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 따로없는 막말 인터넷…성인 악플러가 청소년의 6배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 2016.06.30 03:21

[u클린 2016]<6>나이잊은 사이버 폭력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가 건전한 디지털 문화 정착을 위해 u클린 캠페인을 펼친 지 12년째를 맞았다. 과거 유선인터넷 중심의 디지털 세상은 빠르게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차원을 넘어 사물과 사람, 사물과 사물을 연결한다. 인공지능은 발전을 거듭해 바둑에서도 사람을 넘어섰다. 드론은 정보수집, 물류, 이동수단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정보화 사회를 넘어 지능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그 반대 편에는 짙고 넓은 그림자가 함께한다. 과거에는 사이버 폭력과 해킹 등 부작용이 유선 인터넷 세상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졌지만 오늘날에는 시공간을 초월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CT 기술발전이 빨라지면서 사이버 부작용은 이제 인류 사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올해 u클린 캠페인은 지능화 사회에 대비한 올바른 디지털 윤리 문화를 집중 조명해봤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최근 한 초등학교에서 '사이이버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소재 중학교 교사 김모(33) 씨는 얼마 전 제자들의 카카오톡 대화로 인해 벌어졌던 ‘사건’만 생각하면 아직도 골치가 아프다. 한 학생이 이성 친구에게 욕설을 포함한 메시지를 하루에 수십 차례나 보냈다가 결국 학교 폭력 사건으로 번진 것. 김 씨는 “학부모끼리 학교에서 자녀들의 잘잘못을 따지느라 한 바탕 소동이 벌어졌다”며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을 절감했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이선경(가명·30) 씨는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동차와 관련된 질문을 올렸다가 줄줄이 달린 댓글을 보고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얼마 전부터 차가 이상해 고장 여부를 물었을 뿐인데 처음 본 회원들로부터 조롱이나 무시를 당하는 듯한 악플이 적지 않았기 때문. 이 씨는 “인터넷에서 남을 비방하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된 것 같다”며 “단 한 줄의 글이 상대방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만큼 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도 사이버 인성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리 없는 괴롭힘, 이른바 ‘사이버 폭력’이 청소년과 성인 할 것 없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부는 댓글을 잘못 쓰는 바람에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거나 실제 만나 싸움을 벌이는 일명 ‘현피(현실+Player Kill)’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학생 10명 중 2명 ‘사이버 폭력 피해’…공연 통해 온라인 폭력 예방·대응교육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공동 발간한 지난해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10명 중 2명(17.2%)은 최근 1년 동안 사이버 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사이버 폭력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욕설과 같은 언어 폭력은 물론, 스토킹, 성폭력, 따돌림 등을 모두 포괄한다. 가해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은 학생 비율만 17.5%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피해 경험은 1.8%포인트 줄었으나, 가해 경험은 3.5%포인트나 증가했다. 학생들의 사이버폭력 가해 유형은 언어폭력이 15.8%(복수응답)를 차지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따돌림이나 명예훼손, 스토킹 등은 2~3% 수준으로 비교적 적었다.

사이버 폭력 피해자들은 가해자에게 △복수하고 싶다거나(31.7%) △우울·불안하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18.4%) △공부하고 싶지 않고 학교에 가기 싫었다(10.6%) △친구를 만나거나 사귀기가 힘들었다(7.2%) 등을 호소했다. 심지어 자살이나 자해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5.8%)는 답변도 있었다. 경기도 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처음 접하는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면서 학교폭력도 덩달아 늘고 있다”며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학교 밖에서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경우는 사실 관리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이버 폭력의 예방 교육이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교사의 94.4%, 학부모 84.0%가 ‘학부모들의 사이버 폭력 예방대응교육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지방의 한 교육청에서 학교폭력을 담당한 장학관은 “말 한마디에 큰 충격을 받은 사이버 폭력 피해자와 달리 가해 학생은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지속적인 관심과 밥상머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에서도 사이버 폭력 만연…성인 ‘악플러’가 청소년보다 6배 많아

사이버 폭력은 청소년을 떠나 성인 남녀의 직장에서도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으로 업무 내용을 주고 받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같은 부서나 동료들끼리 ‘카따(카카오톡 따돌림)’도 늘어나는 추세다. 직장인 홍모(33) 씨는 “단체 카톡방에서 상사가 내뱉은 욕설과 같은 사이버 폭력은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딱히 대처할 방법이 없는 탓에 계속 당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또 경찰청이 지난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피의자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20대 이상 성인 악플러는 62.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10대 악플러(11.3%)의 무려 6배 정도 되는 수치다. 실제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교사를 비방한 글을 남긴 학부모들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다음 달부터 11월까지 전국 중·고등학생 학부모 1만4400명과 인터넷에 다소 어두운 장·노년층 8만5600명 등 성인 10만 명 대상으로 인터넷 윤리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속적인 교육과 상담으로 사이버 폭력을 개선할 수 있으나 성인은 별다른 대처 수단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번 사업을 통해 인터넷 윤리 교육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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