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변신' 표창원, 셜록 홈즈를 조선에 데려오다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 2016.07.01 03:10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리소설 작가 손선영과 공동집필한 '셜록, 조선을 추리하다' 출간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손선영 작가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운종가의 색목인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들어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셜로키언'(Sherlockian)

아서 코난 도일이 만들어 낸 '셜록 홈즈'에 열광적인 팬을 가리킨다. 셜록의 본진 영국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곳곳에 '셜로키언'들이 있다. 사후 저작권이 설정돼있지 않은 덕에 셜록 홈즈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모방작(pastiche)이나 패러디한 작품만 2000편이 넘는다.

이 같은 열기를 감안하면, 한국엔 유독 셜록을 소재로 한 작품이 없다. 그래서 '셜로키언' 둘이 모였다. '프로파일링' 기법을 한국에 소개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50여 편의 추리물을 발표한 베테랑 추리소설가 손선영이다.

지난해 1월 처음 만난 둘은 협업을 통해 셜록을 전면에 내세운 추리소설을 공동집필했다. '셜록, 조선을 추리하다' 시리즈의 첫 작품 '운종가의 색목인들'이다. 2015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다음 '스토리볼'에서 연재하던 소설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이들은 셜록을 조선으로 데려온다. 원작 '마지막 문제'에서 모리아티 교수의 습격을 받고 행방불명이 된 1891년, 그리고 '빈집의 모험'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1894년 사이의 3년 동안 조선에 와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해 나간다는 설정이다. 그의 곁에는 왓슨 대신 조선 최고의 명의 이제마의 딸 '와선'이 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빈 곳을 정확하게 채우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표 의원은 손 작가에게 추리소설의 기법을, 반대로 손 작가는 표 의원에게 범죄 수사와 범인 심리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얻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운종가의 색목인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표 의원은 지난해 7월 어린이들을 위한 탐정 추리소설 '셜록의 사건일지'를 펴낸 바 있다. 그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운종가의 색목인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에 부끄러움을 많이 느끼고 (앞으로) 잘 써봐야겠단 생각도 했다"며 "제가 갖고 있는 '리얼리티'를 소설로서 완성도가 높은 이야기로 승화시키고 싶은 욕구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둘은 매 주 한 번씩 만나서 이야기 흐름과 사실관계, 인물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소설을 완성해나갔다. 이메일도 수없이 주고받았다. 범인의 심리와 행동 분석 등 프로파일링 요소를 가미해 사실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어렸을 때부터 각종 추리·범죄·미스터리 소설을 탐독했던 표 의원은 "시작은 미미할지 모르지만 동료 (추리소설) 작가분들의 노력과 성과를 좀 더 인정받을 수 있도록 시장 자체를 활성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며 "장르 자체에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셜록, 조선을 추리하다'는 시리즈로 계속 출간하는 것이 목표다. 단, 변수는 있다. 프로파일러에서 '국회의원'이 된 표 의원이다.

"이 작업은 제가 정치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때 이뤄졌어요. 제 미래를 완전히 추리와 범죄소설, 영화 산업 쪽으로 맞추고 있었거든요. 손 작가님과 한 번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보자' 의기투합 했는데 제가 정치를 하게 되면서 배신을 한 거예요. 작가님이 상당히 허망해 하셨죠."

의정활동이 우선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장담은 못하지만 여전히 의욕은 넘친다.

"약속한 게 있어요. 소설로서의 재미뿐 아니라 사회적인 의미를 담아내보자고. 제가 추구하는 '정의'를요. (소설 속) 캐릭터를 통해 사회의 부패와 비리를 밝혀내고 드러내고 심판하는 거죠."

앞으로 공동집필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지금은 확답을 드릴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협조는 하겠지만 손 작가만 단독으로 작업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셜로키언'으로서 역할을 잠시 내려놔야해서일까, 그의 말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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