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장기각' 남편, 사망 순간까지 아내 폭행 "안면손상 심각"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 2016.07.22 05:21

경찰 '우범자 관리소홀', 검찰 '기소중지', 법원 '영장기각'…세 번 겹친 실책이 살인 낳았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2차례 기각한 남편에게 목숨을 빼앗긴 부인이 사망 직전까지 폭행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정폭력을 처음 의심한 시점부터 살해될 때까지 4개월간 참혹한 수준의 폭력이 반복됐지만, 경찰에서 검찰, 법원에 이르기까지 사회보호망은 전혀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22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 자택 안방에서 남편 송모씨(61)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부인 A씨(58)의 얼굴에 심한 상처가 발견됐다. A씨 시신을 살핀 검안의는 "심한 폭행에 따른 안면손상이 A씨를 숨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부검 결과 직접 사인은 약물로 드러났지만, 전문가가 헷갈릴 정도로 사망 직전까지 A씨가 심한 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다.

또 검찰은 송씨를 3월말쯤 재판에 넘길 수 있었음에도 기소중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앞서 경찰은 범죄 예방 과정에서, 검찰은 형사처리 과정에서 중요한 실책을 저질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관련기사: [단독]구속영장 2번 '퇴짜' 남편, 끝내 아내 살해)

최초로 경찰이 송씨의 가정폭력을 의심한 것은 지난 3월 초 한 대학병원 의사가 내원한 A씨의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증상을 확인한 뒤 신고하면서다. 경찰은 자택 주변 CCTV(폐쇄회로화면)를 분석, 송씨가 주먹과 발로 A씨의 머리를 수차례 폭행하는 모습을 확보했다.

같은 달 중순 경찰은 송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도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장 기각 일주일 후 경찰은 확보된 증거를 모아 송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가정폭력이 명백한 상황에서 검찰은 송씨에 대해 시한부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폭행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A씨가 제대로 진술할 수 있을 정도로 인지능력이 향상될 때까지, 또는 인지능력 부족이 장기간 이어져 상해로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영장기각과 기소중지로 처벌을 피한 송씨는 5월말 또 한차례 A씨를 폭행했다. 당시 "A씨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앉아있다"는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곧장 A씨를 쉼터로 옮겼다. 동시에 A씨를 관리할 학대전담경찰관(APO)을 지정했다. APO는 A씨가 쉼터에서 지낸 16일을 제외한 한달여 동안 총 7차례 A씨 집을 방문하고, 13차례 안부전화 등 모니터링을 했다. 경찰 내규인 '월 1회 방문 또는 모니터링'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A씨의 죽음은 막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도, 남편의 처벌을 원하지도 않았다"며 "남편이 격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일 자택을 방문하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가정폭력 전과 18범' 송씨의 곁에 A씨를 둔 채로는 피하기 어려운 참극이었던 것. 우범자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 '직무범위 확대'를 외치는 경찰의 요구가 무색해진 대목이다.

검찰의 기소중지, 경찰의 우범자 관리 소홀에 이어 법원은 지난달 21일 다시 한 번 송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첫 번째 영장과 마찬가지로 "구속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에 경찰은 지난 11일 검사 지휘로 영장을 재신청했고,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이 계류 중인 가운데 참사가 벌어졌다.

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측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한 점에 대해 법원으로서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각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 그 시점에 제출된 자료 등을 바탕으로 구속사유가 있는지를 면밀하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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