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 "제조업이 성장엔진…정부 R&D 등 적극 지원해야"

머니투데이 서귀포(제주)=오동희 기자 | 2016.07.23 11:14

중국의 추격과 세계 경제 침체 극복 방법은 제조업 뿐…기업은 기초기술개발, 정부 수요창출에도 노력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23일 서귀포 제주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1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특별강연에서 '힌국기업의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제조업은 아직 한국 경제의 핵심이자 엔진이다.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 힘쓰고, 정부는 산업은행 등을 통해 신사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3일 서귀포 제주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1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특별강연에서 '한국기업의 도전과 과제'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한국경제의 성취와 현재의 한국기업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선진국 경제 현황과 신흥국들의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제조업의 중요성과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과 정부의 R&D 지원 등 산업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대한민국 제조업의 성취는 기적이다"며 "1961년 한국의 1인당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이 미국의 2.4%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7181달러로 미국보다 30% 높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스위스, 싱가포르, 일본, 오스트리아,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이 높은 나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소득이 미국의 5%였던 가난한 나라가 1960년대 철강산업을 한다고 했을 때 전세계에서는 우리를 비웃었고, 세계은행은 한국에 돈을 꿔주지 말라고 조언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전자 등은 1970년대에 시작해 1980년대, 늦어도 9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주력 산업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예전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1980년대 경제성장률이 9%, 90년대 6%대였던 것이 2000년대에는 4%대로 떨어지더니, 2008년 이후로는 2010년을 빼고는 GDP 성장률이 2~3%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경제가 성숙하면서 경제 성장이 감속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2008년 이후에는 세계 경제 상황도 안 좋았지만, 이렇게 경제성장이 급격히 감속하고 있는 것은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같은 저성장의 원인으로 한국기업들이 지난 20여년간 대단한 신사업을 개발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정체된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이 철강, 조선, 휴대전화, 반도체, 가전, 액정패널 등 많은 분야에서 한국기업들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태양전지 등 일부 분야에서는 중국이 앞서 있고, 자동차 정도를 빼고는 큰 시장에서 선진국을 따라잡은 산업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23일 서귀포 제주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1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특별강연에서 '힌국기업의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장 교수는 선진국 경제도 과거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선진국경제는 2015년말 기준으로 20개 선진국 중에 11개국이 아직도 금융위기 이전의 1인당 실질소득(인플레 효과를 제외한 소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장 교수는 나머지 9개국 중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아시슬랜드, 스위스, 영국 등 5개국의 경우에는 2015년말 경우 8년전 소득 수준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다만 1인당 소득이 위기 이전에 비해 높기는 하지만 그 중 제일 성적이 좋은 아일랜드의 2015년 소득이 위기 전에 비해 0.3% 높은 정도라고 평가했다.


독일, 캐나다, 미국, 스웨덴 등 4개국만 경제위기 이후에 경제가 성장했지만, 그나마 이 나라들의 경우에도 엄청난 저성장에 빠졌다는 것. 독일이 연평균 0.8%, 캐나다와 미국은 0.4% 성장, 스웨덴은 연평균 0.1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장 교수는 선진국 경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 경제는 양적 팽창을 통해 자산에 거품이 끼어서 터질 위험이 크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최소 4-5년은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8년말까지는 모든 것이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고, 정치적 갈등이 더 심화될 수 있어 위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우리 기업들은 제조업 중심의 기초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산업은행 등 정부 소유 금융기관을 통한 금융지원과 대체에너지 등 신사업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수요를 보장해서 그들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미국 정부의 사례를 들어 우리 정부의 기업 지원 방향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미국에 속아서는 안된다며 "미국 정부의 경우 기초기술개발에 엄청난 연구비를 지원해 미국 경제의 기술적 우위를 지켜왔다"며 "아이폰에 탑재된 반도체, GPS, 터치스크린 등 대부분의 주요기술이 미국 정부연구지원, 특히 국방연구 지원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말까지 미국 총 R&D의 50~70%에 미국 정부의 돈이 들어갔고, 현재는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 비율이 30% 이상이고, 유럽 선진국의 경우 나라간 차이는 있지만 그 비율이 대개 30~40%라는 게 장 교수의 얘기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R&D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20~25%로 이 비율을 좀 더 늘려 기초기술 개발을 더욱 강력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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