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규제개혁'을 가로막는 것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 2016.06.07 03:20
"뽑아도 뽑아도 한없이 자라나는 것이 잡초이듯이,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이 규제개혁인 것 같다. 규제는 꾸준함과 인내심을 갖고 뿌리째 뽑아야 성공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달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규제 철폐를 다시한 번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옛 말씀에 풀을 베고 뿌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싹은 옛것이 다시 돋아나기에 그 뿌리까지 확실히 없애라고 까지 했다'는 고사성어 '참초제근(斬草除根)'이 인용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말씀' 때문인지 정부의 규제개혁은 외견상 성과를 내고 있다. 규장회의에서는 303건의 규제개혁 과제중 287건에 대해 2개월내 시행령을 일괄 개정하기로 했고,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54개 규제에 대해서는 한시적 규제유예 조치를 통해 일거에 규제를 완화하는 적극성도 보였다. 국무조정실은 이러한 규제개혁으로 투자유발 8300억원, 비용경감 3조3300억원 등 4조1600억원의 경제효과와 1만3800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말 '가뭄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일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되도록이면 적극적인 자세로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는 게 이해할 만 하다. 그래야 일의 추진력도 생기고 기대감도 커지게 된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평가는 각자의 위치에 따라 다른 경우가 많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에 관한 평가를 들어보기 위해 만난 몇 몇 전문가들도 그랬다.

당장 드론,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규제혁신이 도마위에 올랐다.

"어떤 분들에게는 새롭게 들렸을 지 모르지만 그거 한 두번 나온 얘기가 아닙니다. 더우기 지금은 정권 초기도 아닙니다. 규제개혁은 강력한 힘이 뒷받침 해 줘야 하는 데 지금은 차기 대선에 관심이 집중돼 있어 개혁을 추진하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의 일화도 소개됐다. 한 지인이 '규제개혁을 과감히 하시면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텐데 왜 못하시는 지 궁금합니다'라고 묻자 노 대통령이 "공무원들 못 말립니다. 겉으론 하는 데 시늉만 내요"라며 답답해 하더라는 얘기였다.

돌아보면 규제개혁을 추진한 역대 어느 정부도 규제개혁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이를 설명하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공직사회 인데, 여기에는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할 주체이면서도 그러한 '규제'로 먹고 사는 공무원들의 이중성이 자리하고 있다. 그 본질적인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한 진보건, 보수건 임기가 정해진 대통령은 아무리 소리 높여도 공직사회를 바꿀 수 없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실제 중동(中東)출장에서 경험한 중앙부처 한 사무관의 '파워'에서 이러한 구조를 엿볼 수 있었다. 수 십억불 규모의 경협 프로젝트 준공식에 참석한 국내 한 대기업 전무가 행사장에 도착하자 마자 찾아간 이는 바로 관계부처 사무관 이었다. 나중에 "누군데 그렇게 깍뜻하게 인사를 한거냐"고 묻자 그는 그 사무관을 "우리 '목줄'을 쥐고 있는 분"이라고 대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수필 '꽃 구경을 가는 이유'에서 "꽃 구경을 가는 이유는 그 꽃이 잠시 피지 영원히 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규제개혁에도 골든타임이 있어 속도감 있게 이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기업들은 여전히 규제개혁 체감도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전경련이 발표한 '2016년 규제개혁 체감도'는 83.6으로 오히려 작년(84.2)보다 소폭 하락했다. 기업들은 규제개혁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로 바로 '공무원의 규제개혁 마인드 불변(24.5%)'을 손꼽았다. 그러고 보면, 공직사회의 이중성은 '보이지 않을 뿐' 박근혜 정부에서도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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