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의 눈] '로스쿨 해외인턴'…10.5억 예산투입 논란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 2016.06.16 10:48

[the L]'해외인턴십'보다 시급한 건 '경제적 약자' 장학금 추가확충…국민 감정 못 읽는 로스쿨 '불통' 사례

2016년도 교육부 예산관련 국회 교문위 예비심사검토보고서 중 일부
2016년 예산안 관련 국회 예결특위 검토보고서 중 일부




로스쿨 설립취지에 비춰 국가 예산을 로스쿨에 투입하는게 맞을까. 최근 로스쿨을 둘러 싼 예산 논란은 근본적으로 로스쿨 취지에 대한 이해와 맞닿아 있다.

인턴십 예산지원 논란이 그것이다. 국가가 13억5000만원(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 10억5000만원, 국내 인턴십 프로그램 3억원)의 돈을 들여 경제적 취약계층 등의 로스쿨 학생들에게 국내외 인턴 기회를 주자는 사업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는 국가예산 로스쿨 투입…실질적 '원년(元年)'


로스쿨의 본질을 최대한 축약하면 법조인 양성을 '국가 선발'에서 '민간 양성'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기수문화 타파로 법조비리를 근본적으로 줄이고 고시낭인을 해결하며 법률시장 개방을 대비한 글로벌 법조인 양성 등의 목적도 있다. 그렇다면 '민간 양성'이라는 대원칙하에 로스쿨에 국가 예산은 전혀 들어가지 않아야 옳을까.

2009년 로스쿨 초기부터 실제로 그렇게 운영됐다. "로스쿨 운영엔 정부 예산 1원도 투입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법학적성시험 시행과 로스쿨 평가라는 운영 외적인 곳에만 소액 지원됐을 뿐이다. 개원 8년차를 맞은 현재, 정부 예산이 비로소 의미있게 지원되기 시작됐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정부 예산으로 경제적 취약계층 재학생에 대해 장학금을 지원한다. 37억7600만원으로 전체 특별전형 재학생 400여명의 약 60%(약 236명)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등록금을 지원하게 된다. 이는 로스쿨 제도에 대한 금수저 논란 등 높은 학비에 대한 보완 필요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 취약계층 장학금 사업을 통해 서민층 법조인 진출을 직접 지원하게 된 의미있는 변화다. 경제적 약자들에게 '희망 사다리'를 제공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한 것이기도 하다.

교육부를 중심으로 정부의 감독강화와 더불어 예산지원이 시작됐다는 것은 로스쿨 역사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결국 '민간 양성'이라는 로스쿨에도 필요한 경우엔 예산을 투입해야한다는 데까지는 우리 사회가 동의한 셈이다. 물론 예산 지원은 '경제적 취약층'이 법조인이 되는 루트를 넓게 하는 데 중점적으로 쓰여야 한다.

◇'해외인턴십' 필요하겠지만…과연 '시급한' 사업 맞나


논란이 된 '해외인턴'을 포함한 '취업역량강화'사업도 올해 처음 시작된다. 경제적 취약계층 입학생 위주로 해외 인턴 기회를 주겠다는 게 사업내용이다. 지난해 말 국회 예산시즌부터 이 사업은 지적당했다. 바로 '해외'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한가로움' 때문이다.

각 의원실에서 정부 예산안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짧은 기간에 구석구석 살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럴 때 '해외'나 '글로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업은 '0순위'로 삭감대상이 된다는 건 국회에선 상식으로 통한다. '해외'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때문이다. '해외 출장'을 '해외 여행'과 동의어로 생각할 만큼 우리 사회는 비행기 타고 해외로 나가는 일을 '외유(外遊)'로 생각하는 정도의 인식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어느 조직이든 '해외'가 들어간 사업은 '낭비성'이라는 질타를 받기 쉽다. 지난해 말 예산국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국회 예산정책처와 그 지적을 인용해 질의한 의원들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다. 낭비요소가 있다면 마땅히 지적해야 한다.

예산정책처와 여러 의원의 지적에도 이 사업은 '타당성'을 인정받아 결국 살아 남았다. '해외 인턴'이라는 단어가 주는 한가로운 인상보다 실질 내용에서 '취약계층' 위주로 지원하겠다는 교육부와 로스쿨측 설명이 먹혔기 때문인 듯 하다. 실제 사업내용도 특별전형 외 일반 학생들 중에서도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선발하겠다고 돼 있다. 결국 일각의 우려처럼 소위 '금수저' 학생들에게 비행기티켓 쥐어주고 '해외 여행' 다녀 오라고 하는 사업은 아닌 것이다.

◇'프라이버시' 문제로 취약계층만 지원하기도 곤란


그렇다면 과연 이 사업은 타당할까. '해외 인턴십을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느냐'라는 근본적인 질문도 나온다.


취업 역량을 기르기 위해 인턴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 자체를 트집잡을 건 아니다. 해외에 나가 볼 여유가 없던 경제적 취약층 학생들에게 주로 지원되면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사업은 시행 전이다. 학교별로 정원에 따른 인원만 배정됐을 뿐 참가학생 선발이 된 것도 아니다. 올 여름방학부터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 여론 눈치를 보는 교육부와 로스쿨이 어떻게 운영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런데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제도 있다. 특별전형 학생들로만 해외 인턴십을 진행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프라이버시' 때문이다. 각 로스쿨에는 5~10% 내외의 경제적 취약층을 비롯한 특별전형 학생이 있다. 누가 특별전형으로 들어왔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재학생끼리는 민감한 '프라이버시' 문제기 때문에 서로 알려고도 하지 않고 학교도 구분해 놓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특별전형 학생들만 해외 인턴 기회를 준다면 과연 그들이 반길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원하지 않을 공산이 더 크다. 실무적으로 이런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일반전형 학생들을 모두 배제한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은 애초부터 어불성설이다. 교육부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예산을 짜면서 그런 고려까지 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일반 학생들도 같이 가는 게 정상적 사업 방향이다.

◇국민 감정 고려 못하는 '불통'의 로스쿨


또 하나, 국민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무신경도 문제다. 이미 실체적 진실과 관계없이 '금수저 학교'라는 오명(汚名)으로 불리곤 하는 로스쿨이 국민 혈세로 학생들을 '외유'보낸다는 인상을 주면 어느 국민이 좋다고 하겠는가.

결론적으로 이런 사업은 로스쿨이 좀 더 본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될 내년 이후에 하는 게 맞다. 사법시험 존치폐지 논란이 현재 진행중인 가운데 이런 사업을 예산에 넣는 로스쿨 관계자들의 '자신감(?)' 혹은 '경솔함'에는 혀를 찰 수 밖에 없다.

13억5000만원의 혈세를 더 받아 낼 수 있었다면 올해 처음으로 국가가 지원하는 취약계층 장학금 37억7600만원에 더 보탰어야 옳다. 그렇게 예산을 짜 왔다면 로스쿨측에서 취약계층 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받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다. 칭찬을 받았을 일이다.

37억원은 취약계층 학비를 감당하는 데에 충분한 돈이 아니다. 그간 각 로스쿨에서 자체 해결했던 부분을 조금 덜어주는 정도다.

해외 인턴 기회가 시급하다고 여기는 건 로스쿨 관계자들 뿐이다. 정부에 인턴 예산 13억5000만원을 특별전형 입학자 학비로 더 쓰겠다고 했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각 학교도 정부 지원과 상관없이 특별전형 장학금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어야 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정원대비 10% 이상 경제적 취약층 입학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나섰어야 했다.

그랬다면 욕만 먹던 로스쿨은 언론과 대중의 칭찬을 받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 감정을 고려하지 못하고 딴엔 '해외 취업역량 강화'가 가장 급하다고 나선 로스쿨측엔 소통 부족을 느낀다. 국민이 뭐라 생각하든 내 판단이 가장 옳다는 로스쿨 교수들의 아집도 엿보인다.

취약점을 먼저 보완하지 못하고 항상 얻어 맞을 일을 사서 하는 로스쿨 운영 대학들에 대해선 안타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2016년도 예산안 중 국회 교문위 심사보고서 내용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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