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수감 양씨, 결백 호소에도 현지 영사 무성의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 2016.06.07 03:50

[국민 보호 '뒷전' 외교부]멕시코 검찰, '검사 빌미 옷 벗기고, 목숨 위협' 등 인권침해

멕시코 교도소에 수감중인 양모씨 사건이 '제 2의 집으로 가는 길'로 비화되고 있다.

'집으로 가는 길'은 2013년 12월 개봉된 영화로, 2004년 발생한 이른바 '장미정 사건' 실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당시 34세인 한국인 주부 장미정씨는 남편 지인의 부탁으로 프랑스까지 금광원석을 운반하면 4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문제는 프랑스 세관에서 걸린 장씨의 가방에는 원석이 아닌 코카인이 있었던 것. 장씨는 마약소지 및 운반 혐의로 2년 간 수감생활을 했다. 이 영화는 장씨의 힘든 수감 생활과 국가를 향한 손짓에도 우리나라 외교부가 보인 불성실한 자국민 보호조치에 초점을 맞췄다. 이후 국민적인 비난의 화살이 외교부로 향했다. 범죄를 미화했다는 논란도 일었지만 외교부가 국민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집으로 가는 길'의 장씨는 죄를 인정했지만 멕시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양씨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자신은 포주가 아니고 결백하다'는 양씨는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열악한 멕시코의 한 교도소에서 힘든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양씨는 교도소에서 공중전화로 지인에게 현지 한국인 영사의 불성실한 태도에 울분을 토로하며 "죄도 없는데 제발 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양씨와 종업원들에 따르면 이들은 연행과 수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부당한 인권침해를 수차례 당했다. 일례로 화장실을 가겠다고 했더니 문을 열고 일을 보라고 하는 등 죄인도 아닌데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을 느껴야만 했다.

멕시코 검찰은 이들에게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남자 의사 앞에서 갑자기 옷을 다 벗고 검사를 받으라고 종용했고, 수갑을 흔들며 수갑을 채울 수 있다고 겁을 줬다. 공황장애가 있는 한 종업원은 발작이 와 숨을 제대로 못 쉬고 있는데, 검찰이 뺏은 약을 주지 않아 11시간 방치됐다고 이들은 말했다.

심지어 조사과정에서 멕시코 검찰은 제시한 거짓 진술서에 서명 안하면 총으로 쏘겠다는 시늉을 하며 '여기는 멕시코니까 가능하다'고 협박했다.

양씨와 종원들은 멕시코 검찰의 인권침해와 부당한 수사가 자행되는 동안 영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거짓 진술서 서명을 거부하며 검찰청에서 30여시간을 버틴 후에 처음으로 경찰 영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을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이후 자신들을 도와줘야 할 현지 한국인 영사가 이들을 귀찮다는 듯이 조롱했고, 거짓진술서 서명을 강요해 양씨의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한 종업원은 인터뷰 과정에서 해당 영사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양씨는 "처음에 자기는 72시간 구류되고 있는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영사가 와서 얼굴 잠시 보고 아무 설명도 안해줬다"며 '왜 내가 여기 있어야 하는 것 인지 모르겠다'는 질문에 "영사가 '죄 없으면 별일 없겠죠'라고 답할 뿐 무슨 죄목인지 설명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교도소에서 수개월째 너무 힘든데 변호사와 동행해야하는 형식 때문에 한번 더 찾아온 영사의 총 2번의 면담에서 '지금 다른 나라 갔다와 피곤해 죽겠다' 등의 말을 하며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며 울분을 토했다.

종업원들에 따르면 해당 영사는 현지 언어를 모른다며 검찰청에서도 핸드폰으로 오락하고, '날씨 좋네'라며 낮잠 자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억울함과 초조함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종업원들은 말했다.

특히 교도소에 수감된 양씨의 안부를 묻는 종업원들의 질문에 "춥다길래 쓰레기통에 있는 이불 가져다 주니 낮에 말리면서 덮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멕시코 검찰이 영사도 배석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다른 약속이 있어 가야겠다'며 자리를 뜨려했고, 종업원들이 강하게 항의하며 다른 직원을 요청하겠다고 하자 '대사관에 전화해도 나 말고 올 사람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렸다.

현지 공관에서의 열악한 상황을 감안, 영사 조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영사의 이같은 태도는 납득하기 힘들어 외교부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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