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진행형의 비극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 | 2016.06.28 07:36

<186> ‘태극기와 아이’ 조정(시인)

편집자주 | 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분단국가의 비극이란 전쟁 상황만으로 종결된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전쟁으로 인한 피 묻은 태극기가 무엇을 말하는지, 왜 묻게 되었는지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오늘도 누구의 아들이 군 입대를 해야 하거나 어느 병사가 부상을 입거나 근무 중 생사를 달리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1급수에만 산다는 버들치처럼 티 없이 순수한 아이로서는 피로 얼룩진 태극기를 이해할 리 만무하다. 지저분한 황갈색 바탕에 등 쪽은 암갈색과 배 쪽은 연한 색이 입혀진 버들치도 1급수에서 자라듯 태극기도 그냥 강물에 얼룩진 것일 뿐 아니냐는 저 아이의 생각이 해맑아서 비극적이다. 저 아이에게 ‘물살을 차고 오르는 버들치’처럼 왕성한 생명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그래서 태극기를 새로 그릴 수 있는 그런 땅의 나라가 되기를 소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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