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이재용 부회장이 말한 삼성 주가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16.06.01 15:38

편집자주 |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서울고법(재판장 윤종구)이 '합병 절차상 문제가 없다'던 1심 판결을 뒤집고 '삼성물산의 매수가를 재산정하는 것이 옳다'고 판결해 소송을 제기한 일성신약 측의 손을 들어줬다.

오동희 산업1부 부장(재계팀장)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하지만 여기선 이번에 법원이 내린 판결이 옳다, 그르다를 법리적으로 논하고 싶진 않다.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주가의 예측 가능성에 대한 부분이다. 17세기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였던 네덜란드 동인도주식회사 이후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과 절차는 수없이 변해왔다.

또 주식 가치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다툼도 끊임없이 이어져 현재에 이르렀다. 현재의 룰이 과거에 정답이 아니었거나 미래에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가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고 이를 측정하는 방법도 변한다. 따라서 정확한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2013년 4월 어느 저녁의 일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우연히 만나 삼성전자의 주가 향방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 '5~6월 삼성전자 주가 붕괴설'이 제기되던 시점이었다. 당시 주가(2013년 4월 12일 종가 151만 7000원)는 사상 최대치가 예상되는 2분기 실적을 이미 반영해 곧 충격을 받아 붕괴할 것이라는 게 보도의 요지였다.

5~6월 주가 붕괴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이 부회장과 최 실장에게 물었다.

이 부회장은 "당분간 삼성전자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은 없다"며 "삼성의 고민은 스마트폰 이후, 향후 3~5년 뒤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지 당장 갤럭시S4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가의 움직임은 저도, 회사도 알 수 없고, 시장이 아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옆에 있던 최 실장도 "삼성전자의 실적이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묻는다면 어려움 속에서도 예전처럼 항상 최대 실적의 고점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어떻게 될지 묻는다면 그건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기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조차도 주가를 예측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그 이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분기에 9조 5300여억원에 이어, 3분기에는 이를 넘어서 10조 1600여억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주가는 당시 JP모간 등이 목표주가를 하향하는 리포트를 내면서 실적의 방향과 달리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가는 실적이나 자산의 가치와는 다소 동떨어져 시장과 시장참여자들이 결정한다.

주가는 또 현재 가치와 미래가치를 반영한다. 다시 삼성물산 얘기를 하자면 고법에서 판결한 것처럼 지난해 4월 주가가 더 적정하다는 근거는 사실 부족하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처럼 좋은 뉴스라고 반드시 주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또 의도적으로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추정하려면, 누군가 주가를 누르는 구체적 행위를 한 더 확실한 팩트를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적법하게 진행한 현재의 기업가치평가 툴로 정한 가격이 부적합하다고 재산정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주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묘한 복잡계의 선상에 있는 움직이는 숫자다.

오히려 최근 1년새 통합 삼성물산의 부문별 실적만 보면 옛 삼성물산(건설 및 상사부문) 주주들이 소송을 걸 게 아니라, 옛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 패션, 식음료 부문, 바이오) 주주들이 소송을 걸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옛 제일모직의 지난해 실적만 보면 1150억원 가량 흑자였지만 옛 삼성물산이 778억원의 적자를 냈다. 한집 살림을 차리면서 건설부문의 적자가 전체의 이익을 갉아 먹었다.

올해 1분기도 마찬가지다. 통합 삼성물산은 4348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가운데 옛 삼성물산(건설 및 상사) 부문의 적자가 전체 적자의 95%인 4128억원이다.

과거 제일모직 주주들 입장에선 이런 실적 악화가 주가 약세의 원인이라며 오히려 합병으로 손해 봤다고 억울해 할 법하다. 주가의 원칙은 간단하다. 시장에서 정한 가격이 그 당시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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