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스펙 사회'…취업난에 변호사도 공무원시험 응시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 2016.07.20 09:27

[the L리포트][변호사 취업난] ① 일부 직렬 가산점 5점에 법과목 많아 유리

김동극 인사혁신처장(왼쪽)이 2016년 7월14일 국가공무원 9급 면접시험이 치뤄지고 있는 서울 양재동 aT센터를 방문, 김진수 인재개발국장으로부터 시험 관련 브리핑을 받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달 광주광역시 지방공무원 9급 임용시험에 변호사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개인의 선택이란 의견과 함께 소위 '오버스펙'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현직 변호사가 공무원 시험에 지원해 합격을 노린다면 과연 어떤 직렬로 응시하는 것이 좋을까.

변호사 정규직 공무원시험 응시땐 가산점…법학 과목 다수 포함된 직렬 유리

변호사가 공무원 시험에 지원하면 가산점을 지원하는 과목 위주로 지원하게 될 것이다. 공무원 시험의 가산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특정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자격증 가산점이 있다.

특정 직렬의 응시자가 해당 자격증을 소지한 경우 40점 이상 받으면 5점의 가산점이 주어진다. 해당 직렬은 일반행정, 교육행정, 세무직, 관세직, 감사직, 교정직, 보호직, 철도경찰직, 검찰직, 마약수사직이다. 이는 7급과 9급의 직군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수험 과목까지 따지면 변호사들이 응시하기에 유리한 직렬은 뭘까. 9급의 과목들은 법과목이 많지 않아 7급이 유리하다. 7급 중 일반행정은 헌법과 행정법 두 개의 법과목이 포함돼 있고 직렬에 따라 세 개까지 포함돼 있으며 검찰사무직은 형법, 형사소송법, 헌법, 행정법으로 총 4개의 법과목을 포함하고 있다.

수험가에서는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변호사들마저 공무원 시험으로 쏠릴 가능성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 9급 공채를 준비중인 수험생 A씨는 "변호사들이 5점씩 가산점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한 문제로 당락이 갈리는 공무원 시험에서 너무 유리한 것 아니냐"면서 "변호사가 9급 공무원이 됐을 때 더 일을 잘 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려면 필수 자격증으로 변호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정규직 공무원 선택 앞으로 늘어날 것…본인 선택 vs 고학력화 사회 부정적

높은 연봉을 받지만 그만큼 높은 업무 강도를 견뎌야 하고 안정적이지 못한 송무 시장보다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택하는 변호사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이는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변호사들이 늘어난 결과다. 본인의 선택인 것이다.


올해 처음 정규직 9급 시험에 응시한 변호사가 나왔지만,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게 현직 변호사들의 얘기다. 현재 기관에 따라 5·6·7급 자리에 변호사를 뽑고 있지만 대부분 별정직이거나 계약직으로 뽑고 있다. 대개 1~2년정도 짧은 기간만 일하게 되고 이후 재계약은 보장이 안 된다. 따라서 안정적인 정규직 공무원으로 일하고자 하는 변호사들이 공무원 시험 응시에 나설 수 있다.

이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유스트)는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은 변호사라 하더라도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며 "그러나 전문가로 교육받은 변호사가 사실상 변호사로서의 업무를 전혀 담당할 수 없는 직역에 진출하는 건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호식 변호사(법무법인 서율)은 "기존 변호사들의 활동 영역과 다르다는 점에서 일시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의아하게 여겨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다양한 영역에 변호사가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변호사 수를 늘린 정책의 목적과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9급 공무원 임용 숫자는 한정돼 있는데 그 자리를 변호사가 차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졸자와 고졸자의 취업자리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유명 로펌에서 일하는 A 변호사는 "자신이 변호사 자격증 딴 것을 어떻게 활용하든 자신의 선택이고 이미 취득한 변호사 자격증이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변호사들이 취업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라며 "사회 자체가 고학력화 되는 것 같은데 이는 사회적 낭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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