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아! 장대비…" 장마가 야속한 개성공단 입주사들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 2016.07.06 11:34
"이젠 공단이 재가동되더라도 정상적인 생산 활동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전역에 수일째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장마건만, 북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CEO(최고경영자)들에겐 올해 장마가 아픔으로 기억될 듯하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6일 "장마철이 오기 전에는 통상 설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때문에 정부에 방북을 요청한 건데, 이미 장마는 시작됐고 공단 내 설비들은 모두 못쓰게 됐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지 이날로 149일째다. 오는 10일이면 5개월이 된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2월 10일. 입주기업들엔 공단 가동 전면 중단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의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으로 급격히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원인이었다.

공단에 남아있는 최소한의 원부자재와 완제품이라도 반출하려는 입주기업들의 노력도 하루 만에 물거품이 됐다. 이튿날 북측이 우리 측 인력을 전원 강제 추방하고 자산도 동결하는 조치를 취한 것. 이로써 공단은 사실상 전면 폐쇄에 들어갔다.

입주기업들은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정부를 상대로 공단 재가동과 함께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여야 정당을 찾아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위한 피해보상 특별법'(가칭) 제정도 촉구했다. 정부를 상대로 한 첫 법적인 조치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대위 노력에도 정부 측이 입주기업들에 제시한 보상 대책은 저금리 대출과 세금유예 등에 머물러 있다. 냉각된 남북관계 역시 해빙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공단 재가동 가능성도 매우 희박한 상황이다.

정부의 미봉책과 요원해진 공단 재가동 등에 마음이 내려앉은 입주기업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지난달 정부에 방북을 요청했다. 장마철이 되기 전 공단에 두고 온 설비에 기름칠을 하고 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비닐을 입히는 등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만에 하나 공단이 재가동될 경우를 대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하지만 입주기업들에 날아든 건 정부 측의 방북 불허 통보였다. 통일부는 방북을 신청한 입주기업 27개사 대표들에 지난 1일 '북한방문신청이 불허됐다'고 일괄 통보했다. 결국 장마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고, 입주기업들에 남은 마지막 희망은 장대비와 함께 물거품이 됐다.

정 회장은 "설비를 모두 바꾸더라도 공단 재가동만은 이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한편 비대위는 오는 8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피해실태조사 결과 및 정부지원대책 실상, 비대위 활동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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