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랴ZOOM]살인범은 선풍기? 누명을 벗겨주마

머니투데이 이슈팀 진은혜 기자 | 2016.07.22 10:33

'선풍기 살인' 과학적 근거 부족… 손가락 끼임, 과열 등이 오히려 위험

편집자주 | "안 물어봤는데", "안 궁금한데"라고 말하는 쿨한 당신. 대신 쿨하지 못한 머니투데이 기자들이 알아봤습니다. 일상 속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부터 알아두면 유용한 꿀팁까지, "안알랴줌"이란 얄미운 멘트 대신 오지랖을 부리며 들려드립니다. "알랴~줌"

한국의 선풍기 괴담(fan death)를 소재로 한 1분 46초짜리 만화./사진=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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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가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다는 말을 아직 믿어요. 뭐라 말해야할까요?" / "요즘 선풍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해요."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는 '선풍기 괴담'을 두고 나온 이야기다. 과거에 비해 이 괴담을 믿는 사람은 줄었지만 선풍기 살인은 여전히 여름철 대화의 단골소재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5월 23일 각국의 독특한 풍습을 전하는 '대체 이게 뭐지?'(What in the World) 코너에서 선풍기 죽음(fan death)을 소개했다. NYT는 "잘못된 가설이지만 한국 매체, 기관은 보도를 멈추지 않는다"며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2006년 에어컨·선풍기로 인한 질식 사고를 '여름철 5대 안전사고' 중 하나로 꼽은 사실을 지적했다.

이 기사가 보도되자 억울함을 표한 이들도 있었다. 선풍기로 인한 사망설을 의심하고 진위를 가려내려고 노력한 이들이 국내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풍기의 억울한 누명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선풍기와 관련해 진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 선풍기는 잘못 없다… "실험도 있네"
물리학자인 카이스트의 임춘택 교수는 선풍기 사망설을 몸소 반박한 사람 중 하나다. 임 교수는 "비용 문제로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틀어야 하는 국민들에게 괴담을 방치해두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선풍기는 안전한 기계"라고 주장한다.

그는 '강한 선풍기 바람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 죽는다'는 주장에 대해 "선풍기 바람보다 훨씬 빠른 자전거나 자동차가 달릴 때 바람을 맞아도 호흡곤란을 겪지는 않는다"며 "만취했거나 호흡기 환자가 아니라면 문제될 것 없다"고 분석했다.

또한 "선풍기는 바람을 일으키는 기구일 뿐 산소를 소비하는 생명체나 내연기관이 아니므로 '선풍기가 산소를 흡입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킨다'는 설은 논란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2008년 여름엔 선풍기 살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산소부족·저체온증'을 규명하기 위한 실험도 했다. 그는 문을 닫은 방에서 선풍기 바람을 2시간 동안 맞으며 10분 간격으로 혈압·맥박수·체온을 쟀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딸도 실험에 동참했다. 그 결과 선풍기로 인한 혈압·맥박수·체온 변화는 거의 없었다.


임 교수는 "강한 바람으로 인한 호흡곤란·산소부족·공기희박·저체온증 등 선풍기 살인의 원인으로 지목된 모든 것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거나 치명적인 위험과는 거리가 멀다"며 "물론 감기 드는 것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선풍기가 켜져 있는 상태에서 죽은 사람들의 사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고 설명한다. 심장병이나 뇌질환·부정맥 등이 있는 사람이 자다가 사망한 경우 공교롭게도 옆에 켜 져있던 선풍기가 유력 용의자가 된 셈이다.

해외 누리꾼이 선풍기 괴담을 겨냥해 올린 글과 사진. “사무실에 새 선풍기를 들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것 때문에 죽을까봐 좀 무섭다”./사진=트위터
◇ 진짜 주의해야하는 것? 물리적 충돌·화재
선풍기는 직접적인 사인이 될 수 없지만 부주의하게 다루면 안전사고를 부를 수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보고된 선풍기 안전사고의 59.7%가 '작동중인 선풍기에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라고 지적했다. 그 외 작동중인 선풍기가 해체, 파손되면서 위해를 당하거나 선풍기가 넘어지거나 벽걸이형 선풍기가 떨어지면서 다치기도 있다.

소비자원은 특히 6세 이하의 영유아가 선풍기 이용 시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영유아 사고 대부분이 선풍기 덮개 사이로 손가락이나 이물질을 넣다가 손가락이 베이거나 부러지는 사고이기 때문이다.

선풍기가 화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국민안전처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에어컨이·선풍기 같은 냉방기 관련 화재가 총 380건에 달하며 8월에 최고조에 이른다고 말했다. 선풍기 화재는 주로 모터 과열에 의해 발생한다.

소비자원과 안전처는 선풍기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만 6세 이하 유아가 있는 가정에서는 선풍기 덮개 전체를 덮는 안전망을 씌울 것 △아이들의 동선을 고려해 선풍기를 둘 것 △외출 시 전원 플러그를 뽑을 것 △벽이나 천장에 설치한 선풍기의 부착 상태 등을 꼼꼼히 점검할 것 △모터의 먼지를 제거할 것 △장시간 사용 시 모터 부분이 뜨거우면 잠시 사용을 중단할 것 등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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