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전관예우(前官禮遇)

머니투데이 권재칠 법무법인 중원 변호사 | 2016.06.20 04:20
법조비리가 터졌다고 하면 보통은 브로커와 전관예우를 한 쌍으로 한다. 여기서 브로커는 성명이 드러나고 하는 일도 알려지는데 반하여 전관예우는 도대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그야 말로 애매모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중서림이 펴낸 엣센스국어사전 5판에서는 ‘전관(前官) : 이전에 그 벼슬에 있던 관원’, ‘예우(禮遇) : 예의를 다하여 정중히 대우함’. ‘전관예우(前官禮遇) : 대통령·장관 등 고관을 지낸 사람에게 퇴임 후에도 재임 당시의 예우를 하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국어사전의 정의와 비슷하게 법조계에서 전관예우는 이전에 판사 또는 검사에 있었던 관원이 변호사(형사사건에서는 변호인)가 되어 사건을 수임하게 되면, 그 수임사건에 관하여 예우(수사나 재판에서 전관이 없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나은 결과)를 하는 것을 지칭한다. 어찌되었건 현실에서 전관예우를 하는 주체는 판사 또는 검사 즉 현직(현관)이지 전관이 아니다. 전관이었던 변호사는 전관예우를 받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귀결로 현직이 전관을 예우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현실은 복잡하고도 미묘하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이렇게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개별 사건에서 전관 변호사가 아닌 일반 변호사가 사건을 수행했을 경우의 결과와 같은 사건을 전관 변호사가 수행했을 때의 결과를 비교해 보아야 전관예우를 받은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비슷한 사건은 있어도 똑같은 사건은 없으므로, 전관 변호사와 일반 변호사가 똑같은 사건을 수행한 결과를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유사한 사건을 비교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그것도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개별 사건에서 전관 변호사가 수행한 사건은 무조건 전관예우를 받은 것으로 치부된다. 그 사건의 일반적인 경우를 상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더 불리한 결과를 받더라도 전관예우를 받았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전관 예우가 있었는지 없었는지하는 어려운 문제보다는 여기에서는 우리나라 법조계에서는 전관예우가 왜 문제되고 있는지 구조적으로 접근해보려고 한다. 로스쿨이라고 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이 생기기 전에는 법조인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모두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가 되었다. 1972년부터 사법연수원 1기가 수료를 시작한 이후 사법연수원 44기 까지 2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였다.


그리고 사법연수원 1기부터 12기까지(1972 ~ 1982) 수료인원 총 904명 중 판검사로 임관된 사람이 833명으로 92.1%에 이른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바로 변호사가 된 사람은 71명으로 7.9%에 불과하다. 이어서 사법시험 합격자가 300명으로 늘어난 뒤인 사법연수원 13기부터 27기까지(1983 ~ 1998) 수료인원 총 4,448명 중 판검사로 임관된 사람은 2,574명으로 57.8%이고, 바로 변호사가 된 사람은 1,874명으로 42.2%이다.

다음으로 사법시험 합격인원이 500명에서 1,000명이었던 사법연수원 28기부터 40기까지(1999 ~ 2011) 수료인원 총 10,959명 중 판검사로 임관된 사람은 3,425명으로 31.2%에 불과하고, 바로 변호사가 된 사람이 7,534명으로 68.8%에 이른다. 이러한 비율은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된 이후에는 더 줄어들어서 한 해 평균 1,500명 합격자 중에 현직으로 임관되는 사람이 평균 250명이므로 임관비율이 16.6%에 그친다.

사법연수원 수료자 중 현직 임관 비율 추이를 보면 1970년대 92.1%, 1980~90년대 57.8%, 2000년대 31.2%, 2010년대 16.6%로 현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변호사 절반이상이 전관이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그 이후 전관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임관이 힘들어질수록 전관이 희귀해지니 그 희소성으로 인하여 전관의 영향력이 더 막강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모두다 전관인 시절로 가든지, 아니면 모두가 전관이 아닌 시대가 되어야 지긋지긋한 전관예우의 시비가 끝날 듯하다. 그래서 최근 전관개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입법시도가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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