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정기예금 안 받아도 돼요"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6.06.23 05:05

은행채 금리 하락으로 예금보다 자금 조달에 유리…은행채 발행도 급증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회사 여유자금을 1년짜리 예금에 묻어두려 은행을 찾았다. 예전 같으면 우대금리를 얹어줬는데 이번엔 개인 예금과 같은 금리밖에 못 준다고 했다. 예금을 받지 않아도 상관 없다는 듯한 태도까지 보여 기분이 상했지만 다른 은행도 다 비슷한 분위기였다. 결국 A씨는 처음 방문했던 은행에서 예금에 가입했다.

시중은행들이 예금 유치에 예전처럼 적극적이지 않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정기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은행채를 발행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더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으로 1년 만기 은행채(AAA) 평균 금리는 1.409%다. 올초 1.688%에서 0.29%포인트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인하한 지난 9일에는 1.4% 이하로 내려가기도 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후 예금금리를 낮췄지만 일부 은행의 1년 만기 예금금리는 은행채 금리보다 높다. 예컨대 전북은행의 'JB다이렉트예금통장'은 1년 만기 이자율이 1.7%에 이른다. △수협은행의 ‘사랑해나누리예금’ 1.6% △제주은행의 ‘사이버우대정기예금’ 1.58%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 1.45% 등도 1년 기준으로 금리가 은행채보다 높다. 한국씨티은행은 은행 거래 실적이 10억원 이상인 경우 10억원 이하에 대해 연 1.6%의 이자를 주기도 한다.

은행채 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낮다는 것은 은행이 예금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은행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KEB하나은행이 지난 16일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만기 1년짜리 은행채 금리는 1.37%였다. 반면 KEB하나은행이 올림픽 축구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내놓은 ‘오! 필승코리아 정기예금 2016’은 금리가 연 1.6%였다. 이 예금의 금리는 지난 20일 이후 연 1.4%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KEB하나은행의 은행채 금리보다 높다.


예금보다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유리해지면서 은행채 발행도 늘었다. 올들어 지난 21일까지 은행들이 발행한 은행채는 53조54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7조6237억원보다 12% 증가했다. 특히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발행액은 8조52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8227억원에서 77% 급증했다.

특히 NH농협은행은 올해 농업금융채권(농금채·농협은행이 발행하는 은행채)을 한도까지 다 발행해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올해 농금채 발행한도를 9조원에서 17조5000억원으로 늘리는 안건을 의결했다. 농협은행은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까지 포함해 올해 9조7700억원의 농금채를 발행했다.

다만 은행들이 금리가 낮다고 무작정 은행채를 발행하진 않는다. 금리가 더 내려갈 수도 있어 시기를 살피기도 하지만 은행 역시 조달한 자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조달한 자금은 통상 대출해 예대마진을 꾀하지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으로 대기업 대출은 오히려 줄이고 있고 가계대출 역시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늘리기가 어렵다. 중소기업 대출이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지만 은행간 경쟁으로 우량 중소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대금리를 주는 특판 예금은 금리 하락에 따른 역마진 때문에 거의 사라졌다”며 “은행채 금리가 낮아져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을 힘들게 유치할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2. 2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3. 3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
  4. 4 [더차트] "자식한테 손 벌릴 순 없지"…50대, 노후 위해 '이 자격증' 딴다
  5. 5 월급 그대론데 지갑 빵빵해졌다?…평택 '이 동네' 함박웃음 짓는 이유[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