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벤션센터, 절반 노는데"…'제2코엑스' 타당성 논란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16.07.21 05:47

무역협회 잠실운동장 일대 추진, '전시성 낭비' 불보듯...서울시 "무협 제안, 결정된 바 없어"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지난 5월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제2코엑스 설립 방침을 밝히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기존 컨벤션센터들이 제대로 활용되지도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무역협회가 또다시 '제2코엑스' 건립을 추진하는데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무역협회 주도의 민간사업 방식이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무협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제2코엑스' 계획이 또 하나의 거대한 전시성 사회적 낭비의 표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일 무역협회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지난 5월 3조원의 자금을 자체 조달해 서울시 소유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토지를 임대, 10만㎡ 이상 규모의 제2무역센터를 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연결해 MICE(회의·관광·컨벤션·전시)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무협은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 4500억원 가량의 자기자본을 만들고 나머지는 금융권 대출 등을 통해 모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만간 서울시가 세워둔 잠실지구 재개발 기본계획을 토대로 무역협회를 포함해 다양한 민간 사업자로부터 제안을 받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타당성이 떨어질 경우 내년 상반기 정부고시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무역협회 제안 여부와 상관 없이, 잠실종합운동장 부지를 2025년까지 MICE특화 산업단지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마스터플랜은 지난 4월 발표된 바 있다.

지난해 말 리노베이션을 마친 코엑스는 임대 공간을 기존 13만2000㎡에서 15만4000㎡로 확장하며 부동산 임대 수익 창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민동훈 기자

무역협회가 제2코엑스 사업자로 선정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수요 창출이 어려울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국 14곳의 컨벤션센터 중 서울의 3곳(코엑스, 세텍, aT센터)을 제외한 11곳의 평균 가동률은 40~5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70%), 경남 창원컨벤션센터(70%) 등이 선방하고 있을 뿐, 경북 구미컨벤션센터와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는 30% 가량의 가동률을 보인다. 부산 벡스코 역시 가동률이 50%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협회 자회사인 코엑스의 변보경 대표이사는 "코엑스의 실제 가동률이 95%를 넘는 포화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일반 상업용 임대공간 등을 합산한 수치다. 코엑스 전시시설과 회의시설 등 MICE 기능은 70% 수준의 가동률에 머물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대규모 회의·컨벤션 시설이 1년 중 30% 가량 공실상태라는 뜻이다.

2300억원 가량의 세금을 투입해 2011년 완공한 일산 킨텍스는 현재 가동률 50% 가량이다. 2020년 증축을 통해 17만㎡로 규모를 늘릴 경우 가동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역시 비슷한 시기 문을 열게 될 제2코엑스와 수도권 MICE 유치를 두고 출혈경쟁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다음달 착공하는 수원컨벤션센터 역시 경쟁자다.

한 지역 컨벤션센터 관계자는 "이미 서울권 컨벤션센터들이 MICE 수요를 대부분 가져가고, 지역에서는 이삭 줍듯 국제회의 등을 겨우 유치해 시설을 근근이 유지하고 있다"며 "새로이 대규모 수요를 창출할 뚜렷한 방안 없이, 또 다른 킨텍스(10만8500㎡)급 규모 컨벤션센터를 짓는다면 것은 사회적 낭비"라고 비판했다.

한편 무역협회는 MICE산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올해 안에 대부분의 자회사를 구조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코엑스몰은 법인을 청산하고, 코엑스가 맡고 있던 무역센터 부동산 임대 기능 역시 외부에 넘길 방침이다. 한국도심공항 역시 고강도 구조조정이 예고되자 한국도심공항 노동조합에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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