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필라투스? 재도전 나선 산악관광진흥법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16.06.27 05:55

[the300]19대 임기만료폐기, 정부 20대 '수정 없이' 재발의

스위스 필라투스 쿨름호텔(Hotel Pilatus-Kulm) 이미지/자료=필라투스 홈페이지
스위스 필라투스 쿨름호텔(Hotel Pilatus-Kulm) 이미지/자료=필라투스 홈페이지
스위스 필라투스 쿨름호텔(Hotel Pilatus-Kulm) 이미지/자료=필라투스 홈페이지
스위스 필라투스 쿨름호텔(Hotel Pilatus-Kulm) 이미지/자료=필라투스 홈페이지
필라투스 쿨름호텔(Hotel Pilatus-Kulm)은 스위스 루체른(Luzern) 남부, 해발고도 2132m의 필라투스산 정상 바로 아래 위치해 있다. 1890년 조성된 산악호텔로 2010년 리모델링을 거쳐 27개의 더블룸과 3개의 스위트룸을 갖췄다.

호텔에서 시작되는 하이킹코스는 5개로 융프라우(Jungfrau) 등 알프스 산맥과 독일의 블랙 포레스트(Black Forest), 스위스 동부 샌티스산(Säntis), 호수 등을 전망할 수 있다.

정부가 한국판 필라투스를 육성하겠다며 산지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내용을 담은 산악관광진흥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산악관광진흥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제정안은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민간투자자가 행위제한을 받지 않고 산악관광개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게 골자다. 시도지사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신청하면 장관이 지정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산악관광은 세계 관광산업의 15~2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산지면적이 636억8000㏊(국토 면적의 64%)로 스위스의 5배에 이른다. OECD 국가 중 4번째 높은 비율이다. 고용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목마른 정부 입장에선 산악관광진흥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실제 필라투스 쿨름호텔은 케이블카와 톱니바퀴 열차, 테마파크와 로프파크 등과 연계돼 2013년 기준 20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관광객 중 자국민은 50%, 유럽 국가 15%, 기타 국가 35%의 분포를 보였다.

다른 사례도 있다. 스위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텔인 '3100 쿨름호텔 고르너그라트'(3100m)는 몬테로사(Monte Rosa), 마테호른(Matterhorn) 등 4000m급 봉우리 29개를 전망할 수 있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산악관광에 적극적이다. 추부 산가쿠 국립공원 내 다테야마 호텔은 해발 2450m에 위치해 있고, 미다가하라 호텔은 1930m의 높이에 있다. 트래킹, 천문관찰, 일출·몰 등의 프로그램과 연계돼 있다.

◇개발효과 기대…지자체도 적극적

올해 초 한국경제연구원은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산악관광을 의료관광·유통 분야와 함께 경제활성화 및 신성장동력을 위한 전략육성산업으로 손꼽았다. 그러면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함께 산악관광진흥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혁수 청주대 교수는 "지난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산악관광진흥 법안에 따라 사업안을 구상하고 그 효과를 분석한 결과 약 2만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산악관광에 적극적인 지방자치단체는 울산광역시가 대표적이다. 울산 울주군에 속한 1000m급 7개 봉우리를 일컫는 영남알프스를 대표적인 산악관광지로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알프스 산악관광도시 협의회를 주도하면서 '군불때기'에 한창이다.

산림비율 82%를 차지하고 있는 강원도도 산악관광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강원도형 산악관광 종합개발계획을 세우는 한편 산악관광 유망지역 4개소를 선정해 기본구상안을 마련한 뒤 최종 2개소를 발표한다는 청사진까지 만들어놨다.


당초 강원도는 태백산, 매봉산, 대관령을 개발 후보지로 선정했으나 백두대간에 직접적으로 속한 태백산과 매봉산 등은 후보지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양목장과 하늘목장이 있는 대관령 일대의 개발은 개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지리산에 한국판 융프라우 산악열차를 추진 중인 전북 남원도 산악관광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정부가 이들 지역에 '산꼭대기 호텔'을 허가해 줄 지는 미지수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두고 산악관광진흥법 제정을 준비한 것은 아니다"며 "지자체의 요구가 있으면 장관이 결정하도록 되어있다"며 말을 아꼈다.

자료=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화관광부 자료 인용)
◇교문위, 논의 부족…환경 문제 걸림돌

산악관광진흥법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임기만료 폐기됐다.

당시 제정안은 주무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법안소위원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채 총선국면에 들어서면서 의원들의 무관심 속 임기만료 폐기됐다.

제정안의 핵심은 산 정상부나 급경사 지역에서도 개발을 허용한다는 점이다. 산지관리법의 적용 특례를 둬 표고의 50% 이상과 평균경사도 25°이상 지역에도 개발을 허용한다. 현행 산지관리법은 해발으로부터 고도가 50%를 넘는 구간이나 급경사 지역에서의 개발을 불허해왔다. 때문에 필라투스 클룸호텔같이 정상부 급경사에 건축물을 지을 수 없었다.

문제는 산악관광진흥법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당시 국회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교문위 전문위원 차원에서 문제점이 다수 지적됐다.

제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법안 통과시 생태계 파괴 등 자연자원의 훼손과 산사태 피해로 인한 안전 문제 등이 제기됐다. 또 산림법 체계의 붕괴와 대기업 등 민간투자자의 과도한 혜택, 부동산 투기 및 난개발 조장이 우려된다고 적시했다.

76페이지 이르는 문제점이 노출됐지만 정부는 19대 폐기된 법안을 20대에 그대로 가져왔다. 정부는 당시 법안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만큼 법제처를 통해 일부 자구수정만 해서 국회에 다시 제출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국회 관계자는 "청와대가 강하게 밀어부치는 규제개혁법의 하나로 당시 환경단체의 강한 반대로 야당에서도 부정적이었다"며 "수정 사항 없이 이전 법안 그대로 가져온 법안을 환경문제에 민감한 우리 정서에서 국회가 받아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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