의 기회를 창출하고, 생활방식을 바꿔서 대가족 중심의 사회보험을 세금을 내서 만드는 사회보험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 하나하나, 정책 하나하나로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해 충돌로 갈등만 키울 수 있는 만큼 큰 틀에서 바꿀 수 있는 토론을 하루 빨리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와 교육 및 복지 문제와 관련해 그 논의의 결과가 3~4년 후에 나오더라도 토론을 통한 국민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저는 그동안 궁극적 목표는 '급진적'으로 하되, 목표를 향해 가는 방법은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큰 틀의 복지정책 합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규제 완화 이후 한국의 선택, 미국이냐 영국이냐=OECD의 소득불평등 통계들을 보면 선진국 가운데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는 미국이다.

장 교수는 규제를 완화했음에 불구하고, 복지가 늘어나지 않는 미국 모델로 갈지, 규제완화를 통해 수익성이 늘어난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여 복지를 확대해 불평등을 해소한 영국 모델로 갈지의 기로에 서 있는 게 한국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금을 제하기 전의 소득불평등은 스웨덴과 독일이 높지만 이 국가들은 세금징수를 통해 부의 재분배를 실현해 평등지수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 스위스의 경우에는 세금 제외전 소득과 이후 소득을 비교해보면 불평등 지수가 비슷하다며, 한국 등은 세금이 아닌 규제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례로 중소기업 보호정책(중소기업 적합업종 등)이나 대기업의 신사업 진출 차단 등 규제를 통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분배 정책을 펼쳐왔지만 이런 불평등 해소법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

우리나라의 경우 복지 예산이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낮은 나라로 GDP 대비 10%선인데, 불평등이 가장 심한 미국조차도 GDP 대비 복지비의 비중이 20%라는 것.

장 교수는 2012년 새누리당에서 대선 화두로 '복지'를 들고 나왔을 때 큰 기대를 했지만 흐지부지 됐다며, 원래 복지 정책은 좌파가 아닌 우파들의 정책이라고 소개했다.

장 교수는 "복지정책의 기원은 독일의 비스마르크로 당시 양극화의 문제가 심해지자, 사회주의 선동과 봉기를 막기 위해 복지정책을 들고 나온 것"이라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의 비스마르크'가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고 전했다.


◇금융위기 가능성 질문엔…"판단하기 어렵다= 장 교수는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의 영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장 큰 문제는 EU 탈퇴까지 남은 시간의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파운드화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악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영국의 전세계적인 경제규모는 6~7위 정도이지만, 금융시장에서는 2위로 파급력과 포텐셜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영국의 실제 경제상황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현재 영국 내 상황은 주가지수가 좋아지고 있다"며 "이는 파운드화가 싸서 많은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자금들이 '치고 빠지는' 단기 자금인지, 계속 유지되는 자금인 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전자(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2년 후 협상 결과를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년 후인 2018년말이나 2019년초에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영국 내 기업들이 남을 지, 떠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확실한 것은 이렇게 탈퇴협상이 진행될 때까지의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980년대에는 그 나라의 외채나 상환능력, 수출을 통한 외화 보유 규모 등으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었으 나, 2000년대 이후에는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위기의 가능성을 점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우도 CDO(부채담보부증권)가 문제가 됐었는데, 그 당시 위기의 징조가 미국 에서 나타난 게 아니라, 독일과 스위스 은행에서 그 CDO가 상환이 안돼 위기의 징후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후진국들의 외채가 늘어 돈이 급박하게 오가고 하는 상황에서 IMF 등에서는 후진국의 자본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면서도 아프리카 신흥국들은 경제규모가 크지 않아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남미 국가 등이 곤란해지면 국제 금융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 기존 산업 없앨 신기술 필요=장 교수는 저성장 시대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관련해선 기존 산업을 없앨 수 있는 신기술과 기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융합기술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닥과 후지필름은 전세계 카메라 필름 시장을 양분했지만, 디지털카메라가 나오면서 코닥은 사라졌고, 후지필름은 필름 기술을 기반으로 한 화장품 등으로 새로운 변화에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새로운 산업 외에도 기존 산업과 연결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융합산업 등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최근 현대자동차 임원을 만났더니, 현대차가 자동차 회사인지 전자기업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더라"며 " 자동차 기술의 50%가 전자화되면서 융복합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신산업 분야와 관련 생명공학, 로봇 기술, 사이보그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래를 위해서는 정부든 기업이든 어느 정도 '도박'을 해야 한다며, 실패를 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해야 하는 데 그게 '기초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과 정부, 과학기술계가 모여 앉아 정부가 집중해야할 R&D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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