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브렉시트와 뉴트렌드 대응

머니투데이 박종구 초당대학교 총장 | 2016.07.01 05:41
우려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됐다. 영국 유권자는 국민투표에서 52% 대 48%로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했다.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영국은 세계 5위, 유럽 2위 경제대국이다. EU체제의 규제사슬과 관료주의, 불투명한 의사결정구조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영국민의 분노와 불만이 충격적인 투표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르몽드는 “EU는 부정당하고 패배했다”고 평가했다. 정치적 통합 없는 경제적 통합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또 한번 확인해준 사건이다. 지난해에만 33만명에 달한 외국인 유입이 위기를 촉발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말처럼 이민급증에 대한 공포가 초래한 ‘쿠데타’로 볼 수 있다. EU 잔류에 따른 편익 보다 이민과 난민 폭주에 따른 위기의식이 패닉을 가져왔다. 분노와 상실감이 표심을 좌우했다.

이번 사태의 주범은 반세계화 물결일 것이다. 반세계화 정서의 배경에는 심화된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깔려 있다. 소외되고 좌절한 대중의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가 표심으로 표출됐다. 나이젤 페라지 영 독립당 대표는 “기득권 세력에 대한 대중의 승리”라고 역설했다. 세계화→양극화→포퓰리즘 심화→브렉시트로 이어진 셈이다.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산층 이상 가구의 57%가 잔류를 지지한 반면 근로자층의 64%는 탈퇴를 선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탈퇴시 영국 GDP(국내총생산)가 2018년까지 5.2% 줄어든다고 예측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상도 앞으로 2년 안에 GDP가 3.6% 감소하고 52만개 이상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런던의 금융허브인 더시티에서 4년 안에 7만~10만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 한다.

소(小)영국(Little England)으로 쪼그라들 가능성도 있다. 잔류를 지지한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열심히 주판알을 튕길 것이다. 유럽의 분열도 촉발될 소지가 있다. 네덜란드 극우파 정치인 기르트 윌러스는 “이제는 우리 차례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유럽의 통합과 안정을 전제로 한 미국 외교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국가간 연합이 안정과 유럽을 분쟁으로 몰고간 민족주의를 희석하는데 필수라는 전후 컨센서스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이번 결정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득을 가져다주었다”고 마이클 맥폴 스탠퍼드대 교수는 주장한다.


영국과 EU의 관계는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원만한 ‘합의이혼’이 될지 요란한 갈등의 시작이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주요 언론은 품위 있는 결별을 강조하지만 잔류국들의 정서는 호의적이지 않다.

영국이 스위스와 같은 지위를 누릴 수 있을까. 소위 ‘스위스 기적’(Swiss miracle)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스위스는 인구 800만명 GDP 6640억달러의 소국인 반면 영국은 6500만명, 285조달러의 대국이다. 스위스는 EU 규제와 규범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경제적 실익을 극대화했다. EU는 스위스의 최대 교역상대국이 되었다. 영국이 협상을 통해 윈윈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느냐에 브렉시트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트럼프 브렉시트는 가능할까. 도널드 트럼프가 강조하는 반이민, 반기득권 주장이 미국 유권자들의 고립주의 정서를 자극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다수의 유권자는 극단적 반무슬림 발언과 히스패닉 때리기에 부정적이다. 워싱턴포스트·ABC 여론조사에서는 51% 대 39%로 힐러리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별로 승자가 독식하는 선거인단 제도 역시 힐러리에게 유리한 구도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어떨까. 엔고에 따라 수출 경쟁력이 개선되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 침체가 심화될 경우 엔고의 이점이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8%를 차지하는 영국자본 일부가 빠져나가면 일시적인 시장불안이 예상된다. 보호주의 심화와 반세계화라는 뉴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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