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의 대항해시대, 이제 시작이다

머니투데이 강석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 | 2016.06.29 03:00

[강석흔의 '스타트업 페이스메이킹']<5>글로벌 노하우 축적의 시간과 기회

최근 모바일메신저 '라인'이 미국과 일본 증시에 동시 상장하기로 결정했다. 라인 상장은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 과정에 있어 큰 의의를 갖는다. 그동안 게임사들의 눈부신 해외 개척 역사가 있었지만, 드디어 그토록 기다린 글로벌 플랫폼 성공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라인은 네이버가 스타트업 '첫눈'을 인수해 해외시장 개척의 모태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타트업 M&A 효용성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모범사례가 될만하다.

비즈니스 차원으로 인터넷이 시작된 지 약 20년이 지났다. 라인은 첫눈을 인수한 지 10년 만에 큰 성과를 낳았다. 스타트업 역사는 인터넷 비즈니스 역사가 큰 축을 차지한다. 인터넷 출현은 스타트업이 작은 비용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연 중요한 분기점이다. 이제는 스마트폰의 글로벌 보급으로 전 세계 고객들의 손 안에서 곧바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간단한 일 같지만 생태계 차원에서 글로벌 역량이 축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이제 20년의 도전 역사를 통해 최소한의 기초체력은 마련된 듯하다. 필자가 투자하고 있는 스타트업들 중에서도 설립 단계부터 해외시장을 아우르는 서비스로 시작하거나, 아예 특정 국가 시장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례들이 절반에 달한다. 예전처럼 도전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게 아니라 매출이나 이용자 확보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진출하는 국가와 사업영역도 다양해졌다. 인도 시장을 겨냥한 모바일 광고와 결제 서비스,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화장품 커머스와 숙박예약, 채용 서비스,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한류 팬덤 서비스, 중국과 일본시장에 대한 고객 분석 서비스 등이다. 동유럽과 중동 시장에 맞춘 서비스형 기업 솔루션, 미국과 유럽 시장에 대한 패션 커머스와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등도 눈에 띈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신흥 시장의 기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항해시대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당시 강대국이었던 명나라와 오스만투르크는 해외시장 개척에 소극적이었다. 자국 시장이 충분히 풍요롭거나 개척 역량이 있음에도 문화적 정치적 이유로 쇄국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당시 소국이었던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등이 미지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개척해 강대국으로 발돋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G2'는 미국과 중국이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미·중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신흥 시장이라면 해볼 만하다. 서유럽과 미국, 중국의 경우 자국 시장이 충분히 크기 때문에 신흥 시장에 대한 실행순위는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문화적으로도 상당히 낯설어하는 경우도 많다. 이제는 한국이 과거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의 길을 밟을 차례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기초체력을 축적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상당한 선행 도전 경험을 축적했다. 실제적인 효용 가치가 큰 건 이론보다는 경험이다. 선배 선단이 계속 출항해 각종 항해 경험이 전수될 때 실질적인 노하우가 강화된다. 이제는 해외시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더 이상 막연한 환상을 갖거나 기초적인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다. 필자가 투자한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도 특정 신흥 시장에 대한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오간다.

두 번째로는 해외 투자자들의 유입이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최근 몇 년간 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들어왔다. 이들은 많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다양한 해외 투자자들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개척 역시 탄력을 받고 있다.

세 번째로 해외 진출의 '화룡점정'이 될만한 성공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비전과 토대가 좋아도 성공사례가 없으면 스타트업과 투자자, 조력자 모두 언젠가는 지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라인의 상장은 큰 힘이 된다. 앞으로 더 많은 성공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이 시간에도 해외시장 개척에 땀 흘리는 스타트업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더 넓은 기회의 장에서 도전을 펼칠 후배 세대의 활약을 기대한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
  5. 5 [더차트] "자식한테 손 벌릴 순 없지"…50대, 노후 위해 '이 자격증' 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