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 세상] 미용실 '깜깜이 요금' 못 고치나요?

머니투데이 강선미 기자 | 2016.07.24 09:30

'파마 2만원'이라더니 6만6000원…'기본가격+a+b+c' 가격구조 문제

편집자주 |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정보와 감동을 재밌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좁게는 나의 이야기로부터 가족, 이웃의 이야기까지 함께 웃고 울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1. 동탄에 사는 대학생 윤모씨(20)는 또 당했다는 분한 마음이 듭니다. '기장추가 없이 파마 2만원, 염색 2만원…' 나름 정가제를 표방한 미용실을 찾았는데 결국엔 또 생각보다 많은 돈을 지불했기 때문입니다. 반사빛 염색제를 사용해야 한다며 1만원, 손상모이기 때문에 클리닉 3만원, 카드로 계산해서 10%를 더해 총 6만6000원을 냈습니다.

#2. 분당에 사는 주부 공모씨(56)는 광교 신도시에 새로 문 연 미용실을 찾았습니다. 파마를 하려고 한다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샴푸실로 안내했습니다. 생머리 상태를 봐야 정확한 약값이나 시술 방법을 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시나 헤어 디자이너는 생각지도 않은 다양한 시술을 권했고, 공씨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머리를 맡겼습니다. 머리까지 감은 마당에 가운을 벗고 되돌아 나오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좀처럼 예상하기 힘든 게 미용실 요금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계산대에 서기 전까지 혹은 디자이너가 최종가격 판정을 내릴 때까지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없습니다. 단골 미용실에서조차 머릿결 상태나 컬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미용실의 '깜깜이 가격'은 왜 생길까요? '기본가격+a+b+c'로 형성된 가격 구조 때문입니다. 보통 옥외간판에 붙은 파마 2만원은 그야말로 기본가격입니다. 여기에 영양 유무, 기장, 디자이너급에 따른 요금이 추가됩니다. 머릿결을 보호한다는 영양시술은 2만~10만원, 신입 디자이너냐 원장님 시술이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귀밑, 어깨, 가슴께 등 머리카락 기장에 따른 추가요금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전국 211개 미용실을 방문해보니 84.8%의 미용실에서 추가 요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추가 요금이 발생한 이유로는 특수케어(38.2%), 기장 추가(23.5%), 원장 또는 특정 디자이너의 서비스(20.1%) 순이었습니다.

미용업계는 이러한 깜깜이 가격 구조가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미용 서비스가 마치 된장찌개 1인분처럼 균일하게 제공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모발상태나 디자이너 실력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정확한 가격을 고지하냐고 합니다.


시장경제에서 정보 비대칭 상황은 역선택, 도덕적 해이 등의 부작용을 낳습니다.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시고 맛없는 레몬만 사다 보면 결국 시장에는 맛없는 레몬만 남는다는 경제학 용어 '레몬마켓'은 정보 비대칭 상황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제대로 된 가격을 알지 못하는 손님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합리적인 선택에 실패한 소비자들은 미용실에 대한 불신이 커집니다. 최근 충북 충주에서 장애인을 상대로 52만원의 염색 값을 받아낸 한 악덕 미용실 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컸던 것도 그동안 미용실의 깜깜이 가격에 쌓였던 불만이 터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일 서비스를 시작한 O2O 서비스 '카카오헤어샵'은 그동안 베일 속에 가려졌던 가격정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도입했습니다. 다양한 헤어스타일의 모델 사진에 총 비용을 적어놓거나 디자이너급별로 다른 가격을 게시하는 것입니다. 미용실들의 '어쩔 수 없다'는 핑계가 통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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