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비밀금고'에서 현금 30여억원과 금전출납부를 발견한 가운데 정작 신 총괄회장은 금고와 관련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 측 관계자는 14일 "2013년 12월 고관절 수술을 받은 후 기억력이 급격히 쇠퇴했다"며 "신 총괄회장은 금고 비밀번호나 내용물 등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신 총괄회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해 금고를 발견했으나 개봉 결과 금고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검찰은 이후 롯데 오너가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정책본부 비서실 소속 이일민 전무를 소환해 그의 처제가 살고 있는 서울 양천구 집에서 금고 안에 들어있던 현금과 장부를 압수했다.
신 총괄회장은 물론 지난해 10월부터 집무실을 인계받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금고 내부 내용물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신 전부회장은 이 전무에게 금고를 비롯해 신 총괄회장의 자금관리 기록을 인계하라고 요구했다.
신 전부회장 측 관계자는 "이 전무는 우리 요청에 곧 답을 주겠다고 했다가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신청이 제기돼 인계할 수 없다며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무는 2008년부터 신동빈 회장을 보좌한 '신동빈 사람'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초부터 신 총괄회장 비서로 자리를 옮겼고 경영권 분쟁이 격화된 지난해 8월 김성회 당시 신 총괄회장 비서실장 후임으로 임명됐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10월19일 이 전무를 해임했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신 회장이 나를 회장직에서 해임했는데 그가 임명한 당신을 계속 기용할 수 없다"며 "그동안 수고 많았지만 오늘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말했다.
신 전부회장 측의 금고 인계 요구는 롯데그룹 수뇌부도 알고 있었다. 당시 롯데그룹 고위관계자는 "신 전부회장이 금고를 돌려달라고 했지만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의무)가 있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신 총괄회장 측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금고를 은닉했다는 의혹에 대해 "비밀번호도 기억을 못하는데 어떻게 은닉할 수 있겠냐"며 "신 총괄회장이 은닉했다면 이 전무에게 금고 인계 요청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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