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고려대학교의 한 강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리사 랜들 하버드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태양계에 암흑 물질로 이뤄진 원반이 있고, 그 원반이 태양으로부터 멀리 있던 천체를 이탈시켜 재앙같은 충돌을 촉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암흑 물질과 공룡'이라는 책을 국내 번역 출간한 랜들 교수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입자 물리학과 우주론을 연구하고 있는 이론 물리학자다. 1999년 '비틀린 여분 차원'이라는 논문을 통해 전 세계 물리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21세기 들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영향력 있는 물리학자 중 한 사람이 되기도 했다.
이번에 그가 출간한 새 책은 암흑 물질에 관한 책이다. 그동안 과학계의 암흑 물질 연구는 구성 물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성질이 무엇인지를 추정하는 정도에 그쳐왔다. 랜들 교수는 암흑 물질을 과학 탐구의 영역에만 한정하는 것을 거부하고 개개인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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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천문학, 입자물리학,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 속에서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했다. 겨우 20세기 말에 들어서야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암흑 물질을 구체화하는 작업이었다. 단지 미지의 존재에 국한돼있던 암흑 물질이 지구 그리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랜들 교수는 우리 은하에 기체와 별로 이뤄진 밝은 원반이 있다고 본다. 이 안에 상호작용하는 암흑 물질로 이뤄진 더 밀도 높은 원반이 담겨있는데, 공전하던 태양계가 암흑 물질로 이뤄진 원반을 통과할 때 지구 주변을 평화롭게 돌던 혜성이 흔들리면서 궤도가 뒤틀려 지구와 충돌했다는 것이다.
이 도시 하나만 한 거대한 천체는 지구로 떨어졌고, 이 격변으로 인해 공룡들이 멸종했다는 것이 그의 가설이다. 암흑 물질이 이렇게 공룡들을 죽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한 포유류가 널리 서식할 수 있었고, 우리가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랜들 교수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옳은지 그른지는 앞으로 검증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모델빌더'(이론과 가설을 만드는 학자)"라며 "일단 현재까지의 과학적 발견을 통해 가설을 제시한 것뿐 확인하고 입증하기까지는 먼 길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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