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수소차 시대...오해와 진실

머니투데이 용인(경기)=양영권 기자 | 2016.07.02 05:55

안전하고 어디서나 얻을 수 있는 수소로 움직이는 자동차… 2018년 현대차 전용 수소차는 가격 낮추고 1회 충전 주행거리 늘려

경기 용인시 현대차 마북연구소 인근에서 기자가 투싼ix 연료전지차를 시승했다.
"이미 시동이 걸려있는데, 끄셨네요."

지난달 24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현대차 마북연구소. 이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현대차의 '투싼 ix' 퓨얼 셀(연료전지차)의 운전석에 앉은 기자는 무심코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가 박석정 책임연구원한테서 이같은 얘기를 들어야 했다.

차가 조용해 시동이 걸려 있는 줄 모르고 버튼을 눌렀으니 시동이 꺼진 것이다. 외양은 물론 인테리어까지 일반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 투싼ix와 같은 탓에 처음 봐서는 '연료전지차'라는 사실을 깨닫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시동을 켤 때부터 '궁극의 친환경 차'라는 게 몸에 와 닫는다. 소리와 떨림으로는 시동 전후를 구분할 수 없는 것은 전기차와 같다. 모터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토크 역시 전기차와 다름 없었다.

단 3분 충전으로 424km를 갈 수 있다는 건 전기차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점이다. 전기차는 급속 충전기로 30여분을 충전해도 100km 남짓밖에 못 가는 게 보통이다.

투싼ix 연료전지차 시승을 마치고 부산물로 물이 생겨나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양영권 기자
◇ 성큼 다가온 수소차 시대

미세먼지 문제가 갈수록 커지면서 친환경차인 연료전지차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연료전지차는 청정연료인 수소로 움직이며, 나오는 것이라곤 증류수 수준의 순수한 물 뿐이다.

정부도 지난 28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에서 △수소버스를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울산·여수 등 수소생산지역에 시범 보급하고 △2020년까지 수소 충전소를 현재의 10 곳에서 100 곳으로 늘리며 △자동차 업체들이 수소차 1대를 판매하면 친환경차를 5대로 판 것으로 인정해주는 등 수소차 확대 정책을 적극 펴고 있다.

투싼ix 연료전지차는 세계 최초로 양산된 수소연료전지차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2014년 말 토요타가 ‘미라이’를 내놓을 때까지 유일한 양산형 연료전지차였다. 현대차는 투싼ix 연료전지차를 2013년5월 덴마크 코펜하겐시에 15대를 대당 약 2억원에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5월까지 전세계에 503여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현재의 확산 속도로 볼 때 내년까지 누적 1000대 판매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양산 모델'이 주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전세계 '수소사회 인프라' 확산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각국에서 신에너지 개발 차원에서 잇따라 시범 설치하고 있는 수소 충전소는 이를 이용할 수소차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현대차는 "고객이 주문하면 언제든 공급을 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수소 충전소 운영을 위해 단 1대를 주문하더라도 거절하지 않았다. 실제로 핀란드와 호주에는 각 1대를 판매했다. 다음달에도 미국 에너지부(DOE)가 워싱턴DC에 수소차 충전소를 개장하면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1대를 구매할 예정이다.

현재 독일 뮌헨의 카셰어링업체 비제로(Be Zero)는 투싼ix 연료전지차 50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프랑스 파리에서는 에어리퀴드사가 투싼ix 연료전지차 5대를 운영하는 등 수소차는 점차 일반인도 접할 수 있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대차는 2018년에는 투싼ix 연료전지차를 이을 전용 수소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8500만원인 가격이 크게 낮아지는 동시에 보증 기간은 4년, 8만km에서 10년 16만km로 늘어난다. 연료전지의 단위면적당 출력을 50% 이상 높이고,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 또한 500km 이상으로 늘리는 등 성능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신차는 영하 30도에서 30초 이내에 시동을 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소와 산소 반응이 이뤄지려면 연료전지판에 습기가 있어야 하는데, 얼 수 있기 때문에 수소차는 낮은 온도에 취약하다. 현재 판매하는 수소차는 25도에서 시동을 거는 데 40초가 걸린다. 디젤차의 경우도 영하 10도 밑으로만 떨어지면 시동 걸기가 힘들지만, 현대차가 내놓는 수소차는 최소한 디젤차보다는 낮은 온도에서 시동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수소차는 수소폭탄을 싣고 다니는 것?

프랑스 파리에서 택시로 사용되고 있는 투싼ix 연료전지차.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핵무기의 일종인 '수소폭탄'의 이미지 때문에 아직까지 수소차를 '위험한 차'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수소차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결합할 때 나오는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모터를 돌리는 것으로, 핵융합과는 차원이 다르다.

불이 쉽게 붙는 수소의 특성상 폭발사고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에 대해 현대차에서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김세훈 연료전지개발실장은 역설적으로 "폭발력이 있어야 그만큼 에너지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자동차 연료로 많이 쓰고 있는 천연가스나 석유가스보다 수소가 훨씬 더 안전하다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수소는 공기 중 4~75% 농도에서만 폭발을 한다. 3% 이하나 80% 이상에서는 폭발을 하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이기 때문에 1초에 24m를 날아갈 정도로 확산성이 좋다. 그만큼 누출됐을 경우 금세 희석이 되고, 감지도 쉽게 된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CNG(압축천연가스)차나 LPG(액화석유가스)차는 지하주차장 이용을 못하도록 하지만, 수소차는 허용한다.

연료전지차에 장착된 수소탱크 역시 안전하게 제작됐다. 현대차가 사용하는 수소 연료탱그는 내부는 플라스틱이고 겉은 탄소섬유로 제작돼 있어 700바(bar) 압력을 견딜 수 있다. 대기압의 700배 압력에도 훼손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총으로 연료탱크를 조준해 쏘고, 탱크가 장착된 차를 불태우고, 높은 곳에서 떨어트리는 시험 등을 반복하면서 안전성을 확보했다.

6월 4일 프랑스 그르노블에 위치한 에어리퀴드사 기술연구소에서 투싼ix 연료전지차를 이용해 오염된 공기(왼쪽 풍선)를 깨끗한 공기(오른쪽 풍선)로 정화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 어디서나 만들 수 있는 에너지 수소,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

에너지원으로서 수소의 장점은 친환경이라는 것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제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수소가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물을 전기분해하면 산소와 함께 수소가 나온다. 풍력과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북유럽 국가는 특정 시간에 남아도는 전기를 처리하는 게 골칫거리다. 전기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예외적인 경우 말고는 저장이 불가능하다기 때문이다.

덴마크는 2020년까지 필요한 전기의 50%를 신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계획이며, 노르웨이는 이미 전기 공급의 99%를 수력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들이 남아도는 전기를 이용하기 위해 생각해낸 것은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든 뒤 수출하는 것이다.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은 내년까지 초대형 액화수소 운반선 실증 작업을 완료하기로 하는 등 국가간 대량 수소 거래를 위한 선박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독일과 영국 등에서는 소금동굴에 수소를 저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수소는 이밖에 저급 석탄인 갈탄이나 나프타, 천연가스에서도 추출된다. 수소 충전소 100기를 운영하는 일본은 호주에서 갈탄을 이용해 만든 수소를 수입한다.

정유회사에서는 원유에서 황을 제거할 때 수소를 이용하는데, 국내 수소충전소에는 주로 정유회사나 화학회사에서 사용하고 남은 수소가 공급된다. 어떤 방법으로 수소를 추출하든 수소의 질은 균등하다.

◇수소차-전기차, 미래차 경쟁?

리튬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그런데 이 리튬 가격이 톤당 3000만원으로, 1년 전 900만원에 비해 3배 이상 급등했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1% 상승하면 리튬 수요가 연 7만톤 증가한다.

전기차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게 필수적이다. 따라서 전기차 산업은 리튬을 비롯한 배터리 원료의 수급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개발실장./사진제공=현대자동차
연료전지차도 배터리가 들어가지만 일반 하이브리드자동차만큼의 용량이면 충분하다. 투싼ix에 장착된 배터리는 24kWh급인데,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 장착된 28kWh용량 배터리보다 작다. 테슬라 모델S의 경우 407km 주행거리를 갖춘 모델이 이보다 3배 정도 큰 70kWh급 배터리를 장착한다. 수소차는 배터리로부터 더 자유롭다는 점에서 전기차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래 자동차 전문가인 김세훈 실장도 "미래에는 어느 차가 주도권을 쥘 것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의 대답은 이렇다.

"배터리의 한계 때문에 단거리 주행용이나 소형차는 충전소 설치가 보다 용이한 전기차가, 장거리 주행용이나 대형 버스, 트럭은 연료전지차가 주도권을 쥘 것입니다. 어느 한 자동차가 절대 우위를 점하지 않고, 각각의 용도에 맞게 발전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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