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발표한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일반법인이 벤처기업에 출자한 금액을 세액공제하는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벤처 투자와 관련해 개인투자자 중심의 세제지원 체계를 기업을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을 일컫는 엔젤투자자는 1500만원 이하에 대해 100% 소득공제를 받고 벤처캐피탈인 창업투자회사는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를 면제 받는다.
기획재정부 법인세제과 관계자는 "투자여력이 있는 일반법인이 벤처기업 투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벤처기업에 직접 출자하든 창투사를 통해 간접투자하든 투자금액에 대해선 일부 법인세를 공제하는 제도를 신설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세액공제율 등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반영해 9월 국회에 제출한 뒤 내년부터 시행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벤처업계는 일반법인의 벤처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를 요구했다. 유종국 솔로몬산업 대표는 최근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과 간담회에서 일반법인에 대해서도 연기금이나 공제회처럼 벤처펀드 투자시 양도세·배당소득 비과세를 건의했다. 30대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만 750조원을 웃돌 정도로 뭉칫돈이 곳간에 쌓이고 있어 세제지원을 확대하면 일부 자금을 벤처투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벤처기업협회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방안은 양도세 등의 비과세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전에 없던 세제지원을 신규 추진한다는 점에서 일반법인의 벤처투자 확대에 긍정적 신호를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벤처캐피탈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올들어 신규 결성된 벤처펀드 출자자 중 일반법인의 비중은 전체의 14.5%로 금융기관(36.8%), 벤처캐피탈(17.5%), 정책기관(16.7%)의 뒤를 이었다.
비관론도 여전하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위험한 투자를 극도로 꺼려 돈을 사내에 쌓아두고 있는 대기업이 일부 세제지원을 받으려고 벤처투자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순진한 생각"이라며 "공정한 시장경제를 토대로 벤처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면 위험대비 기대수익률이 크게 높아져 부동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기술혁신형 M&A(인수·합병)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수대금의 현금지급 비율(80% 초과) 등 법인세 공제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대기업이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을 제값을 주고 인수하면 세제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앞서 벤처업계는 대기업·중견기업이 벤처기업 M&A시 법인세 공제를 10%에서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예컨대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100억원을 주고 인수했을 경우 이 중 기술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이 10억원이면 여기에 10%인 1억원을 법인세를 공제하는데 이를 5억원으로 늘려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방안에 부담을 느껴 인수대금의 현금지급을 늘려 매도자인 벤처기업의 유동성을 확충하는 방안을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매수기업 입장에서 세제혜택이 커지면 벤처기업의 가치를 좀 더 제대로 인정할 수 있다"며 "결국 벤처기업의 성공적 M&A가 많아져 투자금 회수가 원활해지고 재투자도 활발해져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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