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조직문화 대수술…'창의·자율' 고민 결과물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임동욱 기자 | 2016.06.27 16:48

과·부장 호칭 없애고 직무중심의 新직급체계 도입…직원간 공통 호칭은 '님'으로 변경

삼성전자가 27일 발표한 '인사제도 개편방안'에는 삼성의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의지와 고민이 함께 묻어난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유연한 글로벌 IT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읽히는 한편 기존 한국인의 관습에 비춰봤을 때 지나친 변화에 신중할수 밖에 없다는 '한계'도 엿보인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제도 개편방안 발표는 지난 3월에 있었던 '스타트업 삼성 컬처 문화 혁신 선포식'에서 비롯됐다. 융복합 산업 중심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환경에 대응코자 '관리의 삼성'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관료화된 기업문화를 바꾸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제도 개편 방안의 핵심 목표는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조성이다.

이를 위해 우선 기존에 사원1·사원2·사원3 ·대리·과장·차장·부장 등 7단계로 이뤄졌던 직급체계는 CL(Career Level)1·CL2·CL3·CL4 등 4단계로 단순화된다.

사원1~3은 고졸, 전문대졸, 대졸 신입 사원을 뜻한다. 대졸 신입사원(사원3)이 대리로 승진하기까지는 통상 만 4년이 걸린다. 대리에서 과장은 4년, 과장에서 차장은 5년, 차장에서 부장은 약 5년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발탁'이라는 제도를 통해 승진 연한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드문 일이다.

이에 반해 새로운 직급 체계에서는 승진에 필요한 근무 연한이라는 개념이 희석된다. CL은 직무와 역할을 중심으로 부여받게 되기 때문에 기존에 차장이었던 인사가 맡은 업무나 역할에 따라 CL4를 부여받을 수도 있고 부장이었던 인사는 CL3을 부여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근무 연한이 아닌 맡은 업무의 폭과 개인의 전문성 등을 중심으로 구성원의 경력을 판단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간의 관심을 불러모았던 삼성전자 직원간 공통 호칭은 '님'으로 정해졌다. 직원의 이름 뒤에 직급을 생략하고 '님'을 부르는 식이다. 일반 직원이 아닌 팀장, 그룹장, 파트장 등은 직책 뒤에 님을 붙여 부른다.


삼성전자는 이번 호칭 변경을 결정하기에 앞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거쳤다. 그 결과 이미 삼성 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과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사용 중인 '프로'와 대기업 중 CJ가 사용하는 '님'이 가장 많이 선호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칭의 변화는 형식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삼성이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변화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호칭을 바꾸지 않고 직급이나 조직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호칭의 변화는 조직문화 개선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이번 호칭 개편에서 직급이 없는 임원, 부사장급 이상 임원에 대해서는 기존의 직급을 그대로 부르는 것이 허용됐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고위직 임원에 대해서까지 호칭에 변화를 준다는 게 기존 한국인의 정서상 어렵다는 의견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구성원은 대부분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라며 "한국 사회의 가치체계나 교육틀, 전반적 문화에서 하루 아침에 벗어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밖에 수평적, 창의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기업문화 개선 정책도 함께 내놓았다.

회의시에는 반드시 필요한 인원만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도록 했다. 권장 회의시간은 1시간으로 정했고 전원이 발언해 결론을 도출하고 정해진 결론은 반드시 준수하도록 한다.

또 회사 내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직급단계를 거치지 않은 동시보고를 활성화하고 보고형식은 간소화한다. 아울러 불필요한 잔업이나 특근은 근절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직원들이 연간 휴가 계획을 사전에 자유롭게 수립하고 충분히 재충전할 수 있는 휴가 문화도 정착시킨다. 또 올해 하절기부터는 임직원 편의를 위해 반바지 착용도 가능해진다.

한편 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의 적용 대상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로 국한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업구조가 삼성전자와 유사한데다 삼성전자의 자회사라는 이유로 이번 개편안에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삼성 그룹 측은 이번 변화가 다른 계열사로 전이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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