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산업정책 부처간 '엇박자'…'M&A 불허' 대통령 공약도 역행

머니투데이 이하늘 기자 | 2016.07.07 06:00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불허 파장]통합 전국점유율 대신 구시대적 '지역 점유율'로 독과점 판단

"케이블, 위성, IPTV(인터넷TV) 등 서로다른 유료방송 규제체계를 일원화 하고, 미디어 융합 촉진을 위한 규제를 완화하겠다."

2012년 말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웠던 방송부문 핵심공약이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유료방송 규제 일원화와 방송통신 융합 가속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해 추진해왔다.

그러나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관련 공정위 불허 방침은 이같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류와 완전히 상반된 행보라는 평가다. 당장 유료방송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중장기 정책추진 역시 급제동이 걸릴 처지다.

◇공정위 심사기준, 정부 정책기조 역행

미래부는 지난 2014년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 지역 단위 겸영 제한을 전국 단위로 넓혔다. 권역을 기반으로 한 점유율, 소유 규제를 폐지하며 규제 일원화에 나선 것. 최근에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통합방송법(방송법 개정안) 제정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이 핵심이다. 서로 다른 법의 적용을 받아왔던 케이블TV와 위성방송, IPTV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동일한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사업자의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3분의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제8조의2)를 통해 점유율 규제 방향을 권역이 아닌 전국단위로 정했다. 이는 권역별 규제가 진행되면 유료방송 시장의 선제적 체질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는 심사보고서는 이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을 담았다. 공정위는 M&A가 지역별 유료방송 시장에서 독과점을 유발할 것이라며 불허하겠다고 통지했다.

미래부가 지향하는 전국 단위 점유율 기준으로 보면 이번 M&A가 성사되더라도 합병법인의 점유율은 26.5%다. 시장 1위 사업자인 KT(30.0%)에 못 미친다. 하지만 공정위는 전국 77개(현 78개)로 쪼개진 권역별 시장을 봤다.

과거 정부는 유료방송 활성화를 77개 권역으로 쪼개고 다수 권역에서 특정 사업자에 독점 권한을 부여했다. CJ헬로비전은 다양한 권역 사업자 인수를 통해 현재 총 23개 권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21곳에서 시장점유율 1위다. 나머지 55개 권역에서는 가입자가 전혀 없다. 합병법인이 탄생하면 이 법인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권역은 15곳 이상이다.

공정위도 이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제껏 특정 지역 점유율을 대부분 차지한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인수합병을 모두 승인해줬다.(표 참조) 지난해 10월 티브로드대구방송의 대구케이블방송 합병 역시 공정위 승인을 거쳐 이뤄졌다. 잣대는 같지만 심사결과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셈이다.


◇방송 주무부처? 미래부 사실상 심사배제

공정위 심사결과가 알려지면서 주무부처인 미래부도 '멘붕'이다. 방송통신 융합 및 규제 완화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진행해온 정책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될 처지다. 한 미래부 인사는 "공정위 심사보고서는 사실상 미래부의 역할을 무시한 것"이라며 "내부에서 황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방송 주무부서로서의 권위도 크게 훼손됐다. 주무부처의 정책이 사실상 타 부처의 판단에 따라 뒤집어지면서 향후 방송정책 집행 과정에서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이번 M&A 심사는 양 부처간 협의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 최종 인가 여부를 결정하는 곳은 미래부다. 하지만 공정위는 '불허'를 명시했다. 조건부 인가라면 그 수위 등을 놓고 조율이 가능하지만 이번 경우는 협의 여지가 전혀 없다. 결국 공정위가 사실상 M&A 최종결정을 내린 모양새다. 미래부로선 공정위가 짜놓은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외통수'에 몰린 형국이다.

과거 양 부처는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려왔다. 지난 2008년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인수가 대표적이다. 당시 공정위는 주파수 관련 규제를 포함한 시정조치를 결정, 사실상 조건부 승인을 했다. 이후 미래부는 이를 기반으로 공정위와 논의 끝에 일부 조건을 완화, 최종 승인을 결정했다.

국회의 한 방송정책 담당자 "공정위가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미래부가 심사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완전히 사라졌다"며 "결국 주무부처의 입장을 고려치 않은 공정위의 월권으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 2월 유료방송 시장에 대한 점유율 사전규제 폐지 및 사후규제 도입을 주장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합산점유율 33%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IPTV법 개정안에 대해 '해당 개정안이 사업자의 영업활동에 대한 자유 및 자유로운 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시장의 혁신동력을 상실시킬 것'이라며 '사후적 규제를 통해서도 부작용 시정이 충분히 가능한만큼 현행 시장점유율 사전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검토의견을 미래부에 제출한 것.

이로 인해 해당 개정안을 검토 중인 국회에서는 합산규제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공정위는 철폐를 주장한 합산규제보다 훨씬 수위가 높은 권역별 점유율 규제에 나서면서 '자가당착'에 빠진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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