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국가의 비극이란 전쟁 상황만으로 종결된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전쟁으로 인한 피 묻은 태극기가 무엇을 말하는지, 왜 묻게 되었는지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오늘도 누구의 아들이 군 입대를 해야 하거나 어느 병사가 부상을 입거나 근무 중 생사를 달리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1급수에만 산다는 버들치처럼 티 없이 순수한 아이로서는 피로 얼룩진 태극기를 이해할 리 만무하다. 지저분한 황갈색 바탕에 등 쪽은 암갈색과 배 쪽은 연한 색이 입혀진 버들치도 1급수에서 자라듯 태극기도 그냥 강물에 얼룩진 것일 뿐 아니냐는 저 아이의 생각이 해맑아서 비극적이다. 저 아이에게 ‘물살을 차고 오르는 버들치’처럼 왕성한 생명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그래서 태극기를 새로 그릴 수 있는 그런 땅의 나라가 되기를 소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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