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상 M&A심사 기간이 120일(자료보정 기간 제외)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란 평가가 많다. 공정위가 총선 등 정치권의 눈치를 본다는 해석도 많았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18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관련 브리핑을 열고 "해외 사례 검토, 실제 데이터 분석 결과 등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이후 시정조치를 어떻게 내릴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1월2일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발행주식 30% 취득계약과 CJ헬로비전(존속)-SK브로드밴드(소멸)간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한달 뒤인 12월1일 이 같은 내용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됐다. 국내 최초의 방송·통신사업자간 기업결합인 동시에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였기 때문에 공정위에서도 신중을 기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공정위는 경제분석 전문가를 포함한 심사전담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경쟁제한 가능성을 면밀히 들여다봤다.
이번 기업결합은 결합당사회사들이 방송과 통신분야에서 여러 종류의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어 검토할 내용이 복잡하고 방대했다. 다양한 수평형·수직형 기업결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관련시장 획정부터 각 시장별 경쟁제한가능성 분석, 경제분석과 국내외 방송·통신분야 기업결합사례 분석 등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심도있는 심사를 진행했다.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결합당사회사 제출자료는 물론 관련 정부기관과 각종 연구기관의 정책보고서, 방송·통신분야 경쟁사업자 등 이해관계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 방송통신위원회 등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검토하는 데 특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지난 5월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통해 "3월말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간한 통신시장,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보고서의 내용이 방대해 검토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실제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보고서는 601페이지, 방송시장 관련 보고서는 456페이지로 방대한 분량이었다.
공정위는 주요 방송·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으고, 결합당사회사와 경쟁사업자들이 제출한 경제분석 의견을 토대로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적 효과를 계량적으로 분석하는데도 공을 들였다.
유료방송시장에서 수평형 기업결합으로 인한 수신료 인상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해 선진 경쟁당국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가격인상압력(UPP) 분석을 활용해 신뢰성을 높였다.
UPP는 2010년 미국 수평결합 가이드라인에 도입된 이후 주요 경쟁당국에서 기업결합 심사시 사용하는 경제분석기법을 말한다.
UPP 수치가 마이너스가 아니고 양의 값을 가지면 기업 결합 이후 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중장기값을 사용했을 때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기업결합 UPP지수는 최저 1.76%~7.41%까지 나타났다. 기업결합 이후 가격 인상 압력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밖에 공정위는 관련시장을 획정하고 경쟁제한성 판단과 시정조치 수준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 미국, 유럽 등 해외 방송·통신 기업결합 사례를 참고했다. 이처럼 다각도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8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신 처장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며 "유료방송시장을 전국시장으로 보느냐 권역별 시장으로 보느냐부터 시작해서 경쟁제한성 판단, 시정조치 등에 관해 면밀히 검토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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