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별 거 아니에요…그냥 즐겨요" 첫 방한 佛 작가 앙투안 로랭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 2016.06.16 17:52

[저자를 만났습니다] 소설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빨간 수첩의 여자' 한국어판 첫출간…서울도서전서 韓독자 만나

프랑스 작가 앙투안 로랭의 소설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 '빨간 수첩의 여자'가 최근 한국어판으로 첫 출간됐다. 15일 저녁 한국을 처음 찾은 앙투안 로랭은 "한국 독자를 만나 영광"이라고 말했다. /사진=김창현 기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기욤 뮈소, 아멜리 노통브, 로맹 가리, 미셸 우엘백…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작가들 중엔 유독 프랑스 작가가 많다.

"아마 저도 그 작가들 중 한 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15일 저녁, 한국을 처음 찾은 또 한 명의 프랑스 작가 앙투안 로랭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바람을 밝혔다. 긴 비행의 피로가 채 씻기지 않은 듯했지만 사뭇 진지하게 질문을 경청하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풀어놨다.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말 속엔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단단한 자신감도 묻어났다.

앙투안 로랭은 지금 프랑스 현대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다. 한국에 첫 선을 보이는 그의 작품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와 '빨간 수첩의 여자'(열린책들)는 이미 유럽권과 영미권 다수 국가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로랭의 소설에는 실존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엔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빨간 수첩의 여자'에는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노가 등장한다.

"소설에 실존 인물이 등장하면 아무래도 이야기를 전복할 힘이 생기죠. 예상치 못한 재미를 준달까요? 미테랑 대통령은 프랑스 역사에서 그야말로 상징적인(iconic) 인물이기 때문에 선택했어요. 모디아노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예요. 책이 일종의 '헌사'(tribute)죠.(웃음)"

모자와 수첩, 로랭은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소재에 의미를 부여하고 비틀며 독자를 끌어들인다. 가볍고 산뜻한 그의 문장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파리지앵의 일상에 녹아든다.

로랭 역시 다양한 나라에서 주목받은 이유로 "파리로 여행 오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우연한 사건이 등장인물의 운명을 바꾼 특별한 순간이 되는, '동화'(fairy tale)와 같은 이야기 구조도 한몫한다.

작가 앙투안 로랭은 책 그리고 문학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진지해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냥 즐기면 된다"는 설명이다. /사진=김창현 기자
그는 17일 제22회 서울국제도서전에서 '2010년대 프랑스 작가와 독자'를 주제로 한국 독자와 만난다. 책과 경쟁하는 매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매력적인 책을 쓸 수 있는지 풀어놓을 예정.

"지금은 마르셀 프루스트가 쓰던 시대와는 다르잖아요. 이야기를 소설처럼 쓸 수도 있고 영화처럼 구성할 수도 있죠. 실제로 소설이 영화화되기도 하고요."


다만 그는 "'집필 방식'(way of writing)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과 이야기의 힘도 계속된다고 믿는다.

"책을 읽는 건 아주 '사적인 경험'(private moment)이잖아요. 나만의 책을 읽으며 나만의 페이지에 몰입하게 되죠. 이처럼 '특별한 순간'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건 그저 인터넷 링크를 공유하거나 메일을 보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특히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책을 읽다 보면 18~19세기로도 가볼 수 있죠. 지루한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데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마약처럼 위험하지도 않고요. (웃음)"

그는 '문화대국'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힘을 역사를 존중하는 데서 찾았다. 독서문화도 여기서 비롯된다. 파리에서 오래된 건축물을 자연스럽게 마주치듯 프랑스가 수백 년 동안 배출해 온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것이 어릴 때부터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사실 책을 접하는 것 자체가 몸에 배 있는 거죠. 어린 아이로부터 항상 (책과) 함께 하는 문화예요. 일단 프랑스 유명 작가들의 시부터 읽기 시작하죠. 15살쯤부터는 빅토르 위고의 고전을 읽고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눠요.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교육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책도 그저 일상의 한 조각이란 생각 때문일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수식어완 어울리지 않게 소탈했다. 그의 이야기를 처음 만날 한국 독자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그는 "문학? 별거 아니예요. (Literature is not a big deal!)"라며 '쿨'하게 맞받아쳤다.

"어렵지 않아요. 등장인물과 이야기만 따라가면 되죠. 그냥 즐겨요." 그리곤 덧붙였다. "파리에서 즐거운 산책하시길!"

프랑스 작가 앙투안 로랭은 한국 독자에게 "파리에서 즐거운 산책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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