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파(知韓派) 스웨덴 외교 대가가 본 브렉시트의 영향은?…"제한적"

머니투데이 대담=이혁수 전략과 실행 대표, 정리=김상희 기자  | 2016.06.29 15:41

라르스 다니엘손 주독스웨덴대사…"경제변동성 일시적으로 커지나, 글로벌·유연성·직업재교육으로 돌파가능"

28일 서울 여의도 IFC비즈니스센터에서 라르스 다니엘손 주독스웨덴대사가 인터뷰 하고 있다./사진=김상희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 결과로 세계 경제가 출렁였다. 각국 증시와 환율이 요동치고, 금, 엔화 같은 안전자산의 값이 뛰었다. 수십 년 유지돼 온 질서가 깨졌다는 불안과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시장의 반응에 대해 한편에서는 지나친 비관이나 부정적 전망은 삼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에도 세계 경제를 강타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이를 극복해 왔고, 특히 브렉시트의 경우 지역 이슈로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U의 중심에서 브렉시트 투표의 결과를 바라본 라르스 다니엘손 주독스웨덴대사 역시 브렉시트 이후의 세계 경제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중 한명이다. 유럽 지역 외교 분야 최접점에 있는 그가 보기에 브렉시트는 국민투표만 거쳤을 뿐, 현실화조차 의문스러운 정치적 오발탄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영향 자체를 피할 순 없어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한다. 라르스 대사는 지난해 8월 주독스웨덴대사를 맡기 전 주한스웨덴대사를 역임하는 등 한국과의 인연도 깊고 자타가 인정하듯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강한 지한파 외교관으로 손꼽힌다.

여름 휴가를 이용, 스웨덴 사회민주당의 복지정책을 20대 국회 초선의원들에게 전파하러 온 그를 머니투데이가 만났다. 28일 서울 여의도 IFC비즈니스센터에서 이혁수 전략과실행 대표컨설턴트가 대담자로 나서 라르스 대사의 브렉시트와 혁신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브렉시트 투표결과로 EU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환율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세계 경제의 향후 시나리오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에도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지금은 상당히 많이 회복됐다고 봅니다. 경제가 이렇게 호전되는 와중에도 항상 문제들은 있었습니다. 브렉시트 역시 이런 단기적 문제 중 하나입니다. 영국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지만, 세계 경제 전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세계 경제가 계속해서 좋아질 것입니다. 에너지 비용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세계화로 인해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계속 부를 창출하게 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안에서 부자가 아닌 사람들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합니다.

-불확실성 때문에 혁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의 혁신은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기에 쉽지만은 않습니다. 기업들이 어떻게 혁신해야 할까요?

▶성공한 회사가 지속적으로 생존하려면 결국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로 나가야만 합니다. 기업 경영에 있어 위기라는 것은 늘 존재하는 것입니다. 한 국가 내에서는 여러 위기 상황이 발생해도 전 세계적인 위험은 흔하지 않은 만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도) 해외로 나가야만 합니다.

스웨덴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회사를 시작하자마자 해외 진출을 고려합니다. 과거보다 시장 접근성이 좋아져 10~20년 전에 비해서는 훨씬 쉽게 해외 진출을 할 수 있습니다.

자원이 부족한 작은 회사가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잘 갖춰져 있으면 좋은 아이디어와 언어 능력, 재정적 지원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합니다.


-브렉시트로 인해 다른 유럽 국가들도 EU를 나오려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아마도 그렇게 되지 않을 듯합니다. 현재 EU 탈퇴 목소리들이 나오는 국가들은 EU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또 EU 탈퇴 지지는 이민에 반감을 가진 사람 등 소수 집단들에 의한 것입니다.

영국과 내륙 국가들 간 차이도 있습니다. 영국은 (EU에 대해) 회의주의가 있었지만, 내륙 국가들은 대부분 EU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U는 세계에서 가장 야심찬 지역 통합 프로젝트입니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 다른 국가가 EU를 탈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국가들이 영국의 사례를 보고 따라 할 수도 있겠지만, 영국 문제가 정리될 때 까지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입니다. 브렉시트는 최소 2년이 걸리는데, 실제로는 그 기간이 얼마나 될 지 모릅니다.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글로벌 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모든 형태의 기업들이 기존과는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각각의 기업들은 어떻게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야 할까요?

▶각 기업의 주요 전략에는 변화가 필요 없다고 봅니다. 물론 영국에 본사가 있는 회사라면 다른 지역을 알아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스웨덴 정부는 이미 이러한 기업들에게 원할 경우 스웨덴으로 이동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추후 영국과 다른 나라의 교류에 대한 질서가 정리되면 이러한 기업들이 다시 영국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유연성입니다.

아직 비즈니스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않은 스타트업은 해외 진출에 더 신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 좀 더 안정된 나라를 찾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과하게 조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변동성은 경제에 있어 늘 있어왔던 것입니다. 스타트업 역시 유연성을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이민자에 의한 일자리 문제는 브렉시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4차 산업혁명도 인류의 일자리 문제를 야기할텐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이니셔티브가 국가별로, 지역별로 우선돼야 할까요?

▶일자리 문제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자리 자체가 변하는 만큼 언제나 안정적일 수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체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자리를 잃으면 추가 교육을 통해 다른 일을 얻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사회적 제도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변화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유무역협정(FTA)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 안전 장치가 필요합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교육을 통해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스웨덴 남부의 한 도시에서 있었던 사례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 도시에는 가전 업체 일렉트로룩스의 청소기 제조 공장이 있었습니다. 어떠한 사정으로 공장이 문을 닫게 됐을 때, 노조와 대표가 만났습니다. 노조는 직원들의 직업재교육을 요구했고, 사측이 이를 받아들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공장 직원들은 다니고 있던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해서 '일'을 잃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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