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꽃등심 1근(600g)에 얼마예요?"
"100그램에 5000원. 3만원 정도 되겠네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반근도 못 사는 가격에 한근을 줬다. 비결은 낮은 등급(2,3등급)을 받은 한우 암소를 '숙성'해 부드러운 고기로 탈바꿈시켜 원가를 낮춘 것. 여기에 정육 전문가 2명이 직접 판매해 인건비를 낮추고 비교적 임대료가 싼 곳에 위치에 비용을 절감시켰다.
이곳에서 일하는 강모씨(45)는 "최상 등급이 거세우보다 저등급이지만 정상적으로 자란 암소한우를 잘 숙성시켜 판매하는 것이 경쟁력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한우 가격의 고공행진이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 특히 이번 문제가 정부가 축산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내놨던 정책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정책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암소 한우 제한 정책과 축산농가 폐쇄 지원책이다. 모두 2011년부터 한우가격 하락세가 도드라지자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다.
정부는 한미 FTA 체결 등으로 값싼 수입산 소고기가 들어온 후 급락한 한우값을 잡기 위해 출하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암소를 감축해 사육두수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한우·육우 사육마릿수는 259만6000마리로 전년 대비 2.4%, 한우 출하물량은 25만9000마리로 약 20% 가까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더 큰 문제는 축산농가 폐쇄 지원에 있다고 분석한다. 정부가 소규모 축산농가 폐업을 촉진하며 공급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우사육 호수가 2008년 18만3000호에서 2016년 8만8000호로 52% 감소했다.
전남 장흥에서 축산농가를 운영하는 조영현 대표는 "소규모 축산 농가의 경우 농민들이 부업으로 적게는 1~2마리에서 많게는 5~6마리씩 키우는 비중이 굉장히 높았다"며 "소와 송아지 가격이 폭락하자 농민들이 소를 키우기보다는 정부의 축산농가 폐쇄정책에 맞춰 축산업을 포기했는데 소규모 농가 하나의 규모는 작지만 소규모 농가가 전체 축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데도 이를 간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서울에서 축산 도매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도 "소규모 농가는 다 자란 소를 출하시키는 것 외에도 거세우를 키우지 않기 때문에 송아지를 생산하는 중요한 공급처이기도 하다"며 "소규모 농가 하나하나는 영향이 적지만 이 농가들이 모이게 되면 그 영향력이 상당한데 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소규모 축산농가 폐쇄는 대규모 축산농가와 유통채널의 가격결정권을 확대했다는 엉뚱한 결과도 가져왔다. 익명을 요구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한우 소비는 일반 정육점보다 마트나 백화점을 통해서 대부분 이뤄지는데 절반을 이루던 영세업자들이 사라져 대규모 농가들과 마트, 백화점들이 함께 움직이면서 한우에 대한 가격을 내리게 될 수 있는 요인들이 줄어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세우에 수입사료를 먹여야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현 한우등급제도 소비자 소고기 가격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 소고기에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서는 거세우에 옥수수 등 수입 사료를 먹여 키우는 방식 자체가 투입 비용이 많이 들어 비싸게 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안정적으로 송아지를 공급할 수 있는 가격이 300만원인 것을 감안해 소의 적정 가격을 측정하면 1400만원 정도 된다"며 "사람들이 선호하거나 맛있다고 생각하는 '마블링' 한우는 비쌀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한우 소비 촉진에 집중하다 보니 한우 가격과 소비자 선택 간의 괴리가 더 커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우 가격은 일반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가격이 아님에도 소비자들이 한우를 선호하게 되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축산농가 안정을 위해 2000년대 초 '프리미엄 한우' 정책을 도입하고, 가격 유지를 위해 수급조절을 하는 등 여러가지 대책을 세웠지만 결국 소비 가격만 높인 효과를 초래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백화점과 마트 중심의 유통망과 한우 공급 방식으론 결국 고가 프리미엄 시장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며 "프리미엄 시장으로 정체성을 유지하던지, 일반 소비자들의 한우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던지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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