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상장날, '춘천'으로 향한 이해진 네이버 의장 왜?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서진욱 기자 | 2016.07.17 16:54

데이터센터 '각' 보여주며 韓 인터넷 산업 위기 피력…'토종 기업' 이미지 다지기도

강원도 춘천 구봉산자락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사진=네이버

서울에서 차량으로 1시간 반 거리. 강원도 춘천 구봉산 자락에 들어서면 납작하고 넓게 퍼진 건물이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도서관 같으면서도 산을 깎아 만든 요새 같기도 한 이 곳은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이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지난 15일 라인이 미국과 일본 증시에 상장하는 역사적인 날 '각'을 찾았다. 라인 상장 기념 간담회를 '각'에서 진행한 데에는 이 의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대한민국 일상 저장소 '각'…글로벌 공룡에 맞설 '최전방 요새'= 이 날은 '글로벌 진출'이라는 이 의장의 20년간 바램이자 한국 인터넷 업계의 숙원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한국이 키워낸 기업이 미국과 일본 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사례는 라인이 최초다. 하루 동안 '자랑'만 늘어놔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자리였지만 이 의장은 이 날을 특별하게 사용했다. '각'을 보여주며 네이버가 중요시하는 가치, 그리고 한국 인터넷 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화두를 던지는 자리로 활용한 것.

국내 인터넷 산업에 대한 이 의장의 고뇌는 이날 간담회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 의장은 간담회를 여는 인사말에서 '각'이 단순히 하드디스크나 서버를 두는 곳이 아닌 '후대를 위한 현재의 기록 보관소'임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이 급격히 진행되는 가운데 핵심 키워드로 꼽히는 '데이터'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이 의장은 '각'의 가치에 대해 "수백년 전의 고서 하나가 과거를 가늠케 해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됐듯, 지금의 사진 한 장, 글자 하나가 후세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각'이라는 이름에서도 데이터에 대한 네이버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각'은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던 합천 해인사의 '장경각'에서 따왔다. 나라가 위험에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록의 중요성을 알고 지켜 낸 선조들의 지혜를 계승코자 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각'은 국내 IT 기업들이 글로벌 공룡들에 대항해 국내 시장을 지켜낼 수 있는 '요새'인 셈. 관련 업계에서는 AI(인공지능)를 활용한 각종 미래 서비스의 핵심이 데이터인 만큼 세계 각국의 정보를 빨아들이고 있는 구글이 향후 전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네이버에는 1초마다 7400개의 검색어가 입력되고 메일 2500개가 오간다. 또 이미지 450건 이상이 네이버 클라우드에 등록된다. 축구장 7배에 달하는 크기를 자랑하는 '각'은 규모 면에서나 기술적인 면에서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각'에 보관할 수 있는 서버의 양은 총 12만대 가량. 서책 900만권을 소장한 국립중앙도서관 만개를 지어야 할 정도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규모다. 설립에는 1500억원이 투입됐다.


강원도 춘천 구봉산자락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내부 서버실 모습./ 사진=네이버

◇"韓 인터넷 서비스, 생존의 기로"…'토종기업' 이미지 다져= 이 의장은 이날 한국 인터넷 사업이 처한 '위기'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구글의 불공정 경쟁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인터넷 업계에서 독자적인 자기 서비스를 가지고 생존하고 있는 회사는 미국과 중국 회사밖에 없다"며 "동영상, 사진 등 카테고리가 하나씩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생존할까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구글이 이용자 데이터 활용과 매출, 세금에 대한 투명한 공개 없이 지도 데이터 반출을 신청한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이 의장은 "서비스를 하려면 매출도 정확히 하고 세금도 내야 하는데 이걸 하지 않으면서 벌어들인 이익을 투자 등에 활용하는 등 불공정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며 "앞서 문제가 됐던 개인정보 이슈 등이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구글의 지도 반출에 대한 논의 자체가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각'에서의 간담회는 네이버와 구글의 차이점을 피력하면서에 토종 인터넷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신의 한 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라인이 일본 등 주요 서비스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일본과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일본 기업'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가운데,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겠다는 것.

이 의장은 이날 네이버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응원에 대한 바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의장은 "해외에 혁신적인 서비스도 많이 있지만 네이버도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많은 시도들을 하고 있다"며 "너희는 왜 저런 걸 못하냐 혁신이 뭐냐고 하는 표현들을 접할 때마다 참 속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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