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법적구속력 없어" 브렉시트 결국 못한다?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 2016.06.28 16:42

FT 정치·외교 부문 칼럼니스트 "브렉시트 현실화 없다" 기고…덴마크·아일랜드 재투표 선례

52% 대 48%.

지난 23일 영국 국민들이 52%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찬성한 가운데 이를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국민투표는 정치적 행위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이에 따라 영국 의회가 국민투표 결과를 무시하고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의원들이 역대 최고 투표율(72.2%)을 보인 '민심'을 거부할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재투표 등 모든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파인내셜타임스(FT)의 필립 스티븐스 정치 부문 선임 코멘터가 주장했다. 리스본조약 50조를 언제 발동할지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40여년의 결합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리스본조약은 EU 탈퇴를 결정한 회원국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이를 공식 통보한 후 2년 안에 탈퇴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돼 있을 뿐, 통보 시한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아울러 의원들의 3분의 2 가량이 EU 잔류를 주장했던 점을 감안하면 일종의 재협상이 불가능하리라는 법도 없다고 스티븐스는 내다봤다.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 탈퇴를 결정하기는 했지만, 향후 이를 대체할 체제에 대해선 아무런 합의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형식적으로 브렉시트가 나타나도, 실질적으로는 상황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10년간 FT의 국제부문 선임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기드온 래치먼도 27일 '나는 브렉시트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제목 그대로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현실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그동안 개별 국가의 EU 관련 국민투표 결과가 바뀐 경우는 여러 번 있었다. 덴마크는 1992년 국민투표에서 정치적인 유럽공동체를 구성하자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거부했지만 11개월 뒤 2차 투표에서는 이를 비준했다. 2008년 아일랜드에서는 EU 개혁안을 두고 실시한 국민투표가 부결됐다가 이듬해 열린 2차 투표에서 가결됐다.


최근엔 그리스인들이 지난해 7월 국민투표에서 IMF(국제통화기금)와 ECB(유럽중앙은행), EC가 요구한 구제금융안에 61%의 반대표를 던졌다. 재정 긴축과 복지 축소 등 구제금융 조건이 너무 가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채권단에 대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며 반대 투표를 선동하기도 했지만 그리스 국민들은 결국 며칠 만에 더 혹독한 긴축 방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래치먼은 그리스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별 국가에서 국민투표가 부결될 때마다 이들이 EU 회원국들의 양보를 얻어낸 다음 2차 투표에서 수정된 안건을 가결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영국의 경제규모가 덴마크나 아일랜드보다 훨씬 거대하다는 등 다른점도 있다. 그러나 래치먼은 캐머런의 뒤를 이어 차기 총리 선출이 유력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총리에 오르면 재투표로 선회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존슨이 EU 탈퇴를 주도한 것은 진짜 탈퇴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총리가 되기 위한 정치적 승부였다는 것.

더군다나 영국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도 아니고 EU 회원국 간 국경개방조약인 솅겐조약 대상국도 아니었다. 영국은 이미 일종의 '특별 협약'에 의해 EU 단일시장에 접근하고 있는데 이를 조금 수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EU는 영국이 요구하는 일시적인 이민자 수용 상한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U도 결국 막대한 부담금을 내고 군사와 외교 강국인 영국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민투표를 다시 하자는 의견도 힘을 받고 있다. 영국 하원 웹사이트 청원 게시판엔 재투표를 요구하는 청원에 300만명이 넘게 서명했다. 법적으로 의회 산하 청원위원회는 10만건 이상의 서명이 접수된 안건에 대해 의회 회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한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영국이 EU 탈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통보하고 개별 회원국과 탈퇴 협상을 시작하는 리스본조약 50조를 당장 발동하지 않겠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론적으로 해당 조약 50조가 발동되지 않는 한 재투표 등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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