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군에 여성 법조인 단 1명인 이유는?

머니투데이 송민경(변호사), 유동주 기자 | 2016.07.02 15:27

[the L 리포트][대법관으로 가는 길]③ 후보 명단 34명 중 1명 불과…20년차 45세이상 자격 요건 갖춘 여성 법조인 극소수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사진=뉴스1

이인복 대법관의 뒤를 이을 대법관 후보 명단의 34명 중 여성이 단 1명만이 포함돼 여성 법조계를 홀대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성 법조인들은 의무적으로라도 대법관 후보에 여성을 포함시킨다거나 하는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변호사회 "대법원 각 부마다 1명씩 여성 대법관 필요"

대법관 후보 명단 34명 중 단 한 명의 여성 후보는 이은애 서울고법 부장판사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은경)는 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여성변회는 지난 29일 성명을 통해 "심사에 동의한 34명의 대법관 후보 중 여성은 단 한 명뿐"이라며 "2016년 기준 전체 법관 중 여성이 27.8%에 이르고 신임법관은 거의 절반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관은 후보조차 대단히 남성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대법원 각 부마다 1명의 여성 대법관 인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이 3개의 소부로 운영되고 현재 2명의 여성 대법관(김소영, 박보영)이 있으므로 최소한 1명은 더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자격갖춘 여성 법조인 적고 공개검증에 부담느껴


2015년 전체 개업변호사 중 여성변호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23.4%다. 다만 대법관이 될 수 있는 자격인 20년차 45세 이상 여성 법조인으로 대상을 한정하면 자격이 되는 여성 법조인의 숫자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법조계에서는 자격이 되는 여성 법조인은 50명~100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20년차 이상 경력의 여성 법조인이 남성에 비해 극히 적기 때문에 대법관 후보군에 포함된 인원도 단 1명밖에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 여성변회는 대법관 후보로 3명을 추천했으나 그 중 2명이 명단이 공개되고 의견제출절차까지 거쳐야 하는 후보추천위 심사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법관 후보군 명단 공개와 의견수렴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투명성 확대를 위한 절차로 마련됐지만 정작 이런 공개절차에 부담을 느끼는 법조인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올해도 56명이 개인·단체에 천거(薦擧)됐으나 그중 22명이나 공개 심사를 거부했다. 결국 심사에 동의한 34명만 명단이 공개돼 의견수렴 과정에 있다.

천거과정에서 본인의 의향을 확인해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결국 심사에 동의해야 다음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효율적인 천거를 위해선 본인 동의를 얻은 천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여성 법조인의 경우 인원이 적은 만큼 타천(他薦)이라도 풍부하게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단 후보군에 여성이 여러 명 있어야 당장 대법관이 안 되더라도 다음 인선 후보군으로 거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양성평등에 기여할 대법관 다양화 필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일부 여성 변호사들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 여성 법조인이 소수였기 때문에 후보 자격이 되는 인원이 적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는 후보군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법관 추천 과정에서 제도적 문제가 있다면 이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경 여성변회 회장은 "대법관 후보로 여성 법조인이 단 1명만 추천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이후 대법관추천위원회 구성이나 법원 인사에 관련해 어느 한쪽 성별로 편향되지 않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규 변호사(한법협 이사)는 "법조계가 양성평등에서 뒤처져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특히 신임 법관 다수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고위 법관 중 여성 비율이 낮은 점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변호사는 "현재 지나치게 낮은 성폭행 사건 양형 등 고위 법관의 여성 비율이 낮아서 생기는 판결의 문제점이 분명히 있음을 감안할 때 일정 수준 이상의 대법관 여성쿼터제 도입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현안보고에서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질의를 통해 여성 대법관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여성 대법관들이 여성의 인권 신장이나 양성평등에 과연 얼마만큼 기여를 했는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2명의 여성 대법관이 있지만 여성 인권 등에 대한 가치를 실제로 반영할 수 있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성변회 회장을 지냈던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이번엔 여성 후보가 1명밖에 없어 쉽지 않지만 내년에 있을 대법관 교체에서 여성 대법관을 배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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