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젊음에게

머니투데이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 2016.06.03 05:33
갑자기 특강 요청이 들어왔다. 대상은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 4시간 동안 학생들의 꿈과 미래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해야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 책도 보고, 방송도 찾아보며 나름대로 자료를 만들어서 학교로 향했다.

강의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 절반 이상은 잠을 자고 나머지는 휴대폰을 만지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싶어 과감하게 준비해온 강의 자료를 제쳐두고 일단 자리 배치부터 다시 했다. 학생들과 둥글게 원을 만들어 앉아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는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많은 학생들이 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에 학교를 오면 잠이 쏟아진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도 하고 그래도 학교에서 잠을 자다니. 꼰대 같은 생각도 들었다. 학생들은 큰 기업에 취업하고 싶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싫다고 했다. 또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을 가는 것을 남의 이야기로 여겼다. 강사로서가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무엇인가를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경남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연형 부장 이야기를 해줬다. 이 부장은 비구면 렌즈성형기 독자 개발 사업에 참여해 기업 매출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10여 년 넘게 개발에 몰두했는데 현장에서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전문가의 조언이 절실했다고 한다. 또 현장에서의 실무적 감각을 이론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생각도 컸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중소기업 계약학과 입학을 적극적으로 추천했고 이를 통해 경상대학교 기계융합과에 입학했다.

이 부장은 현장에서 해결하지 못 했던 문제를 대학의 전문가를 통해 해결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수시로 질문하고 그때 그때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으니 개발 업무에도 가속도가 붙어 조금 더 빨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부장이야 말로 실무를 겸비한 인재가 아닌가. 그는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곧바로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는 학생들 중 많은 이들은 중소기업 현장에 실망하고, 똑같은 업무와 일상생활에 지쳐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인식도 학생들을 많이 힘들게 할 것이다. 오늘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답답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사실 찾아보면 중소기업에 취업한 근로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이 있다. 목돈을 만들어주는 내일채움공제도 있고 대학에 갈 수 있게 지원도 해주고 있다. 대학 등록금도 걱정할 필요 없다. 정부가 일정 부분을 부담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면에서도 훨씬 부담이 덜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인 인력문제, 그 해결의 답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요즘처럼 취업하기 힘든 시기에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고도 꿈을 이야기 하기는 커녕 패배감을 갖는다는 것은 분명 어른들의 잘못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젊음들이 꿈을 갖고 자랑스럽게 일할 수 있게 해줘야한다. 기업주는 기업이 이룬 성과를 직원과 나누고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한다. 그들에게 자부심과 비전을 주는 것이다. 정부는 취업에서부터 인재육성까지 다양한 지원 사업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반드시 계속해야한다. 내 자식에게도 당당히 추천해줄 수 있는 중소기업이 많아져야한다.

특강을 마무리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했다. 살아보니 인생에 있어 순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학교에 늦게 들어갈 수 도 있고 취업을 늦게 할 수도 있다. 누구는 대학을 먼저 갔지만 누구는 취업을 먼저 하고 학업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 대기업에서 시작할 수도 있지만, 중소기업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 꿈이 무엇인지 잊지 않고 그 방향으로 꾸준히 걷고 있느냐는 것이다. 시작은 작지만 그 끝은 창대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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