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시' 뜨고 '사회 이슈'잡았다…키워드로 보는 2016 상반기 출판시장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 2016.06.25 03:10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인터파크 4개사 종합…혜민스님 종합 베스트셀러 '1위' 독주

소설가 한강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가 세계 3대 문학상에 꼽히는 영국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선정되며 올해 상반기 '한국문학' 열풍을 이끌었다. /사진=뉴스1

작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으로 들썩인 올해 상반기 국내 출판시장은 지난해와 다른 긍정적인 신호가 일부 감지됐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최근 매년 평균 4% 이상 감소하던 도서 판매가 올해 상반기 2% 증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2012년 이후 내리 내림세를 보이던 종합 100위권 도서의 전체 판매량도 올해 16.1% 늘었다. 평균 판매 부수도 1만 부 수준으로 회복했다.

주요 독자층이 30대 여성에서 40대 여성으로 높아진 것도 올해 상반기 출판시장의 특징이다. 예스24에 따르면 상반기 40대 여성의 독자 점유율은 27%로 1위를 차지, 지난해 주 독자였던 30대 여성(17.9%)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전체 남녀 점유율 역시 40.5%로 지난해 가장 많은 비중을 기록했던 30대(30.2%)를 10%p 차로 앞서며 1위에 올랐다. 30대는 전년보다 8.4%p 감소했다.

예스24 관계자는 "2010~2011년도 30대 후반 여성이 소설을 많이 사서 읽었는데 독자층이 나이가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번 한강 소설도 새로운 독자츠이 많이 유입됐지만 그럼에도 40대가 가장 많이 구입했다"고 말했다.

◇ '맨부커상' 수상의 힘…한국문학 열풍

올 상반기 출판시장의 최고 이슈는 ‘문학의 재건’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소설 분야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10.2%, 시·수필 분야는 25.2% 각각 신장했다. 특히 한국소설은 올해 30.9%의 증가율을 보였다. 예스24에서도 올해 국내 문학 판매 점유율이 5.7%를 기록, 지난해 대비 0.8%p(포인트) 증가했다. 예스24는 “소설은 전통적으로 연초·연말과 여름 휴가철이 맞물리는 11~1월, 7월에 독자들이 많다는 공식을 깨고 근래 최대 호황을 누리며 성수기·비수기 경계를 무너뜨렸다”고 밝혔다.

한국 문학 열풍의 중심엔 단연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이 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맨부커상 수상 직후 무서운 속도로 종합 베스트셀러 2위(교보문고 기준)에 진입했다. 예스24에선 수상 하루 만에 판매량 1만 권을 돌파하며 최근 15년간 가장 빠르게 팔린 도서 기록을 갈아치웠다. ‘소년이 온다’, ‘흰’ 등 다른 저서도 함께 주목을 받았다.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잇따른 신간 출간도 열풍에 힘을 실었다. 이기호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와 정유정 ‘종의 기원’을 필두로 김탁환, 김숨, 윤대녕, 정지돈, 박솔뫼 등 작가들의 후속작도 관심을 끌었다.



◇ 책의 '얼굴'을 바꿔라…책 '리(re)디자인' 각광

지난해 ‘컬러링북’이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기존 책의 표지 디자인이나 편집을 바꿔 재출간한 책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출판사 ‘소와다리’가 펴낸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김소월 ‘진달래꽃’, 백석 ‘사슴’은 초판본의 예스러움을 그대로 살린 디자인으로 독자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했다. 알라딘에선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소와다리)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며 ‘진달래꽃’과 ‘사슴’도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tvN ‘응답하라 1988’ 드라마 등으로 복고 열풍이 분 데다 디지털에 지친 사람들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한 것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2009년 출간된 이석원의 수필 ‘보통의 존재’는 표지 색깔을 바꾼 ‘블랙 에디션’을 출간해 기존 도서 대비 판매량이 81.2% 상승,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교보문고 기준)에 올랐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제인 에어’와 같이 고전 소설의 표지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바꾼 ‘리커버K’도 출간 직후 동났다.



◇ '이슈' 잡아야 뜬다…사회 밀착 도서 경쟁 출간


대형참사나 사회 이슈를 다룬 책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특징이다.

19대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강행 처리를 반대하기 위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연설을 담은 책 ‘필리버스터’, ‘필리버스터: 민주주의의 최전선’과 강남역 인근서 살해된 여성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기록을 담은 ‘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은 출판 시장의 발 빠른 대응을 보여준다.

특히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나쁜 페미니스트’, ‘배드걸 굿걸’ 등 페미니즘 도서는 한국의 ‘여성 혐오’ 논쟁에 힘을 얻었다. 교보문과 관계자는 "현재(6월 기준)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20위 가운데 페미니즘 관련 도서만 4권"이라며 "올해 1월 1일부터 6월 21일까지 '여성학' 관련 도서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판매부수가 4500부수에서 9000부수로 뛰었다. 2배 가까이 신장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다시 봄이 올 거예요’(세월호 참사), ‘바이러스가 지나간 자리’(메르스) 등 최근 참사를 다루거나 20년 전 터진 ‘1995년 서울, 삼풍’(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기록물도 출간됐다.


◇ ‘팬덤’의 힘은 셌다…혜민스님·이치로 등 굳건

‘팬덤’의 힘은 셌다. 국외를 가리지 않고 ‘팬덤’을 형성한 작가의 후속작은 인기를 끌었다.

올해 상반기 가장 잘 팔린 책은 혜민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다. 2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이 책은 알라딘(3위)을 제외하고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에서 모두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2’나 정유정 ‘종의 기원’도 대표적. 교보문고에 따르면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를 구매했던 독자의 60.2%가 ‘미움받을 용기2’를 구매했다. 일본의 히가시노 게이고(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라플라스의 마녀)와 스웨덴의 프레드릭 배크만(오베라는 남자·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이 독자의 호응을 받았다.

역사·인문학 분야에서도 채사장(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시민의교양), 설민석(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 최태성(큰별쌤 최태성의 고급 한국사) 등 특정 저자의 도서가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 △ 신영복, 움베르토 에코, 하퍼 리 등 지성인들의 타계 △ ‘버리고 비우는’ 미니멀리즘 열풍 △ ‘알파고’ 이후 AI(인공지능)과 로봇, 인류의 미래에 대한 관심 등도 상반기 출판시장을 이끈 키워드다.

업계에선 하반기에도 당분간 희망적인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조정래와 은희경 등 주요 작가의 신작이 나올 예정이다. 장강명도 새로운 소설과 논픽션 출간을 앞두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장편소설 ‘사랑의 과정’(가제),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히트맨 안데르스와 그의 모든 것의 의미’ 등 해외 작가의 신작도 출간 예정이다. J.K.롤링의 ‘해리포터8’,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등 해외 원서도 하반기 출판시장의 주목도서다.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3. 3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4. 4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5. 5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