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의 휴머노미] 비겁한 정치 그리고 브렉시트

머니투데이 강호병 뉴스1 부국장 대우겸 산업1부장 | 2016.07.01 05:33
뉴스1 부국장대우 겸 산업1부장
국민투표로 브렉시트(EU 탈퇴)를 결정한 후 영국인들은 포털사이트에서 ‘EU를 떠나는 게 무슨 의미인가’ 그리고 ‘EU란 무엇인가’를 가장 많이 검색했다고 한다. ‘대체 우리가 무슨 일을 벌인 것이야’라는 후회(리그레시트)도 득세하고 있다. 영국인들이 사안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홧김에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정황이다.

이번 영국의 국민투표를 ‘정권 심판’ 성격으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투표에 ‘역선택’의 문제가 많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권력의 실정에 불만을 품은 사람일수록 투표장에 가서 브렉시트 찬성에 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28% 대부분이 참여했더라면 결과는 또 달라졌을 지 모른다.

EU 잔류 여부는 영국의 명운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EU 탈퇴가 현실화하면 EU 안에서 누린 자유무역의 고리가 끊어지면서 영국에 일자리를 제공해온 기업들이 철수하거나 생산을 줄여야 한다. 잉글랜드 북동부 선덜랜드에선 연산 48만대 규모의 영국 최대 자동차공장을 둔 닛산이 철수할지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 세계자본거래 중심지 런던에서 활동해온 글로벌 금융사들도 발을 뺄 태세다.

무엇보다 문제를 정치인 스스로 책임있게 매듭짓지 못하고 국민에게 결정을 떠밀어버린 것부터 비겁하다. 아니 ‘정치 실종’이라고 해야 어울린다.

EU탈퇴론은 왜 우리 문제를 우리가 결정하지 못하고 제3 주체의 의지에 따라 움직여야 하느냐는 원천적인 물음에서 출발했다. EU 운영이 독단적이라는 불만이 높아지며 각국에서 이 같은 정서가 거세진 것도 사실이다. 영국이 EU 운영체제를 바꾸는 노력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끝까지 밀고가지 못한채 포퓰리즘 기류에 굴복하고 말았다.

일부 보수정치인은 반세계화 여론에 편승해 한 술 더 떴다. EU에 매년 내는 분담금을 국민건강서비스에 쓸 수 있다느니, 이민자들을 대부분 차단할 수 있다느니 하는 달콤한 논리로 EU 탈퇴 정서를 자극했다.

어리석은 정치로 얻은 것은 극도의 불안감과 국론분열이다. 40년 넘는 관행과 제도를 뒤집은 데서 오는 파장은 예측 자체가 불가능이다. EU 또한 “얼른 나가라”며 탈퇴의 쓴맛을 보여주겠다고 벼른다.


내홍도 심해졌다. EU 잔류를 명분으로 독립의 꿈을 접은 북부 스코틀랜드는 이번 국민투표로 그 명분이 뒤집어지자 다시 분리독립을 추구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후폭풍이 어마어마하지만 국민에게 떠민 결정이다 보니 그것을 뒤집을 용기조차 갖지 못한채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도 닮은 데가 많아 우려스럽다. 20대 국회 초반 제출된 법안을 보면 보다 큰 틀에서 규제완화와 구조개혁 등으로 나라경제를 반석에 올리는 시도는 없고 우선 국민들 입맛에 맞는 얄팍한 법률개정안이 주종을 이룬다.

삼성 등 특정 그룹의 지배구조를 겨냥한 법, 법인세율을 올리고 대기업에 청년채용을 의무화하는 법안, 주택임대료 상승폭을 제한한 법률 등이 그것이다. 특정 부류에 일정한 보조금을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두 주는 보편적 복지법안도 러시를 이룬다.

정치일정 면에서 내년에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어 포퓰리즘적 요소가 더욱 우려된다. 양극화에 청년실업, 과다한 비정규직 등 산적한 경제문제 속에서 터져나오는 분노를 오로지 대선 승리를 위해 이용하고 부추기는 정서정치가 기승을 부릴 수 있어서다.

한국의 경제문제는 어느 한 계층이나 부류에 영합한다고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노사정 모두 양보해야 가능한 문제다. 그런 불편함에 맞서는 정치가 진정한 정치다. 퍼주고 우려내고 또 퍼주고 우려내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파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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