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원의 럭키백]사이버물리시스템과 디지털아테네

머니투데이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 | 2016.07.16 03:13

“인간-AI-로봇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 논의할 때”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사진=블룸버그


고용주에게 인공지능(AI)과 로봇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인간은 먹고 쉬고 생리적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가족과 동료, 상사와의 갈등으로 심리상태가 변할 때도 많다. 건강 및 기후, 환경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 모든 변수가 생산성과 직결된다. 그러나 AI와 로봇은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며 작동한다. 월급을 줄 필요가 없고, 시간외 수당이나 복지 등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 노조를 결성하지도 않는다. 인간처럼 재교육할 필요도 없다. 새로운 작업이 요구된다면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업그레이드만으로 성능과 기능을 확장하면 된다. 실수도 없고, 멀티태스킹 능력을 갖춰 서로 다른 작업들을 동시에 수행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노동자를 로봇으로 교체하지 않고 있다. 기술적 경제성의 한계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한계가 무너질 날이 이렇게 빨리 들이닥칠지는 몰랐다.

최근 로봇 가격을 보자. 소프트뱅크의 AI 로봇 ‘페퍼’의 일반용 본체는 19만 8000엔(약 178만원), MIT 대학의 감성로봇 ‘지보’도 500달러(약 58만원) 수준으로 생각보다 가격대가 높지 않다.

리싱크로보틱스에서 개발한 ‘박스터’의 가격은 2만 5000달러(약 2900만원)로 시간 당 운영비용은 4.32달러(약 5000원)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 최저 시급인 7.25달러(약 8300원)의 60% 수준으로 전일제 노동자를 평생 고용하는 것과 같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로봇의 투자회수 기간이 2008년 11.8년에서 2015년 1.7년으로 7년 사이 무려 10년 이상 단축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1.3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로봇이 작동하는 환경도 안전망으로 제한된 공장 내부였으나 이제는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로봇이 AI와 결합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고민하던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공간이 '사이버물리시스템'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간이 담당해 오던 정보인지, 상황판단 및 대응, 빅데이터의 데이터베이스화와 분석은 AI가 수행한다. AI가 존재하는 사이버 세상과 인간이 존재하는 물리적 공간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매개체 역할은 로봇이 맡는다. 인간의 많은 기능을 AI와 로봇이 대신하는 사이버물리시스템 속에서 로봇과 인간은 어떻게 함께 해야 할까. 일본은 ‘공진화’(共進化), 미국은 ‘협력로봇’(co-robot)을 내세운다.

공진화는 사이버물리시스템 내에서 AI와 로봇, 사람이 개별적으로 최적화되고 진화하면서 시스템 품질향상과 개선이 계속 발생하는 사이클을 뜻한다.

협력로봇은 인간 바로 옆에서 함께 일하며 인간의 역량을 높이고 생산성을 극대화시키는 AI,와 로봇, 인간의 협업과 공생 모델이다. 로봇들이 위험 상황에서도 인간과 안전하게 공존할 뿐 아니라, 임무를 기획·수행할 때 인간의 파트너로 공생관계를 만들 것을 목표로 한다.

AI와 로봇이 기존의 파괴적 혁신을 넘어 빅뱅 유발기술로 불리며 직업의 종류와 노동유형까지 변화시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가설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의 보유 여부가 부의 격차를 결정짓는다는 ‘로보틱스 디바이드’란 용어도 등장했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강한 AI가 인간을 지배 한다’, ‘킬러로봇이 등장 한다’ 등 인간의 안전과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예언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작 이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와 논의는 쏙 빠져있다.

사이버물리시스템의 핵심은 ‘인간’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 상황에 맞도록 AI와 로봇, 인간이 사이버물리시스템 내에서 공진화하고 인간 중심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디지털 아테네’는 일반인들이 AI와 로봇들과 직장 혹은 가정에서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상황에서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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