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폐지? 정권 초월하는 정책위원회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 2016.07.01 03:55

[피플]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前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16일 오후 이주호 전 교육부장관 인터뷰 /사진=홍봉진 기자
이주호 KDI(한국연구개발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서울대, 코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전문가'로 통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사범대 카르텔'이 공고한 교육계의 수장으로 재임하며 각종 개혁을 이끌었다. 입학사정관제, 마이스터고 등은 이주호 교수가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있을 시절 싹을 틔웠고 지금은 국내 교육시스템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됐다.

이 교수는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교육 연구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위에서부터 아래(Top down)로의 구조개혁을 이끌었던 그가, 지금은 아래로부터의 조용한 변화(Bottom up)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그는 '프로젝트 학습을 통한 교육개혁'이란 주제로 보고서를 내면서 다시금 교육계에 화두를 던졌다.

프로젝트 학습이란 주어진 과제가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제안한 과제를 친구들과 협력해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습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주호 교수는 김부열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최승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과 함께 대구 소재 2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지난해 1학년 2학기(자유학기)에 프로젝트 학습 기반 수업을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실험 결과 프로젝트 학습을 경험한 학생들은 인근 학교 학생에 비해 소통과 협업능력이 증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실험을 기획한 이유에 대해 "학계에 돌아와 내가 펼쳤던 정책들을 돌아보며 개선방식을 고민하던 차에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현장 개선의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프로젝트 학습이었다"고 말했다.

"국회, 청와대, 교육부 등에서 9년 동안 정책을 만드는 일을 했어요. 주로 구조나 제도를 바꿔왔죠.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교실에서 졸고, 학원을 찾고 있어요. 뭘 개선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현장 교사들이 키를 쥐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능력이 '타고난 것'이라 생각하지만 제 생각은 반대예요. 프로젝트 학습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의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학습법입니다."

그가 실험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 역시 교사 교육이었다. "교육선진국 핀란드의 핵심은 바로 공고한 교사 협력 체계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너무 혼자서만 공부해요. 프로젝트 학습에 대해 사범대에서도, 교사 연수에서도 경험한 적이 없죠. 더군다나 교사들은 교직에 대해 지나치게 자신만만(overconfident)한 경향이 있어요. 프로젝트 학습법에 대한 공문만 내려선 될 일이 아니었죠. 실제로 실험에 참가한 교사들은 팀 학습을 해보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 연구진과 교사가 서로 멘토링하면서 공부했어요. "

이 교수는 비슷한 실험을 또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프로젝트 학습이 소통 능력이나 교우관계뿐 아니라 창의성 향상에 미치는 영향까지 연구해볼 계획이다. 그가 이렇게까지 프로젝트 학습에 열중해 이루고 싶은 건 뭘까. 이 교수는 "잠 안 자는 교실, 스스로 학생이 문제를 정의내리는 교실, 협력하는 교실"이라고 답했다.


"최근 우리나라 교육계에 가장 화두를 던진 사건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조선업계의 몰락 두 가지입니다. 기계에 명령받는 사람이 아닌, 기계를 일하게 하는 인재를 키워야한다는 필요성을 다들 절감한 계기였죠.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 있어 뒤처져있어요. 콘셉트 디자인을 못해요. 조선업과 연관지어 설명해볼게요. 외국서 발주한 배의 설계도가 바뀌면 우리나라 조선업체는 손실을 부담하고 배를 몽땅 바꿔야 하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 제품 만드는 건 잘하는데 새로운 문제를 제시, 정의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겁니다."

그는 "우리도 4C로 불리는 핵심역량, 즉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창의성(Creativity)·협업(Collaboration)·소통(Comunication) 능력을 키우는 교육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보수적인 교육계의 특성상 변화가 쉽지는 않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한다 해도 교사들은 잘 바뀌지 않는다. 진입장벽이 높은 프로젝트 학습 역시 현 시점에서 정부가 강제로 시행한다 해도 현장 정착은 불투명하다. 결국 이 교수와의 대화는 또 다시 변화를 지속시키는 방법, 즉 제도적 정비로 되돌아왔다.

이 교수는 "한 정부에서 모든 변화가 끝날 필요는 없다"며 "정권을 초월하는 10년 임기의 교육개혁위원회(가칭)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의 주장은 최근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국민의당)이 말한 '교육부 폐지론'과 유사하다. 유 위원장은 최근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권 입맛에 맞춰 교육정책이 바뀌는 것을 없애야 하며 '국가교육위원회'(가칭)라는 합의제 행정기관을 통해 교육정책의 독립성, 중립성, 자주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관련 법안을 국회의원 때 발의한 적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교육과정은 한 아이가 초등 고학년에 접어든 이후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9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바뀌어야 합니다. 2016년에 정책이 바뀌었으면 적어도 2025년까지는 지속하는게 좋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홍콩처럼 9년 주기로 교육정책을 바꾸는 곳도 있고요. 공교롭게도 최근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제시한 티핑 포인트가 2025년이에요. 우리나라에서도 교육정책 목표를 2025년으로 두면 어떨까요."

그는 교육부 개혁의 모델로 영국 사례를 들었다. 특히 창업과 직결되는 대학 관리 업무는 혁신 부서로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국은 BIS(Department for Business Innovation & Skill·산업혁신기술부)를 두고 이곳에서 대학과 창업, 혁신 관련 업무를 관장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업무가 산업자원부, 미래부, 중기청에서 교육부까지 산발적으로 흩어져있어요. 비슷한 일을 두고 '내 업무 네 업무' 칸막이하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어요. 교육부는 대학 관리 기능을 넘기는 대신 오히려 가정, 아동, 초중등 교육에 집중하는 것도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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